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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감지하고 어떻게 적응하나

지구의 나이는 대략 45억년이며, 이 기간동안 지구상의 대기 물 암석들은 많은 변화를 거쳐서 서서히 이루어졌다. 특히 대기중의 산소는 대략 6 억년전부터 서식하기 시작한 식물들에 의하여 만들어 졌다.

우리는 제4빙하기가 끝난 후 약 1만 2천년이 지난 시점에 살고 있다. 빙하기가 끝나고 6천년은 동안 현재보다 기온이 약간 높았으나, 5천년전부터는 지구표면의 물리적 환경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 기간동안 식물은 환경조건중 특히 빛, 온도, 습도, 그리고 낮과 밤의 길이에 잘 순응하여 왔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식물은 계절변화에 대하여 어떠한 반응으로 적응하여 왔을까?


갈대^벼과의 다년생초로 9월에 꽃이 핀다.^낙엽^가을을 맞은 식물의 대표적적응 형태. 수분부족에 따른 부득이한 생존방식이다.
 

낙엽의 원인은 수분 부족

가을철 기온이 내려가고 건조한 대기 속에서 식물은 일차적으로 수분의 부족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육지에서 서식하는 고등식물은 뿌리를 통하여 흡수한 물을 물관부를 따라 잎에 끌어올린 후, 잎에서 증산과정으로 99%이상 배출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대부분 경작식물은 1g의 낱알을 얻기 위하여 5백g이상 물을 증산하여야 한다. 특히 기후가 건조해지면 증산을 위하여 더 많은 물을 뿌리로부터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하여 물이 부족하게 되면 생존을 위하여 부득이 자신의 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육상식물은 이같은 생존의 방법으로 낙엽을 지게한다. 그러면 식물은 어디에서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는 것일까? 이같은 신호는 잎에서 받아 잎꼭지의 끝에 전달되어, 그곳에서 복잡한 과정을 통하여 잎의 탈락이 일어난다. 이때 잎은 습도의 감지를 함께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때의 신호는 물리적인 신호이기 때문에, 식물체가 받을 수 있는 전달자로 변환되어야 한다. 물이 적다든지 온도가 내려갈 때, 잎에서 식물호르몬의 일종인 앱시스산(abscisic acid, ABA)의 양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이 호르몬이 잎의 탈락을 일으키는데 관여함을 알 수 있다. 생물체의 발달을 제어하는 호르몬이 잎의 탈락에 관여함은 생리·생태적으로 중요하다.

식물은 자신에게 불리한 계절이 닥쳐옴을 예견하고 있어서, 늦은 여름에 이미 다음해에 다시 소생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일년생 식물은 종자로서 겨울을 나게 될 것이며, 다년생 낙엽성 식물은 눈(bud)의 상태로 추위를 견디어낼 것이다. 식물은 이같은 악조건을 휴면(dormancy)으로 이겨낸다. 휴면이란 생장과 물질대사과정이 잠정적으로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휴면상태는 눈(bud)의 휴면과 종자의 휴면으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일정한 기간이 지나 알맞는 환경조건이 되면 휴면으로 부터 벗어난다.

나무들의 겨울잠

눈의 휴면은 거의 항상 잎의 단풍이 지고 노쇠 하기 전에 진행된다. 많은 종류의 나무의 눈은 한 여름에 형성된다. 겨울을 지낼 휴면아(休眠芽·bud dormancy)는 저온에 의해 유도되는데, 온도가 높게 유지되는 경우에는 낮의 길이에 의해 형성된다. 낙엽수의 경우, 21~27˚C의 온도에서는 낮의 길이가 짧아질때 휴면아를 유도하나 15˚C에서는 낮의 길이와는 무관하게 저온에 의한 휴면아가 유도됨을 볼 수 있다. 휴면아 형성에서 온도와 낮의 길이는 얼마간의 상호관계가 항상있다.

휴면은 눈으로 나타날지라도 낮의 길이(광주기)에 대한 감지는 보통 잎에서 일어난다. 자작나무의 경우에는 눈이 직접 낮의 길이를 감지한다. 한종 안에서도 휴면반응에는 상당한 유전적 변이가 있다. 예를들면, 미국 매사추세츠의 북방 품종인 붉은 단풍나무가 단일(短日)및 저온처리에 의해 휴면이 일어났으나 플로리다의 남방 품종에서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같은 나무들은 그것이 자생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 즉 플로리다 단풍나무는 가을철에 휴면기에 접어들 수 없기 때문에 따스한 남부기후에 국한되어 자생한다.

무기영양소 특히 질소공급의 제한과 수분공급의 제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휴면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건조기후 또는 열대기후에서 일어나는 고온과 한발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휴면에 들어가는 식물이 있어 매우 중요하다.

휴면이 처음 발달하기 사작할 때, 인위적으로 적절한 온도, 장일(長日)처리 또는 계속적으로 빛을 쪼여줌으로써 쉽게 휴면에서 벗아나게 할수 있다.

휴면아는 전형적으로 특별한 잎이 변형된 형태의 인아(bud scale)를 갖고 있다. 이같은 인아는 건조를 방지하고 열손실을 막는 절연체로 작용한다.

이 휴면으로부터 깨어나는 것은 온도와 낮의 길이에 대한 반응으로 유도된다. 이때 장일조건에 반응하는 기관은 인아 자체가 반응한다. 또한 탈휴면의 효과적인 빛은 적색광인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도 눈의 탈휴면은 저온에 노출됨으로써 일어난다. 10˚C이하의 온도가 수일에서 서너달 요구될 수도 있다.

과수의 경우, 0˚C보다는 5~7˚C가 더욱 효과적이다. 과수의 탈휴면에 요구되는 최저 저온처리기간 결정을 위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북반구에서 자랄 수 있는 과수가 얼마나 먼남쪽까지 생존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약7˚C에서 1천~1천4백시간의 저온처리기간이 요구된다. 단기간의 저온을 요구하는 복숭아 품종을 얻기 위한 연구들이 이루어 졌는데, 이렇게 될 때 겨울이 따뜻한 지역에서도 복숭아가 재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탈휴면에 대한 저온처리효과는 식물체 내부에서 이동하지 않고 각각의 눈에 국한되어 있다. 예를들면 휴면중인 라일락의 가지를 온실벽에 구멍을 내고 외부환경에 노출시키면, 겨울의 저온에 노출된 가지에서는 이른 봄에 잎이 생기지만 그외의 온실 내부에 있던 가지는 휴면상태 그대로 있다. 그밖에 지베렐린이란 식물호르몬을 여러 낙엽수에 처리하면 휴면아가 탈휴면된다.


단풍
 

종자가 싹트는 조건

종자는 배(胚·embryo)와 이를 둘러싼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자의 겉은 종피로 덮혀 있으며, 그 안에 배를 둘러싸거나 배 옆에 위치한 배유(胚乳·endosperm)가 있다. 식물종류에 따라서 배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 종자의 휴면은 배자체가 성숙하지 않았거나 대사과정이 억제되어 나타나는 경우와, 산소나 수분을 투과시키지 않는 종피의 불투과성에 의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배가 성숙하지 못하여 발아되지 않는 종자는 물속에서 10일내지 몇달동안 침윤시켜 미숙한 배의 분화를 완성시킴으로써 휴면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바람꽃의 일종이나 구주물푸레나무에서 볼 수 있다.

온도가 매우 이상적이며 막대한 양의 산소와 습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익은 토마토 속의 종자가 열매속으로 싹트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종자속에 발아 억제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종자속의 억제물질 때문에 종자가 발아하지 못할 때에는 충분한 강우에 의해서 종자의 억제물질이 씻겨져 나가야 한다. 이 경우는 온도보다 습도가 제한요소로 작용하는 사막에서 매우 중요하다.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억제 물질은 ABA이다.

앞의 보기와는 달리 배 서양오얏 체리 등과 같이 핵과를 갖는 장미과 식물과, 낙엽수 침엽수 성 식물 등의 많은 종자는 산소와 습도가 적절한 조건에서 수 주일에서 수 개월동안 저운에 노출되어야만 발아가 된다. 즉 이들 종자는 가울에 파종하여 겨울의 저온에 노출되어야 이듬해 봄에 휴면으로부터 벗어나 발아할 수 있다. 따라서 발아 생리실험을 위하여는 이러한 종자를 저온에서 전처리한 후 파종한다. 자연상태에서 저온이 요구된다는 것은 가을이나 겨울이 이상난동일 때 종자가 발아하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종자를 보호하는 의의를 갖는다.

저온요구성 종자들은 저온처리 동안에 저장세포로부터 종자의 탄소와 질소원이 왕성하게 생장한다. 또한 당분의 축적이 일어나는데, 이는 에너지원으로 쓰이며 또한 삼투압을 이용해 물을 끌어당김으로써 종국에는 발아를 유도한다. 이와 더불어 저온처리에 의해 억제물질이 감소하여 지베렐린과 시토키닌의 축적이 일어난다.

종자의 탈휴면 메카니즘은 어느 부위에서 일어날까? 저온처리된 종자에서 분리한 배는 따뜻한 온도에서 생장하지만, 저온처리하지 않은 배는 생장할 수 없다. 따라서 저온이 배에 직접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이와 일치되는 것으로 저온전처리한 호두종자의 생장하는 배의 압력은 저온처리 하지 않아 종피를 깰 수 없는 배의 압력보다 높다.


갯버들^버드나무과의 식물로 벨벳처럼 부드러운 휴면아로 겨울을 난 후 이른 봄 꽃눈이 된다.
 

계절과 온도에 민감한 식물들

식물의 생장은 온도에 민감하며, 적은 온도 차이에 의해서도 생장률이 현저하게 변한다. 초본식물의 전형적인 생활사에서는 영양 생장의 시기와 생식의 시기를 관찰할 수 있다. 이 두 시기중에서 특히 영양생장률은 온도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종자의 저온전처리는 때때로 탈휴면 작용과 생장에 대해 강력한 지연효과를 갖는다. 복숭아 종자에서 배를 떼어내면 저온전처리 없이도 발아하지만, 어린식물은 빈번히 키가 작고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 떼어낸 배를 저온에서 보관시키면 정상적인 어린식물로 생장하는 것으로 보아, 정상적인 상태는 자엽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온전처리에 의해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식물의 생장이나 발달이 온도변화에 의해 촉진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온도주기성이라고 한다. 감자의 괴경형성과 토마토의 과일성숙은 이온도주기성의 좋은 보기이다.

계절적인 변화를 보이는 광주기와 더불어 온도 특히 겨울의 저온상태가 양적 변화인 생장뿐만이 아니라 질적변화인 식물의 개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온도의 변화가 개화를 조절하는 환경 요인임을 최초로 밝힌 '가스너'(Gassner)는 밀과 귀리의 겨울형과 봄형의 품종을 1월과 7월사이에 파종한 후 발아시의 온도를 1~2˚C, 5~6˚C, 12˚C와 24˚C로 각각 유지시켰다. 그 결과 봄형은 발아시 온도와 관계없이 모두 여름에 개화되었으나, 겨울형은 생장기간에 관계없이 발아시 1~2˚C로 처리된 것에서만 여름에 개화되었다. 이와같은 저온에 의한 개화촉진 효과를 춘화처리(春花拠理·Vernalization)라 한다.

겨울형의 1년생인 겨울밀의 경우에 단일처리가 저온효과를 어느정도 대치할 수 있고, 춘화전처리된 식물은 장일처리에 의해서 개화가 매우 촉진된다. 겨울을 나는 모든 일년생 식물은 저온뿐만 아니라 그 후에 이어지는 늦은 이른 여름의 장일조건에 의하여 개화가 촉진된다.

겨울 지나야 꽃피는 2년생 식물

두번의 생장철을 사는 2년생 식물은 그 다음 꽃을 피우고 죽게 된다. 사탕무우 배추 당근 샐러리 등이 여기 해당된다. 이들은 발아하여 전형적인 로제트 생장형을 이룬다. 잎은 가을에 죽으며 죽은 기저부는 크라운 형태로 정단분열조직을 보호한다. 두번째 봄이 오면 새로운 잎이 형성되고, 꽃대의 빠른 신장이 일어나는데 이를 꽃종서기(bolting)라 한다. 두번의 생장철 사이에 겨울의 찬 날씨에 노출되는 것이 개화를 유도한다.

대부분의 2년생 식물은 빙점에서 약간 높은 온도에 수일에서 수주일간 노출됨으로써 꽃을 형성하는데, 이는 일년생 식물의 임의적 요구에 비해 절대적 요구조건이다. 사탕무우는 저온에 노출되지 않으면 몇 년 동안이나 죽지않고 생장을 계속 할 수 있다. 대다수 이년생 식물의 개화는 저온처리 후에 이어지는 장일조건에 의해 촉진되며, 그 중 어떤 식물은 이같은 처리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다른 2년생 식물에서는 춘화처리 후 일조시간 과는 무관하다.

다년생 초본식물의 개화에는 저온다음에 이어지는 단일처리가 요구되는 것이 있다. 국화는 해가 짧아지길 요구하는 대표적 식물이다. 환경에 대한 이같은 반응은 식물에게 일년 주기의 기후 순환을 대비하게 한다.

춘화처리됨으로써 저온에 반응하는 부위는 분열조직인 눈이다. 개화는 저온처리된 눈을 갖는 식물에서만 일어난다. 밀종자의 배와 분리한 분열조직도 역시 춘화되어 있다. 이는 춘화처리된 조직을 춘화처리 되지 않은 식물에 접목하였을때 종국에 개화되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에서 언급한 탈휴면을 위한 휴면아의 저온처리 효과가 이동되지 않고 각각의 눈에 국한되는 것과는 다르다.

춘화처리에 대한 최적 온도범위는 식물에 따라 어느 정도 다르나, 꽤 넓은 온도범위를 갖는다. 가장 효과적인 최소한 기간은 4일에서 8주간으로 매우 다양하며, 겨울밀은 3주, 사리풀은 3개월의 포화시간을 갖는다.

저온처리 효과는 매우 안정해

'멜처스'(Melchers)는 춘화처리된 사리풀을 저온영향을 받지 않은 영양생장을 하고 있는 식물에 접목하여 개화를 유도하였다. 만일 자극을 받은 식물의 잎이 떨어지거나 암처리되면 잎을 지니고 자극을 넘겨 주는 식물체로 부터 양분의 공급도 받아야 하는데, 이때 개화자국의 이동이 더욱 촉진되는 것으로 보아 탄수화물의 수송이 이를 돕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춘화처리에 의하여 생성된 자극물질을 버날린(vernalin)이라 가정했으나, 이 물질의 분리 동정은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버날린이라는 물질이 지베렐린의 성질과 유사했다. 이미 여러 일년생 식물에서 지베렐린이 개화를 유도함이 알려졌다.

러시아의 '차일라키안'은 개화형성에 지베렐린 유사물질과 자신이 제안한 개화유도물질인 안테신(anthesin)의 두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 두 종류의 물질개념을 뒷받침하는 실험이 멜처스에 의해 행해졌다.

춘화처리가 되지 않은 단일식물인 담배를 같은 조건인 유도되지 않은 저온 요구성 식물인 싸리풀에 접목하여 후자의 개화를 유도하였다. 분명히 위의 두 식물은 개화에 필요한 물질을 각각 갖고 있어서 접목을 통해 서로에게 없는 물질을 교환하여 개화를 유도했다. 그러나 싸리풀에서는 성공했으나 같은종의 담배와의 접목을 통해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춘화처리된 식물의 개화를 일으킬 수 있는 유도된 상태는 그 조건이 얼마나 오래 보존될까? 싸리풀의 경우, 저온처리효과는 3백일이 지나야 손실이 약간 있다. 다른 식물에서도 이 유도된 상태는 매우 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식물에 계절변화에 대하여 어떻게 생장하여 발달하여 가는가를 개략적으로 살펴 보았다. 식물은 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스스로의 변화를 통하여 생존할 수 밖에 없음을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이들 서로의 변화의 양적 및 질적 조화가 바로 적응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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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홍영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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