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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암시가 만든 환상일뿐

인간이 전생(前生)을 기억한다는 주장들은 예전부터 간혹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학계에서 최면이 과학적인 치료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일부 의사들이 최면을 이용해 전생요법을 시작하면서, 최면에서의 전생기억이 전생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전생의 존재 유무에 관한 논란이 일어나고 일반인들은 전생의 존재에 관해 혼란에 빠져있다.
 

전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면암시에 대한 반응

정통 최면의학계는 전생기억은 기억이 아니며 환상이라는 견해를 밝혀왔으나 실험적 연구로서의 뒷받침은 아직 미비했다. 필자는 최면에서의 전생 기억이 전생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전생기억 생성의 기전을 알아보는 실험을 하고 그 결과 전생이 암시에 의한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밝혔다.

실험에서는 21-23세의 정상인 남자 2백40명을 최면감수성의 점수에 따라 '높음' '중간' '낮음'의 3군으로 분류하고, 이들이 평소 전생을 믿는지 안 믿는지에 따라 분류해 6개의 소집단, 64명을 선발해 그들을 대상으로 최면전생퇴행(최면을 걸어 전생을 기억하도록 함)을 3회씩 실시했다.
최면감수성 척도는 한글판 하버드 최면감수성 집단검사를 사용하고, 최면전생퇴행은 미국 전생요법사의 유도문을 번역 사용해 전생의 존재를 주장하는 미국의 전생요법사들의 방법을 그대로 사용했다.

실험결과 최면전생퇴행시 전생기억이 나타나는 비율은 최면감수성 집단검사 점수가 '낮음'집단에서는 27.8%, '중간'집단에서는 30.4%였으나, '높음'집단에서는 69.6%나 됐다. 이는 최면전생퇴행시의 전생기억이 최면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에서 잘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글판 하버드 최면감수성 집단검사는 12가지 항목의 암시에 개인이 어느 정도 반응하는가를 측정해 0에서 12까지의 점수로 채점한다. 이 검사의 점수가 높을수록 암시에 잘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높음'집단이란 암시를 잘 받는 집단이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최면전생퇴행을 시술할 때 나타나는 전생기억이라는 것은 결국 최면시 '암시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기억이 아니라 환상

학계에는 최면감수성은 상상에 몰두하는 경향 및 환상을 보는 경향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 실험결과에서는 최면전생퇴행시의 전생기억이 암시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전생기억이 상상에 몰두하는 경향과 환상을 보는 경향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상이란 채워지지 않은 욕구와 연관된 정신적인 이미지(영상)다. 그런데 환상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서 환상을 잘 보는 체질이 정해져 있다. 또한 환상을 잘 보는 사람들은 피암시성이 높다는 사실도 보고돼 있다.

즉 다른 사람들로부터 암시를 잘 받아서 그 암시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많은 사람들이 환상을 잘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결국 환상은 그 사람 스스로에 내재돼 있는 욕구, 혹은 소망들과 외부로부터 그 사람에게 주어지는 말 등의 암시에 따라 그 사람의 무의식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로 전생기억이 상상에 몰두하거나 환상을 잘 일으키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실험에서는 또 전생기억 생성이 그 사람의 평소 전생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 또한 전생기억이 최면시의 암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최면전생퇴행시의 전생기억은 암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전생의 기억이라고 간주되는 정신현상들이 실은 기억이 아니라 환상이라는 정통최면의학계의 견해가 옳다고 할 수 있다. 최면에 나타나는 전생기억으로 전생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인 것이다.
 

부처님의 17번째 환생으로 인정된 티벳의 소년


환자와 최면술사 협동으로 기억 구성

전생요법은 현재의 병이 전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전생기억을 되살려 문제를 완화시켜 주면 병이 낫는다는 원리에 바탕하고 있다. 현재 세계 여러나라에 걸쳐 성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일부 정신과의사가 시술을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러나 사실 전생요법은 오래 전부터 점(占)집 등에서 행해지던 방법이다. 또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및 호주에서는 전생요법을 배울 수 있다며 일반인들에게 아무런 자격 제한도 없이 가르치고 있는 학교 및 단체들이 있다.

전생요법사들 중 많은 사람들이 힌두교와 뉴에이지운동에서 영향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초월명상, 요가, 최면을 이용해 다양한 전생요법을 행하고 있다. 그들은 최면이 의학에서 정식으로 받아들여진 방법이고, 최면에서 전생이 나왔으니 전생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생요법은 일단 최면을 유도하고 이어서 전생으로 가보자는 암시(전생퇴행암시)를 환자에게 준다. 그리고 전생의 기억이 나오게 한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실험과 똑 같다. 이어서 그들은 전생의 기억이 생성된 사람들에게 전생의 기억을 탐구하기 위해 영상안내기법을 사용한다.

영상안내란 최면상태에서 떠오른 영상을 가지고 유도자가 암시 혹은 대화를 피유도자와 주고받으면서 그 영상의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매우 기본적이며 단순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일단 생성된 영상은 환자가 유도자의 암시에 따라 점점 더 구체화되고 다양한 내용이 펼쳐지게 마련이다. 또한 이때 전개되는 내용은 피유도자의 의식적, 무의식적 내용들이 투사돼 나오게 된다.

전생요법에서는 전생퇴행 뒤에 생성된 영상이나 내용을 가지고 전생에 관한 암시 혹은 대화로서 그 생성된 내용을 구체화시키기 때문에, 환자의 무의식적인 내용들이 전생이라는 무대에서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투사되고 생성되는 것이다.
 

무당들은 주술행위 때 환생을 말하기도 한다.


유도된 전생기억은 거짓 기억

최근 뉴에이지운동의 영향으로 전생, UFO, 외계인 등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여러 가지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필자가 보기에 모두 환상이지만, 만약 최면유도자가 이를 믿는 사람이라면 피유도자에게서 나온 환상을 사실이라고 맞장구치면서 그 환상을 실제 기억인 것으로 믿게 만든다.

이것을 의학에서는 '유사기억'이라고 하는데, 기억이 아닌 것을 기억이라고 주장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잠재된 소망과 평소의 믿음 및 최면유도자의 평소의 생각과 믿음 등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짓 기억'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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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변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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