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추울 때 가장 뜨거웠다. 2월호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1월은, 한 주가 넘게 이어진 한파와 가장 좋은 잡지를 만들려고 하는 기자들의 노고가 충돌하며 때아닌 장마전선을 만들었다. 여름 장마는 뜨겁고 축축한 무거운 비를 만들지만, 편집부 기자들과 디자이너들이 만든 겨울 장마는 차고 부드러우며 뜨겁고 단단한, 복잡한 풍미를 자아내는 한 권의 잡지를 만들었다.
가장 추울 때, 이들은 가장 활발했다. 이번 2월호는 몸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버스토리(특집)를 진행한 변지민 기자는 수중시체를 연구하고 수사를 훈련하는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한겨울의 호수로, 바다로 달려갔다. 맨 정신으로 견디기 힘든 사연을 듣고 참혹한 사진도 봐야 했다. 국내에 아직 체계적인 정보원도 조직도 없는 분야를 그렇게 발품 팔아 발굴하고 취재한 덕분에, 사실상 이 분야의
정전이 될 만한 기사를 쓸 수 있었다. 한 해 넘게 추적하며 축적한 취재 결과를 멋지게 담아 낸 이번 특집은, 분명 두고두고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최영준 기자는 몇 년에 걸쳐 시도해 온 탈모 극복기를 한 편의 체험형 과학기사로 승화시켰다. 드러내기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이를 용감하게 공개하고 과학과 의학의 관점에서 되짚어 준 덕분에 울림이 큰 기사가 나올 수 있었다. 최 기자는 ‘몸으로 하는’ 실험을 몇 개월에 걸쳐 또 하나 마쳤다. 다음 달에도 기대하시라.
송준섭 기자와 이영혜 기자는 정확히 30년 전에 대학에 들어간 서울대 물리학과 동창생들을 불러 모아 추억의 사진을 재현하고 사연을 들었다. 이 날도 몹시 춥고 눈이 많이 왔다. 찬 비가 온 전 달에 이어 ‘송 기자가 촬영을 가면 날씨가 나쁘다’는 징크스(비과학적인)를 확인시켜 주듯이.
수습 딱지를 떼고 본격적인 과학동아 기자 활동을 시작한 서동준 기자는 쿵후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직접 쿵후 마스터의 도장을 찾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건장한 서 기자지만 쿵후는 낯설었기에, 도장에서는 어정쩡한 자세로 고수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 동물을 본뜬 ‘오형권’이었다. 맹수의 앞에 선 초식동물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드디어 기자로서 사회에 나온 서 기자의 마음 속 풍경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과학기자가 돼 맞이해야 할 상대는 한 명 한 명 모두 고수다. 그가 그들 모두와 멋진 한 판 대련을 펼칠 수 있는 또다른 고수, 좋은 과학기자가 되리라 믿는다. 이 한 달 뜨겁게 움직여 준, 팀의 다른 모든 기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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