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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프로포즈 공식’으로 거듭난다



‘404 Not Found. 요청한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공유경제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는 많지 않았다. 서울시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가 운영하는 공유경제 정보 사이트인 ‘공유허브’에 등록돼 있는 공유기업 상당수는 홈페이지가 아예 없어지거나 최근 게시물의 날짜가 1~2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 올해 초 회원 수 50만 명을 돌파했다는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이나, 물량이 너무 많아 일부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던 아이 옷 공유 서비스 등은 일부 사례에 불과했다. 2012년 박원순 서울 시장이 ‘공유도시 서울’을 표방한 이후 계속 공유경제 확산에 힘쓰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공유경제 + 사물인터넷

현장에서는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카풀 서비스 ‘티클’을 운영하는 박성환 대표는 “서비스를 4년 정도 지속했는데, 수익이 없어 지금은 플랫폼만 겨우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공유경제 플랫폼이 수익모델이 없다는 게 공통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권난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매니저는 “국내는 아직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이 낮아 수수료를 받는 공유기업도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유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은 다른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공유경제지만, 자발적인 참여를 지속시키려면 제공자와 사용자에게 분명한 경제적 이익이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집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나 차량 공유 서비스 ‘집카’ 등은 제공자와 이용자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에어비앤비나 집카는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고,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해 생계를 유지하는 개인이 있을 정도다. 이용자도 기존 숙박 업체나 렌터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 공유 서비스를 내놓은 박태림 이노온 대표는 공유기업 역시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공유경제에 사물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와 수익모델을 만든 것이다. 박 대표는 평소 70% 이상 비어 있거나 부정주차로 사용되는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공유되는 유료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커다란 금속성 물체, 즉 차가 세워져 있을 때 지구 자기장 변화를 감지해 주차 상태를 지도에 표시해주는 센서를 개발했다. 다른 금속성 물체와 구분하기 위한 알고리듬도 내장했다.
운전자는 센서가 보내오는 정보를 앱에서 확인하고 쉽고 저렴하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거주자는 평소에는 버려지는 공간에서 부수입을 얻는다. “주인도 가치를 잘 모르는 공간입니다. 만약 한 시간에 2000원씩 받고 하루 4시간, 주 5일 동안 다른 운전자에게 주차 공간을 제공하면 연간 200만 원의 부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교회나 사유지 등 130만 개 가량의 비어 있는 공간을 통해 연간 1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입장에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매년 새로운 주차공간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주차공간 한 개를 건설하는 데 통상 5000만 원이 소비된다. 운전자가 주차공간을 찾느라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내뿜는 배기가스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이런 점 덕분에 이노온은 올해 7월 서울시 공유기업으로 지정됐다.



노벨경제학상 받은 자원배분 이론에 묻다

물론 공유경제의 특성상 모든 기업이 전부 수익을 낼 수는 없다. 모두가 이노온 같은 기술 벤처일 수도 없다. 공유경제는 다른 경제 시스템과 달리 공공성과 형평성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규진 아주대 TOD기반 지속가능 도시•교통연구센터 교수는 “특히 카셰어링은 대중교통의 보완재이기 때문에 모든 시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럴수록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아직 그만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셰어링을 운영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경제성 분석이나 공학적 설계를 하지 못했다”며 “카셰어링 업체가 주차장 공유를 요청하면 그 지역의 인구 수를 토대로 공유 면적을 결정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휴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은 없을까. 엄상일 KAIST 수리과학부 교수는 “201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UCLA의 로이드 샤플리 교수와 하버드대 앨빈 로스의 시장 자원 배분 이론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WHAT 있을 것”이라며 “최근 모바일 메신저 업체에서 시작한 택시 콜서비스나 결혼정보회사의 남녀 짝짓기 문제가 대표적인 자원 배분 문제”라고 말했다.

1962년 로이드 샤플리 교수는 서로를 원하는 각기 다른 집합의 경제주체들을 안정적으로 이어 주는 ‘양방향 매칭 문제’와 ‘잠정 수락 알고리듬’을 제시했다. 예컨대, 여자가 한 남자에게 프로포즈 받으면 일단 이 남자를 잠정 파트너로 정한다. 다른 남자가 또 프로포즈하면 여자는 두 남자를 비교해 더 나은 남자를 잠정 결정한다. 더 이상 나은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그 때까지 잠정적으로 정한 남자를 최종 파트너로 결정한다.

샤플리 교수는 1974년, 주택처럼 나눌 수 없는 재화를 가진 경제주체들이 서로의 주택을 원할 때 더 선호하는 주택을 갖도록 재분배하는 문제와 이를 풀기 위한 알고리듬도 제시했다. 각자 가장 선호하는 주택을 화살표로 가리켰을 때 아무도 겹치지 않고 한 바퀴 도는 사이클이 완성되면 거래 후 시장을 떠나게 하는 방법이다.

이런 알고리듬은 실제 시장에 반영됐다. 앨빈 로스 교수는 병원들이 의대 졸업생들에게 레지던트 자리를 제안하는 방식이 잠정 수락 알고리듬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2003년에는 고등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는 데 잠정 수락 알고리듬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2004년에는 말기 신장병 환자들이 신장을 교환하는 문제도 연구했다.

이제는 공유경제에 이런 원리를 도입하면 어떨까. 유휴자원, 즉 주차장이나 아이 옷, 책 등을 공유하는 문제는 차를 가진 운전자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 그리고 책을 읽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이 대상이 되는 매칭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잠정 수락 알고리듬 등을 구현하면 충분히 이처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할것이다.



주차장, 아무 데나 짓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공유가 활발하게 일어나려면 필요한 물건이 가까이 있고 쓰기 편리해야 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서비스는 초기에 주차장이 부족하고 차를 빌린 곳으로 다시 반납해야 하는 등 불편이 많아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지금은 사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차를 빌리지 않은 곳에 반납할 수 있는 편도서비스 등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킨 서비스 덕분이다. 홍지영 쏘카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편도 서비스는 실제 운영상 주차비나 차량이 특정 지역으로 몰릴 때 어떻게 분산해야 할지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며 “1일짜리 프로젝트성 편도 운영을 통해 이용 패턴을 수집한 뒤,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영업 비밀’이라며 답을 피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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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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