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원래는 조선공학을 전공했는데.
학부 때 전공은 조선공학이 맞습니다. 그런데 막상 유학을 가려니 조선공학을 할 수 있는 곳이 몇 곳 없었습니다. 게다가 미국 학계는 상선을 만들기보다는 군함개발 같은 방위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선공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기계공학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Q 기계공학과 연료전지도 서로 다른 분야 아닌가.
처음에는 제어분야를 했습니다. 제어는 기계를 움직이는 프로그래밍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요. 가만히 앉아서 프로그램을 짜는 게 저랑 안 맞았어요. 그러다 마침 미국에서 연료전지 연구가 시작됐고, 새로 시작하는 분야에 몸으로 한번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연구분야를 바꾸게 됐습니다.
Q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는 어떤가.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지만 5000만 원(미국 기준)밖에 안 되는 가격은 큰 장점입니다. 수소차를 차세대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도 놀랐을 거예요. 최근에는 현대차도 50%가량 가격을 내렸어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누가 출력 좋은 가솔린차를 두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냐’며 비웃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하이브리드가 완전히 대중화가 됐습니다. 수소차도 10년 뒤엔 이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Q 도요타와 현대차의 강점을 말해 달라.
소재의 일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전통적으로 소재에 강합니다. 연료전지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일본은 80년대부터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연구를 했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노하우가 있을 거예요.
반면 현대차는 출발은 늦었지만 빠르게 다른 기업들을 따라잡았어요. 현대차는 연료전지에서 나온 동력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잘 만들죠. 시스템이란 수소차에 들어가는 냉각기, 압축기, 물공급기 같은 보조 장치인데 현대차는 여기에 강점이 있습니다.
Q 수소차 상용화의 걸림돌은.
촉매로 백금을 주로 쓰기 때문에 가격이 당연히 비쌉니다. 그리고 아직 내구성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어요. 또 수소 충전소가 없어서 당장 수소차를 산다 해도 100% 활용하긴 힘듭니다. 서울에도 충전소가 딱 하나뿐입니다.
Q 후배 공학도에게 조언을 한다면.
공학은 과학과 달리 응용과 실행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자동차 설계도를 완벽히 알아도 단번에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립을 시작하고 나서 5분도 안 돼 문제가 생기고, 과정을 수정해야 할 겁니다. 이때 문제를 해결하는 게 경험입니다. 경험은 좋은 책이나 훌륭한 선배가 가르쳐 주지 않아요. 오직 자신의 실패와 다양한 활동으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실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