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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날씨 냉해 등 위험 예상돼

기상을 예상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기상학자들 사이에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몇가지 이론을 소개하고 이것이 올여름 날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아본다.

올여름의 날씨는 어떨까. 무더운 여름, 지리한 장마속의 집중호우 등을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어느 수준일까를 예상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지난 겨울의 이상난동으로 예측컨대, 예년과 비교해 서늘한 여름일 확률도 있어 올여름 날씨의 예상은 쉽지 않다. 확률적으로 이상난동의 겨울 이후에는 여름기상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예년과 다른 홍수와 가뭄, 고온과 저온현상이 있었던 것이 사실.

중앙기상대는 "올여름 장마는 6월 하순에 시작하여 7월 한달 동안 계속되겠으며, 장마 기간중 강우량은 평균 2백~3백50mm로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강우량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심하여 집중호우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학의 발달은 2~3일 내지 1주일 후를 내다보는 단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였지만 1개월 후의 기상을 정확히 예상하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이다.

기상은 기본적으오 기단(air mass, 공기덩어리)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나라 여름날씨를 좌우하는 기단은 고온다습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차고 습한 오오츠크 고기압.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할 때는 중앙부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고 수축할 경우는 고기압 가장자리에 폭우가 내린다. 오오츠크 고기압이 발달할 때는 의외로 선선한 날씨의 여름을 맞을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벼농사에 크게 피해를 입혔던 1980년 여름의 이상저온이 바로 이 경우다. (표1)

이러한 기단의 움직임은 쉽게 예측할 수가 없다. 기단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다. 직접적으로는 해양과 대륙분포, 해수면 온도, 무역풍과 편서풍 등 바람 등이 있고 간접적으로 기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서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태양의 활동, 화산폭발, 토양수분, 삼림파괴로 인한 식생분포의 변화 등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가 복합작용을 일으켜 기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여름의 살인적인 무더위, 지난 겨울의 이상난동을 경험한 국민들의 기상에 대한 관심은, 이제 한번 지나가 버리면 끝나는 단순한 날씨 차원이 아니라, 기상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대해 심도하게 받아들이는 정도로 높아져가고 있다. 더욱이 우리가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지난해 미국 중서부 지방의 가뭄,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온 방글라데시의 홍수, 86년 초에 유럽을 휩쓴 한파, 80년대 초반부터 계속 악화되는 아프리카 사헤르지방의 사막화등은 기상을 지구촌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시키기에 충분하다.
 

(표 1) 연도별 여름(7,8월) 평균기온


3~6년의 주기적 현상「엘니뇨」

요즘 환경학자를 중심으로 이상난동의 주범으로 제기되고 있는 온실효과는 분명 기상변화의 한 요인이긴 하지만 최근의 기상이변을 설명하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대양과 그 위를 떠도는 대기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 특히 인도네시아 남미 페루사이의 적도지방에서 일어나는 '엘니뇨' 현상과 그로 인한 북위도지방에서 연중 불고 있는 편서풍의 '지그재그'(zigzag)진행 등이 관심의 촛점이다.

태평양의 적도지방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연중 불고 있다. 이 무역풍은 태평양의 흐름을 지배하는데(그림1), 이로 인해 태평양 수심이 보통 페루해안보다 인도네시아 해안 근처가 2m가량 높은 것이 상례이다. 인도네시아 해안 주변에는 항상 따뜻한 바닷물(29˚C)이 모이게 된고 페루해안 주변에는 항상 차가운 바닷물이 모인다. 즉 인도네시아 주변 해역에는 비를 뿌리는 적란운이 형성되고 반대로 페루해역 및 태평양 중심부는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그러나 무역풍의 세기가 감소되면 이러한 평상시의 상황은 변한다. 따뜻한 바닷물이 역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면서 적도부근 태평양 전역의 대기를 데워 새로운 열원(熱原)을 형성시킨다. 이것이 바로 '엘니뇨'현상.

지구 대기가 태양에서 받는 열에너지와 우주공간으로 방사하는 열에너지는 거의 일정하다. 대기중의 어느 일부가 집중적인 열에너지를 확보했다면 이를 지구 전체 대기로 확산하는 운동이 있기 마련이다. 즉 가열된 대기는 남북 내지 동서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서로의 온도차를 좁힌다. 결국 이러한 대기의 움직임이 세계의 기상을 결정하는 1차요인이 되는 것이다.

적도부근의 열원천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엘니뇨현상에 의해 더운 바닷물이 적도부근 태평양을 덮으면서 증발한 수증기가 모여 구름을 형성한다. 응결할 때 내는 열은 매우 크므로 구름은 열덩어리라고 할수 있다. 이 열원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세게의 기상이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엘니뇨현상은 3~6년을 주기로 반복되었다. 대규모 엘니뇨현상이 일어났던 1982~1983년에는 페루 해역 바닷물의 온도를 무려 5~7˚C 이상 올려, 정어리파동을 겪게 했던 것은 유명한 일. 정어리파동은 미국의 비료에 사용하던 정어리를 콩으로 대체함으로써 세계적인 콩파동으로 연결되었다.

엘니뇨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 홍수와 가뭄 또는 한파를 몰고 온다. 이러한 전지구적인 현상은 정확히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태평양 중심주의 이상(異常)열원이 다른 곳의 열을 빼앗고, 한곳의 집중적인 호우는 다른 한곳의 가뭄을 초래한다고 막연히 이해되고 있다.
 

(그림 1) 무역풍에 의한 태평양의 해류흐름


고기압과 저기압이 결합

최근 기상학자들은 북위도 지방의 대기흐름을 지배하는 편서풍(Z기류)에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지구 대기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시속 3백km 이상인 편서풍은 북극을 중심으로 완만한 원을 그리면서 지구 주위를 돈다. 대체로 편서풍이 지나가나 지역은 해륙분포에 따라 한파가 몰아닥치는데, 유럽 북부 시베리아 미국 북동부의 매서운 추위가 편서풍의 움직임으로 설명된다. 일부 기상학자들 사이에는 작년 우리나라가 이상난동을 겪은 주원인을 Z기류가 우리나라까지 남하히지 않은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편서풍이 완만한 '지그재그' 형태로 움직이면서 차가운 저기압과 따뜻한 고기압이 한데 엉기면 비정상적인(순서가 뒤바뀐)대기가 형성되면서 지그재그의 폭이 점차로 커진다(그림2). 최근의 연구결과는 고기압과 저기압이 한번 엉기면 편서풍의 지그재그 움직음을 가속화시켜서 평소의 편서풍 진행 지역과는 다른 곳으로 움직이게 할뿐더러 이러한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더욱이 편서풍의 지그재그 움직임을 가속화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적도부근 태평양 전역에서 일어나는 엘니뇨현상과 중위도 태평양지역의 '라니냐'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적도 부근의 따뜻한 바닷물(엘니뇨, 스페인어로 '소년'의 뜻)과 중위도지방의 차거운 바닷물(라리냐, '소녀')이 생성시킨 거대한 구름덩어리(열원)가 움직이면서 편서풍의 진행을 교란시켰다고 보는 것.

결국 가장 최근에 일어난 엘니뇨현상(86년 말~88년)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이상난동을, 방글라데시에서는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온 대홍수를, 미국 중서부지방에서는 가뭄을 발생시켰다고 추측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으로 올해의 기상을, 특히 올여름의 기상을 장기예보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않다. 대기의 움직임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기는 너무도 복잡하고 돌발적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기상은 대기와 대양 바람의 상호작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88년의 큰 가뭄과 홍수를 분석한 기상학자들의 견해는 태평양 중위도지방의 차가운 바닷물(라니냐, 적도지방의 따뜻한 바닷물에 의해 상대적으로 생성됨) 이 아직도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어 이것이 올봄 내지 올여음 기상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측할 따름이다. 즉 편서풍의 지그재그 진행이 쉽사리 정상궤도를 찾지 못하면 지역에 따라 홍수와 가뭄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무더운 여름날씨가 예상된다는 것.

우리나라와 일본 등을 포함한 호우와 긴 장마, 찌는듯한 폭염이 반복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정반대로 서늘한 날씨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가후모델의 대변환 예고

앞에서 밝힌대로 엘니뇨현상을 비롯한 대기와 대양 바람의 상호작용만이 기상이변의 변수는 아니다. 그중에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로 인한 온실효과는 아직가지 뚜렷한 결과를 나타내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지구의 대기온도를 조금씩 상승시켜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산화탄소는 태양에서 흡수된 열이 지구밖으로 복사되어 나갈 때 이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므로 대기온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 30년간에 이산화탄소 양은 10% 이상 증가하였고 대기온도도 19세기 말과 비교해 북반구 전체의 연평균기온이 약 0.5˚C 높아졌다. 만일 이산화탄소 양이 지금보다 2배 이상 증가하면 지구 전체의 대기온도는 3˚C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극지방의 온도상승폭은 더욱커 빙하 등이 녹아내릴 경우 해수면이 높아지고 이에따라 대기의 흐름도 대단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손쉽게 예상할 수 있다.
기상변화는 원인과 결과가 반드시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뒤바뀌어 영향을 주므로 이러한 온실효과의 가속화는 현재의 기후모델을 완전히 뒤엎는 결과를 낳게 된다.

최근 일부 기상학자들 사이에는 지금까지 완만히 진행된 온실효과가 산업구조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한층 가속화될 것이므로 기상에 질적변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화산폭발도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산폭발은 지구기온을 높이는 쪽보다는 한랭화를 촉진시킨다. 그것은 화산폭발에 의한 화산재가 태양의 일사를 방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82년 멕시코의 '엘치코날' 화산은 규모에 있어서 그다지 큰 화산폭발은 아니었지만 대량의 화산재를 대기권에 방출하였다. 화산재에 포함되어 있는 에어로졸 입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반구 전역을 덮어 일시적으로 일사량을 20% 가까이 감소시킨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보다 훨씬 오래전의 일이지만 18세기말 미국 동부부를 강타한 한파의 원인은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기상학은 종합학문
 

(그림 2) 편서풍의 지그재그진행


지구의 기상을 지배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태양의 활동이다. 지구에 내리쬐는 태양광선의 양이 어느 정노냐에 따라 지구 기온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물론 지구에서 외부로 방출하는 복사에너지양이 조절작용을 하지만, 태양광선의 세기가 달라지면서 구름의 상태도 달라지고 이에따라 모든 기후변화 요인들이 영향을 받으므로 태양의 변화는 기상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이다.

태양의 변화상태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주시되어 왔던 것은 태양의 흑점수. 흑점수가 많으면 태양의 활동도 활발해 지구에 내리쬐는 빛도 강할 것이라는 가정이 자연스럽게 제기되었으나, 실제는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오히려 태양흑점이 많은 해는 저온이고 적은 해는 고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관계도 1920년 이후에는 무너져 태양흑점수와 지구 기온변화는 아무런 함수관계를 갖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학자들의 견해는 태양활동이 지구 기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상변화와 요인이 너무도 다양하여 태양열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지구 기상 전체를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

최근 기상학의 추세는 기후변통으르 일으키는 모든 요인들을 종합화하여 기상이변을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기온 습도 바람 등 대기의 상태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해류 바닷물온도 설빙 태양활동 화산분화 토양수 등과 인간활동의 부산물(이산화탄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국제적인 협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세계의 기상학자들은 1개월 이상의 장기예보를 위해서 평균적인 흐름을 과거의 자료를 근간으로 치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주기적인 현상들을 파악하여 기상이변을 가능하면 사전에 알아내려는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간활동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양의 증가가 지구 기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분석을 통해 사전에 대책을 세우는 일은 매우 시급한 활동이다.

수십년에 걸치니 장기간의 기후변화를 밝히려면 전체 기후 변수들의 물리적 과정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들을 수렴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 이후에 장기예보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이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에서 해방되려면 오랜 세월이 걸려야할 것이다. 그만큼 기상학이 고려해야할 변수는 다양하고 어느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이를 포기할 수도 없다.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의 예방이라는 소극적차원이 아니더라도 기상이 인간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서해안 간척사업을 아무리 열심히 진행한다 해도 기후모델 자체가 크게 변화돼 해수면이 급격히 높아진다면 모든 것은 공념불에 그치고 만다.

올여름의 기후가 예년과 다르게 험난할지, 아니면 예상외로 순탄하게 지나갈지 아무도 장담을 못한다. 최근에서야 관심의 대상이된 엘니뇨현상 그리고 편서풍의 지그재그 진행 등이 올해에 똑같이 일어나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 논리 자체도 완벽한 기후모델로 정착돼 있지 못한다.

다만 그러한 현상이 현격히 쇠퇴하지 않고 있다면 몇가지 관측데이터로, 올해도 필리핀해역에서는 예년보다 바닷물의 기온이 낮아질 것이며, 이로인해 광범위하게 형성된 저기압대와 북태평양 고기압대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 예년보다 긴 장마와 집중적인 호우 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뿐이다.

198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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