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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탄소배출에 따른 기온 상승을 막자는 목표 아래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내의 경우 전체 온실가스의 38%가 산업부문에서 배출된다. 탄소중립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부문에서의 적극적인 감축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은 탄소 중립에 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철강, 정유 및 석유화학, 반도체와 자동차 등은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 산업으로 꼽힌다. 매년 많은 화석 에너지를 수입하며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을 늘려 화석 연료 대신 청정 전기를 사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언급되지만, 국토가 좁고 사막 등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넓은 지역이 부족한 편이다. 해안을 따라 해상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 고려할 점이 많아 건설이 활발하지 않다. 원자력 발전 비율도 안전상의 이유로 감소 중이다. 연도별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12년 원전의 발전 비중은 약 29.5%에서 2019년 약 25.9%로 줄었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탄소중립에 불리하다


재생가능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비율이 높고, 에너지 집약 산업 의존도가 높지 않은 유럽에 비해 한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더욱 크다.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와 원가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악화로 현재 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어두워 보인다.


하지만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써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약속, 거스를 수 없는 시류에 발맞춰, 대한민국 산업계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신 기후체제에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이 크게 이슈화되기 전에도 석유화학 업계는 끊임없이 에너지 절감 노력을 기울였다. 에너지 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처사였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에너지 효율과 에너지 절감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석유화학 기업은 대부분 폐열을 재사용하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 석유화학 공정은 고온의 반응기가 많고 증류탑에서 끓는점을 이용한 분리 정제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다시 전기를 만든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많은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를 공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실험실 수준에서 만들어진 기술이 커다란 공장에서 똑같이 구현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용도 높았다. 하지만 점차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커지고 관련 비용이 증가하면서, 그동안 고려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바꾸고, 잡고… 기업의 탄소 저감 전략


산업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또다른 방법은 화석 에너지 기반 공정과 설비를 전기화(electrification)하는 것이다. 증기 터빈을 모터로 바꾸고, 열분해로를 전기분해로로 대체하는 식이다.


많은 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전기화를 도입 중인데, 이때 사용되는 전기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청정 전기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데 이 전기를 만드는 데 화석연료가 사용된다면 탄소 저감 측면에서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는 아직 재생가능에너지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 낮아 효용성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향후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비율을 40%까지 높일 예정이기 때문에, 전기화 전환도 점차 속도를 낼 것이다.


이런 방법을 거쳐도 어쩔 수 없이 공장에서는 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탄소를 다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고 활용해 전체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탄소포집·이용·저장(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기술이라고 부른다.


CCUS의 모든 분야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특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탄소 포집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게 ‘매체 순환 연소(CLC·Chemical Looping Combustion)’라는 기술이다. 보일러나 발전기에 적용해 스팀이나 전기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다. 이때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순도가 높고 포집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질소산화물이 배출되지 않아 탄산음료 등 식용으로도 판매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에서 고순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드라이아이스, 탄소 용접 등 공업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향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에틸렌(석유화학 공정의 기본 재료) 공장에 CLC를 적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화학연구원 등 국내 연구팀이 습식 및 건식 화학흡수제 개발과 공정화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공장은 변하는 중


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석유화학 산업은 오랫동안 환경을 파괴하고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플라스틱에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있다. 과도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문제지만, 플라스틱 자체는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한 특성이 있어 천연자원을 대체하고 에너지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합성섬유로 만든 튼튼한 옷 한 벌은 목화솜으로 만든 옷 10벌을 대체할 수 있다. 자동차의 차체 일부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한 덕분에 자동차의 무게가 줄어 더 적은 연료로 오랜 시간 운행할 수 있다. 만약 플라스틱이 세상에 없다면 천연자원은 빠르게 고갈되고 무거운 자동차는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할 것이다.


현재 산업계는 과도한 플라스틱이 문제라는 인식 아래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추가 배출되는 폐기물을 줄일 수 있도록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재생가능에너지 개발과도 관련이 있다. 태양광 소재, 전기 케이블, 화학 전지는 모두 화학 산업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이제는 석유화학 공장 자체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도 더하고 있다.

 

정부, 기업, 학계…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고, 산업계 역시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 신기후체제가 가져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산업계에서도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기본으로, 재생에너지와 그린 수소의 도입,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공정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등이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전혀 새로운 접근과 신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최근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탄소 저감과 CCUS 기술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 탄소중립이라는 쉽지 않은 목표를 위해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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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송민정 한화토탈 에너지관리팀 차장
  • 에디터

    이영애 기자
  • 디자인

    이명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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