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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희 자연과학부 교수 - 알츠하이머 고치는 화학자

도전! UNIST ➐




알츠하이머는 우리에겐 꽤 익숙한 존재다. 하지만 인지도에 비해 이 병은 알려진 게 많지 않다. 병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 추정일 뿐이었다. 임미희 UNIST 자연과학부 교수가 연구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임 교수는 지난해 5월,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확인하는 화학도구를 개발해 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의 원인 찾는 똑똑한 물질

알츠하이머를 앓는 사람의 뇌를 관찰하면 베타 아밀로이드가 많이 발견된다. 이 단백질이 머리 속의 지우개인 셈이다. 연구자들은 뇌 속에 있는 구리나 아연 같은 금속 물질과 이 단백질이 결합한 집합체가 신경세포를 파괴한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기작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임 교수가 개발한 화학도구는 이 기작을 밝히는 ‘효자 물질’이다. 이 물질은 뇌 속의 금속 물질과 결합한 베타 아밀로이드를 찾아내고 그 집합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막는다. 만약 이 물질이 들어갔을 때 더이상 신경세포가 파괴되지 않는다면 베타 아밀로이드가 병의 원인이 맞다는 얘기가 된다. “이전까지는 이 단백질이 알츠하이머와 관련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단백질 때문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한 것인지, 병 때문에 단백질이 만들어진 것인지, 원인과 결과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밝혀낼 수 있는 화학도구가 필요했죠. 단백질의 기능을 막았더니 정말 신경세포 파괴가 사라졌어요. 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한 겁니다.”

알츠하이머, 평범한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돼야

단백질의 기능을 막을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의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알츠하이머 연구에 투자하려는 제약회사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여러 회사를 만나본 끝에 다행히 치료제 개발을 함께 진행하려는 회사를 찾았어요. 물론 신약 개발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치료제로 쓰일 만한 물질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희망이죠.” 임 교수는 이보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우리나라의 고정 관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임 교수가 유니스트에 오기 전 연구했던 미국 미시간주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를 부끄러운 병이라고 생각해 환자를 숨기려는 경향이 있는데, 미시간에는 환자나 환자 가족을 위한 클럽도 마련돼 있다. 환자 가족들이 뜨개질로 만든 수제품을 팔아 번 돈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임 교수의 첫 연구비도 그들이 지원한 돈이었다.

“알츠하이머도 평범한 질병이에요. 이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돼야 연구도, 치료제 개발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그렇게 변한다면 알츠하이머 치료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겁니다.”
 

201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사진

    남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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