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론, 특히 일반상대성이론처럼 대단히 정교하고 놀랄 만큼 혁신적인 물리학 이론은 사회와 역사, 그리고 일상 문화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과학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이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이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915년 11월 25일 아인슈타인은 프로이센 과학한림원 물리학-수학 분과에서 논문 ‘중력장 방정식’을 발표했다. 논문은 중력장을 서술하는 수학적 함수들이 충족해야 할 방정식을 정교하게 제시했는데, 전형적인 물리학보다는 오히려 수학에 더 가까웠다. 아인슈타인이 이전에 발표했던,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 또는 ‘빛 양자 가설을 이용한 광전효과 및 흑체 복사 설명’과는 방식이 사뭇 다른 논문이었다.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입증되지도 않은 이 논문이 그 후 100년 동안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왜 알아야 할까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7년이 지난 1932년 11월, 일제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던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잡지 ‘동광’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깊어 가는 가을에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는 꼭지에 한 필자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썼다.
“과학방면에 있어서는 에딩턴 저 ‘Space, Time and Gravitation’을 읽으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소개한 것으로서 고등수학에 소양이 있는 이는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에 고등수학에 소양이 없는 이로서 상대성이론의 개요를 알려면 아인슈타인 저 ‘일반 및 특수상대성이
론’을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이 책은 누구나 알 수 있게 만든 책이나 이것도 대수학을 모르고는 읽을 수없습니다. 왜 권하느냐고요? 조선 사람은 과학을 등한시하니 그 잘못을 교정하자는 것과 무엇보다도 시대에 낙오되지 말아야지요.”
에딩턴은 1920년 상대성이론의 주요 내용과 그에 관련된 철학적 해석이 포함된 저서 ‘공간, 시간, 중력’을 발표했다. 이 책은 갈릴레오의 책 ‘천문대화’처럼 실험물리학자와 순수수학자와 상대론자 세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하는 프롤로그로 시작해, 상대성이론의 의미와 해석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영어로 쓴 첫 상대성이론 해설서인 이 책에는 상대성이론이 실험물리학과 순수수학의 중간쯤에 있다는 에딩턴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흥미로운 점은 아인슈타인 자신이 1916년 12월에 이미 상대성이론을 일반 독자에게 소개하는 책을 썼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은 책의 서문에서 “상대성이론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론물리학의 수학적 장치에는 능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상대성이론에 대한 정확한 통찰을 주기 위해 쓴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물리학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나무들 속에서 숲을 보지 못해 헤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애를 썼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 정도의 표준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상당한 인내심과 의지력을 가진 독자”라면 차분히 책을 읽으며 참신한 생각을 배워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피력하고 있다.
‘동광’의 필자나 에딩턴이나 아인슈타인은 왜 그렇게 열심히 상대성이론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려 했을까? 특히 아인슈타인 자신조차 난해함을 토로했던 일반상대성이론을 제대로 알아야 할 이유는 뭘까? 이런 질문과 관련해 1922년 11월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가 의미심장하다. 4회에 걸쳐 ‘상대론의 물리학적 원리’라는 해설기사가 나온 뒤, 다시 3회에 걸쳐 ‘아인스타인(아인슈타인)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이 글을 기고한 사람은 베를린에 있는 황진남(黃鎭南)이었다. 함경도 함흥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하와이에 들어와 소학교와 중학교를 완전히 마치고 미주에 건너와 학업을 계속하여, 캘리포니아 대학, 베를린 대학, 파리 소르본 대학 등을 졸업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가 유창했고 국제적인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상해임시정부의 외교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1917년, 스물한 살의 황진남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을 무렵 처음 “물리학과에서 연구하시는 아인슈타인”에 대해 듣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이란 사람을 아느냐고 묻는 지인에게 아무 생각없이 그게 누구냐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는 것이다. 우주의 원리와 만물의 시작과 인생의 근원을 고민하는 철학자가 어떻게 상대성이론도 모르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겠느냐며, 이제 무지몽매의 꿈에서 깨어나 과학을 통해 진짜 세계에 들어가 새로운 파도에서 헤엄치고 놀아보라는 충고를 들었다. 황진남은 취리히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독일 베를린으로 가게 됐는데, 1922년 2월 “독일의 최고 학술기관인 소위 ‘과학아카데미’ 기념일”에 베를린에서 아인슈타인을 처음 만났다.
아인슈타인이 일본 ‘카이조’ 출판사의 초청으로 일본의 6개 도시에서 특별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황진남은 서둘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글을 써서 신문에 기고한 것이었다. 황진남은 이런 것을 아는 것이 일제 식민지 상태의 조선 대중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믿었다.

1915년 11월 25일 아인슈타인은 프로이센 과학한림원 물리학-수학 분과에서 논문 ‘중력장 방정식’을 발표했다. 논문은 중력장을 서술하는 수학적 함수들이 충족해야 할 방정식을 정교하게 제시했는데, 전형적인 물리학보다는 오히려 수학에 더 가까웠다. 아인슈타인이 이전에 발표했던,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 또는 ‘빛 양자 가설을 이용한 광전효과 및 흑체 복사 설명’과는 방식이 사뭇 다른 논문이었다.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입증되지도 않은 이 논문이 그 후 100년 동안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왜 알아야 할까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7년이 지난 1932년 11월, 일제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던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잡지 ‘동광’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깊어 가는 가을에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는 꼭지에 한 필자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썼다.
“과학방면에 있어서는 에딩턴 저 ‘Space, Time and Gravitation’을 읽으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소개한 것으로서 고등수학에 소양이 있는 이는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에 고등수학에 소양이 없는 이로서 상대성이론의 개요를 알려면 아인슈타인 저 ‘일반 및 특수상대성이
론’을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이 책은 누구나 알 수 있게 만든 책이나 이것도 대수학을 모르고는 읽을 수없습니다. 왜 권하느냐고요? 조선 사람은 과학을 등한시하니 그 잘못을 교정하자는 것과 무엇보다도 시대에 낙오되지 말아야지요.”
에딩턴은 1920년 상대성이론의 주요 내용과 그에 관련된 철학적 해석이 포함된 저서 ‘공간, 시간, 중력’을 발표했다. 이 책은 갈릴레오의 책 ‘천문대화’처럼 실험물리학자와 순수수학자와 상대론자 세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하는 프롤로그로 시작해, 상대성이론의 의미와 해석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영어로 쓴 첫 상대성이론 해설서인 이 책에는 상대성이론이 실험물리학과 순수수학의 중간쯤에 있다는 에딩턴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흥미로운 점은 아인슈타인 자신이 1916년 12월에 이미 상대성이론을 일반 독자에게 소개하는 책을 썼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은 책의 서문에서 “상대성이론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론물리학의 수학적 장치에는 능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상대성이론에 대한 정확한 통찰을 주기 위해 쓴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물리학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나무들 속에서 숲을 보지 못해 헤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애를 썼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 정도의 표준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상당한 인내심과 의지력을 가진 독자”라면 차분히 책을 읽으며 참신한 생각을 배워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피력하고 있다.
‘동광’의 필자나 에딩턴이나 아인슈타인은 왜 그렇게 열심히 상대성이론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려 했을까? 특히 아인슈타인 자신조차 난해함을 토로했던 일반상대성이론을 제대로 알아야 할 이유는 뭘까? 이런 질문과 관련해 1922년 11월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가 의미심장하다. 4회에 걸쳐 ‘상대론의 물리학적 원리’라는 해설기사가 나온 뒤, 다시 3회에 걸쳐 ‘아인스타인(아인슈타인)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이 글을 기고한 사람은 베를린에 있는 황진남(黃鎭南)이었다. 함경도 함흥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하와이에 들어와 소학교와 중학교를 완전히 마치고 미주에 건너와 학업을 계속하여, 캘리포니아 대학, 베를린 대학, 파리 소르본 대학 등을 졸업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가 유창했고 국제적인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상해임시정부의 외교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1917년, 스물한 살의 황진남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을 무렵 처음 “물리학과에서 연구하시는 아인슈타인”에 대해 듣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이란 사람을 아느냐고 묻는 지인에게 아무 생각없이 그게 누구냐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는 것이다. 우주의 원리와 만물의 시작과 인생의 근원을 고민하는 철학자가 어떻게 상대성이론도 모르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겠느냐며, 이제 무지몽매의 꿈에서 깨어나 과학을 통해 진짜 세계에 들어가 새로운 파도에서 헤엄치고 놀아보라는 충고를 들었다. 황진남은 취리히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독일 베를린으로 가게 됐는데, 1922년 2월 “독일의 최고 학술기관인 소위 ‘과학아카데미’ 기념일”에 베를린에서 아인슈타인을 처음 만났다.
아인슈타인이 일본 ‘카이조’ 출판사의 초청으로 일본의 6개 도시에서 특별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황진남은 서둘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글을 써서 신문에 기고한 것이었다. 황진남은 이런 것을 아는 것이 일제 식민지 상태의 조선 대중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믿었다.

➊ 1922년 11월 18일자 동아일보 1면. 황진남이 ‘아인스타인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실었다.
➋ 아인슈타인이 1922년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찍은 사진. 아인슈타인 오른쪽에 서 있는 도호쿠제국대 물리학과 케이치 아이치 교수가 통역을 맡았다.
상대성이론의 힘
상대성이론과 아인슈타인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관심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1923년 동경유학생학우회가 국내에서 세 번째 하기순회강연회를 열었는데, 그 중에서도 7월 17일의 강연은 특별했다. ‘아인스타인의 상대성원리’라는 제목의 이 강연은 동경제국대학 이과부에 재학하고 있는 최윤식이 맡았는데, 200여 명이 모여 열성적으로 강연을 들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강우석, 안일영, 이정섭, 도상록 등이 상대성이론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사유의 궁극, 즉 가장 첨단의 이론과 접근을 배우고 이러한 사유를 통해 세상의 근원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해서였다. 이들에게 상대성이론으로 대표되는 과학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이러한 믿음은 이미 19세기 초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1833년에 영국 과학진흥협회에서 ‘과학자(scientist)’라는 말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윌리엄 휴얼과 그의 세 친구 찰스 배비지, 존 허셸, 리처드 존스는 케임브리지대에 다니고 있을 무렵 ‘철학자 조찬 모임’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서 과학적 방법과 최신의 과학적 성과를 나눴고, 이를 통해 과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임을 절감하고 있었다.
기존의 ‘과학의 대중적 소통’에서는 난해하고 복잡한 과학의 내용을 알기 쉽게 재구성하고 비유 등을 통해 해설하는 것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계몽적 관점을 비판하고, 대신 과학이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나아가 과학 자체가 사회적 맥락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모습을 바꿔 가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대성이론을 가지고 일반 대중들과 소통하려 했던 모습을 세세하게 다시 돌이켜 봄으로써 과학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상을 이해하고 미래로 향하는 전망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이 연재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역사와 철학에 주목하여 과학의 대중적 소통의 사례로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세 가지 목표가 있었다. 먼저 일반상대성이론의 역사적 전개를 상세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교과서적으로 개관된 일반상대성이론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역사 속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다루는 것이다. 또 일반상대성이론이 사상사에 어떻게 새롭게 기여했는지 살펴봄으로써 그 철학적 측면을 논의하려 애썼다. 끝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이 과학문화에 기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상세하게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과학의 역사에서 크나큰 이정표가 됐다. 단순히 중력 현상을 서술하는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과 물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말해 주는 가장 깊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갈지를 말해 주는 근본적인 틀이다. 그러나 다른 과학이론들처럼 일반상대성이론도 다양하게 해석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경험과 관찰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그 모습을 바꿔 나가게 될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도 거대한 과학사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하며 변화하고 있고, 일상 문화와도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시야를 자연과학 전체로,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과 문화까지 확대해 보면, 앞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이 뻗어나갈 길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푸른 바다이다.
상대성이론의 힘
상대성이론과 아인슈타인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관심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1923년 동경유학생학우회가 국내에서 세 번째 하기순회강연회를 열었는데, 그 중에서도 7월 17일의 강연은 특별했다. ‘아인스타인의 상대성원리’라는 제목의 이 강연은 동경제국대학 이과부에 재학하고 있는 최윤식이 맡았는데, 200여 명이 모여 열성적으로 강연을 들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강우석, 안일영, 이정섭, 도상록 등이 상대성이론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사유의 궁극, 즉 가장 첨단의 이론과 접근을 배우고 이러한 사유를 통해 세상의 근원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해서였다. 이들에게 상대성이론으로 대표되는 과학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이러한 믿음은 이미 19세기 초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1833년에 영국 과학진흥협회에서 ‘과학자(scientist)’라는 말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윌리엄 휴얼과 그의 세 친구 찰스 배비지, 존 허셸, 리처드 존스는 케임브리지대에 다니고 있을 무렵 ‘철학자 조찬 모임’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서 과학적 방법과 최신의 과학적 성과를 나눴고, 이를 통해 과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임을 절감하고 있었다.
기존의 ‘과학의 대중적 소통’에서는 난해하고 복잡한 과학의 내용을 알기 쉽게 재구성하고 비유 등을 통해 해설하는 것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계몽적 관점을 비판하고, 대신 과학이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나아가 과학 자체가 사회적 맥락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모습을 바꿔 가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대성이론을 가지고 일반 대중들과 소통하려 했던 모습을 세세하게 다시 돌이켜 봄으로써 과학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상을 이해하고 미래로 향하는 전망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이 연재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역사와 철학에 주목하여 과학의 대중적 소통의 사례로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세 가지 목표가 있었다. 먼저 일반상대성이론의 역사적 전개를 상세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교과서적으로 개관된 일반상대성이론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역사 속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다루는 것이다. 또 일반상대성이론이 사상사에 어떻게 새롭게 기여했는지 살펴봄으로써 그 철학적 측면을 논의하려 애썼다. 끝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이 과학문화에 기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상세하게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과학의 역사에서 크나큰 이정표가 됐다. 단순히 중력 현상을 서술하는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과 물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말해 주는 가장 깊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갈지를 말해 주는 근본적인 틀이다. 그러나 다른 과학이론들처럼 일반상대성이론도 다양하게 해석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경험과 관찰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그 모습을 바꿔 나가게 될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도 거대한 과학사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하며 변화하고 있고, 일상 문화와도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시야를 자연과학 전체로,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과 문화까지 확대해 보면, 앞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이 뻗어나갈 길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푸른 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