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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의 손을 떠난 야구공을 상상해보자. 이 공이 움직일 궤적을 그릴 때는 투수가 미트를 향해 직선으로 던진 힘 외에도 공을 지표면으로 끌어 당기는 중력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앞으로 나아가며 떨어지는 포물선을 그릴 것이다. 그런데 실제 야구 선수들이 던진 공의 궤적은 이 가상의 궤적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생기는 공의 회전 때문이다. 그리고 가상의 궤적과 이 실제 궤적의 차이를 우리는 무브먼트라고 부른다.
휘어지는 직구는 없다
테니스나 탁구를 해본 적 있다면 이해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공의 윗부분을 때려 탑스핀(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회전하는 경우)이 걸린 공은 스핀 때문에 생각보다 공이 빨리 떨어지고, 반대로 백스핀이 걸린 경우엔 생각보다 늦게 떨어진다. 공기저항에 의해 생기는 마그누스 효과 때문이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는 야구공의 밑부분을 강하게 채므로 대개 백스핀이 걸린다.
이런 스핀이 심할수록 중력 외에 작용하는 요소가 커져 공이 많이 움직이게 된다. 그러니까 직구의 움직임이 좋다는 말은 ‘스핀이 많이 걸려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생긴다’와 동의어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은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이후로는 공기 저항과 중력을 제외한 그 어떤 힘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설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타자 앞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변화구’도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타자 앞에서 무언가 갑자기 힘을 가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회전수가 높은 직구는 타자의 헛스윙을 유발한다. 일반적인 공의 궤적에 익숙한 타자들은 예상치 못한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헛스윙을 하는 것이다. 얼마 전 과학동아에도 소개된(8월호 60쪽 참조) 레이더 장비 개발사 ‘트랙맨’의 직원이자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잭 데이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직구의 분당 평균 회전수는 2200회다. 메이저리그의 통계(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회전수가 높을수록 타자가 헛스윙을 할 확률도 높았다.
마무리는 불 같은 강속구?
데이는 회전수의 위력을 가장 잘 살리는 투수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 우에하라 코지를 예로 들었다. 마무리 투수는 보통 경기가 팽팽한 상황에서 등판하기 때문에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를 선호한다. 공이 빠를수록 헛스윙을 유도할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공이 빠른 투수들이 마무리를 맡는 일이 많다. 하지만 우에하라의 평균 직구 구속은 145km에 불과하다. 데이는 미국의 야구 통계 웹사이트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 기고한 글에서 우에하라가 구속은 느리지만 회전수가 높은 공으로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회전수가 적을수록 나쁜 직구일까. 그렇지는 않다. 회전수가 적은 직구는 회전수가 많은 직구에 비해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타자가 공의 윗부분을 때려 땅볼타구를 만들게 한다. 실제로 일반적인 직구보다 평균 회전수가 10% 가량이 적은 변형 직구인 ‘싱커’는 투수들 사이에서 땅볼을 유도하는 구종으로 사용된다.
사이드암의 직구 = 정통파의 싱커
싱커가 땅볼을 유도하는 또 다른 원인은 좌우 움직임이다. 싱커는 좌우로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타자의 배팅 포인트를 흔들어 놓아 정확한 타격을 방해한다.
공에 완벽한 탑스핀만 들어가면 공이 좌우로 휘어지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큰폭으로 떨어지는 ‘폭포수 커브’가 된다. 트랙맨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100% 탑스핀을 가진 공을 6시 방향공, 반대로 100% 백스핀을 99가진 직구는 12시 방향공이라고 부른다(이들이 회전하는 방향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팔을 수직으로 올리고 공을 던지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의 싱커는 보통 2시 방향의 스핀을 띤다. 이렇게 스핀이 대각선으로 생기면 위아래로 공이 움직일 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공이 움직이게 된다. 오른손 투수가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싱커를 던졌을 때 몸쪽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만약 언더핸드나 사이드암 투수가 직구를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은 우완 정통파 투수처럼 직구를 던지더라도 팔의 방향 때문에 회전축이 절대 12시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이 던지는 공은 정통파 선수들이 던지는 싱커와 유사한 2시 방향 회전축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싱커성 직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LG 트윈스의 우규민이 대표적인 사이드암 투수다. 우규민은 올해 150이닝 이상을 던졌는데, 플라이볼에 대한 땅볼의 비율이 1.1이 넘는다. 올해 리그평균인 0.94에 비하면 꽤 높은 수치다. 해설자들이 흔히 말하는 사이드암이 싱커를 잘 던진다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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