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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유독 서로를 죽고 죽이는 걸까.’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야마기와 주이치 일본 교토대 총장은 아프리카에서 유인원을 조사하며 큰 의문을 느꼈다. 고릴라나 침팬지는 같은 종의 동료를 살해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인간만이 전쟁과 대량학살을 저지른다. 우간다와 르완다, 콩고 민주공화국의 내전을 곁에서 지켜본 주이치 교수는 인간의 폭력성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했다.
이전까지는 인간 폭력성의 기원을 ‘수렵생활(사냥)’에서 찾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진화역사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수렵생활 동안 인류는 무
기를 개발하며 공격성을 높였고, 그 덕분에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는 논리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절묘한 상징으로 이를 표현했다. 유인원이 동물 뼈를 무기 삼아 동족 내의 경쟁자들을 향해 휘두르면, 그 뼈가 하늘로 올라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유명한 장면이다.
주이치 교수는 이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종에 대한 폭력(사냥)과 같은 종에 대한 폭력(전쟁)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보기 때문이다. 야생에서는 포획물을 노리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같은 종의 동료를 공격하는 경우가 없다. 포획물은 솜씨 좋게 숨통을 끊어놓는 게 중요하지만, 같은 종 동료는 죽도록 공격할 필요가 없다. 먹이와 짝짓기 때문에 싸움이 붙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승자가 결정되고 갈등이 해소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럼 인간의 폭력성은 어디서 온 걸까. 주이치 교수는 자신이 관찰하던 침팬지 무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침팬지의 싸움은 인간의 싸움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침팬지는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는다. 침팬지 수컷들은 각 개체의 이익과 욕망에 휘둘려 싸움을 일으킨다. 반면 인간의 싸움은 무리와 관련이 깊다. 가족을 살리고 공동체의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부모에서 시작된 친족과 공동체는 점점 규모가 커져 결국 국가와 민족이라는 가상집단까지 확대됐다. 공동체 규모가 커진 탓에 폭력의 양과 질도 현격히 바뀌었다. 특히 현대의 전쟁은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사회성과 심리를 위정자들이 능란하게 조작해 벌어진다.
‘폭력은 어디서 왔나’는 주이치 교수가 영장류학과 인류학을 넘나들며 인간 폭력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인원과 인간의 삶을 비교하며 연구했던 그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이 담겨있다. 우리가 폭력의 기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거대한 폭력의 성채를 무너뜨릴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진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찾은 해답이 자못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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