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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기축년(己丑年), 소를 생각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해당하는 종의 습성을 소개하고 미덕을 칭송하곤 한다. 그런데 왠지 이번 소띠 해에는 지구를 누비고 있는 10억 마리 소들의 발굽소리가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십이지(十二支) 순서가 어떻게 결정됐는가 하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경주에서 먼저 들어온 대로 순서를 정하기로 했는데 열심히 달린 소가 결승점에 거의 도달했을 때 몰래 소머리에 올라 타 있던 쥐가 폴짝 뛰어내려 1등을 했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중국이나 한국 같은 농경사회에서 소는 성실하고 듬직한 친구의 대명사다.

소의 학명은 Bos taurus로 전 세계에 10억 마리 가까이 사는 걸로 추산되고 있다. 포유류에서 단일 종으로는 엄청난 숫자다. 우리의 소 한우는 그 중 한 아종으로 학명은 Bos taurus coreanae로 덩치는 작은 편이지만 몸이 튼튼하고 성질이 온순하다. 한우하면 누렁이(황소)를 생각하지만 검은 줄무늬가 있는 칡소와 털이 검은 흑소도 있다. 한우 고유의 유전적 변이가 있기 때문에 DNA 검사로 한우를 식별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 18%는 소 사육 결과
기계농업이 도입되기 전 소 한 마리는 장정 몇 사람 몫을 하는 일꾼이었는데 하루에 마른 논을 25아르나 갈 수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시골 작은 논이나 밭에서 소가 쟁기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사실상 육우 전용으로 키우기 때문에 성장을 빠르게 하고 육질이 좋게 하는 여러 비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촛불시위라는 홍역을 치루고 다시 시장에 등장한 미국산 소고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한우와 마찬가지로 곡물을 주로 먹이는 미국산 소는 풀을 먹는 호주나 뉴질랜드 소보다 맛이 좋다고 한다. 그 여파로 한우 값이 떨어지고 있다지만 이 와중에도 고가의 명품한우는 오히려 판매가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환경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우리 소를 많이 먹자!”는 식의 애국심어린 주장을 하기도 부담스럽다. 앞서 언급했지만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소 10억 마리의 대다수는 육우다. 즉 2년 정도 키워 식탁에 올려지는데 이렇게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메탄과 이산화탄소)와 배설물을 쏟아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실가스의 18%가 소에서 나온다며 심각한 환경문제라고 우려했다. 더 심각한 것은 육식이 보편화되면서 2050년에는 사육되는 소의 수가 2배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소고기가 싼 값에 들어오면서 소고기소비량이 급증해 그 여파로 돼지고기가 덜 팔린다고 한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같은 양의 고기를 얻는데 소는 돼지보다 3배나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에서 소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로 2억 8000만 마리나 된다. 그러나 이 녀석들은 고기소가 아니기 때문에 한 마리가 먹는 양도 적고 똥도 말려 연료로 쓴다. 물론 농사일도 한다. 우리나라 역시 불과 한 세대 전만해도 이와 비슷했다. 집집마다 한두 마리 있는 소는 재산이자 식구로 밥값을 충분히 했다. 물론 소고기는 명절이나 잔치 때나 맛보는 별미였다.

해가 바뀔 때마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해당하는 종의 습성을 소개하고 미덕을 칭송하곤 한다. 그런데 왠지 이번 소띠 해에는 지구를 누비고 있는 10억 마리 소들의 발굽소리가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도롱뇽을 살리겠다고 철도를 가로막을 정도로 환경문제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 주범인 육식을 줄이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소고기의 맛은 혀에 감기는 걸까.

복제소 탄생 10주년
올해는 복제소 영롱이가 탄생한지 10년이 되는 해다. 1997년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팀이 포유류로는 세계 최초로 양의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뒤 2년 만인 1999년 2월 당시 서울대 수의대 교수였던 황우석 박사팀이 복제젖소 영롱이를 탄생시켜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음달 복제 한우 ‘진이’가 선보였고 이후 황우석 박사는 복제의 대부로 한국을 넘어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에서 확립한 줄기세포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연거푸 발표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오래되지 않아 논문조작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전 국민이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같은 시기(2005년) ‘네이처’에 발표한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에 이어 2007년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이 역시 세계 최초로 늑대를 복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동물복제의 메카가 됐다. 지난해에는 애완견 복제를 시작함으로써 복제 상업화의 막을 올렸다.

지난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복제소나 복제돼지를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발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는 형질이 우수한 소가 태어나 정액을 확보했더라도 암컷 난자의 유전자와 섞이면 그만 못한 새끼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제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관계자들은 5~6년 내에 복제 고기가 식탁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광우병 파동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이제 복제소를 먹어야 하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이래저래 소는 우리 인간의 삶에서 떼어놓기 어려운 동물인가보다. 2009년 기축년엔 또 어떤 소와 관련된 일들이 우리를 놀라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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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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