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겨울철 실내 스포츠의 꽃 농구

투사속도와 투사각도, 그리고 슛타이밍이 이루는 묘기잔치

농구 선수들은 경기중 얼마나 체력을 소모할까. 또 어떻게 슛을 쏘아야 공이 잘 들어갈까. 박진감 넘치는 묘기의 연발로 추운 겨울을 녹이고 있는 농구의 세계를 탐험해보자.

둥근 공 하나를 갖고 승패를 가르는 구기 스포츠들은 다른 구기종목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겨울철 ‘실내 스포츠의 꽃’ 으로 불리며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농구 역시 마찬가지.

1860년대 말 축구와 럭비를 변용한 미식축구가 등장해 급속도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을 즈음, 미식축구 하키 축구를 뒤섞어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와 다양한 변화를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로 고안된 것이 농구 경기다. 189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YMCA 훈련학교 지도원이었던 캐나다 출신의 네이스미스는 계절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스포츠로 농구를 창안했다.

그로부터 이제 막 탄생 1백년이 지난 요즘 농구는 비교적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미국 NBA에서 활약하고 있는 샤킬오닐이니 마이클 조던이니 하는 수십억대 연봉의 프로 선수를 전세계의 우상으로 만들었고, 국내에서도 어지간한 연예인 못지 않게 ‘오빠 부대’ 를 동원하고 있을 만큼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농구는 간단히 말해 5명씩 짜여진 두 팀이 공을 패스하거나 드리블해 상대편 골에 던져넣음으로써 그 득점을 겨루는 스포츠다. 따라서 패스나 드리블을 ‘효과적으로’ 펼쳐서 득점하고, 또 상대팀의 동작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일이 이 경기의 핵심이다.

자, 이제부터 농구, 좀더 정확히 말해 농구 선수의 동작 하나 하나를 분석해봄으로써 관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켜보자.
 

방어자의 위치는 슛의 투사각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사진은 골밑슛 기회를  엿보고 있는 ‘농구 천재’ 허재의 절묘한 피봇 동작.


1분에 1백m 이상 달린다

무엇보다도 농구는 격한 스포츠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없는 로스타임을 제외하고도 전후반 각각 20분씩을 온전히 뛰어다니는 터라, 농구보다 3배쯤 큰 운동장(90x1백20m)에서 더 긴 시간(90분)을 뛰어다니는 축구와 비교해도 단위 시간당 체력 소모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남자 대학 선수들의 경우 개인별 주파거리는 대략 4.5km 정도. 따라서 한 선수가 1분에 평균 1백-1백20m르 뛰는 셈이다. 포지션별로 보면 슈팅가드가 가장 많은 거리를, 센터가 가장 짧은 거리를 뛰는데, 이는 가드가 경기 운영자라면 센터는 가드의 보조자 역할을 하기 때문.

스포츠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스포츠를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유산소운동이란 말 그대로 에너지원을 산소에 의존해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신체활동으로, 달리기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무산소 운동은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투포환이나 단거리 수영, 역도 등의 경우처럼 젖산을 에너원으로 사용해 힘과 속도를 내는 운동을 말한다.

지구력과 순발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농구는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잘 달리고(run) 잘 뛰고(jump) 잘 던져야(throw) 경기를 이길 수 있는데다 상대방과의 몸 싸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AIDS 보균자임을 밝혀 더욱 유명해진 미국의 ‘퇴물’ 선수 매직 존슨이 방한해 우리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놀라운 기량은 사실 그의 체력이 아직 시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실례. 그는 단 두세번의 드리블만으로 하프라인에서 골 입구까지 방어벽을 뚫고 진입해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국내에서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선수로는 현주엽(고려대) 정도가 꼽힐 뿐이다.

한종우 박사(한국 체육과학연구원 생활체육연구실)의 설명.
“예전에는 농구를 그저 유산소운동의 하나로 파악하고, 오히려 선수들의 슛감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해 체력 훈련을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사이에는 기술 훈련 못지 않게 체력 훈련을 강조하고 있다. 정확한 슛동작의 바탕에는 근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몸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고,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슛의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키 크다고 항상 유리하지 않다
 

국제 농구연맹이 정한 농구 비스켓 규격과 코트 규격


코트 바닥에서 3.5m 높이에 매달린 바스켓 링에 공을 집어넣는 농구는 ‘높이의 경기’ 다.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던 방열 교수(경원대)는 “현대의 농구 경기는 백보드를 제압하는 팀이 승리한다” 고 단언한 바 있다. 이 말은 농구에서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이 경기 내용과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자주 인용된다.

성인 남자 선수를 대상으로 80년대 말에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는 평균 신장의 차이가 5cm 이하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5cm 이상 나는 경우 장신팀이 이길 확률이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흔히 ‘단신으로 구성된 팀이 야투 성공률이 높다’ 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조사를 해보면 기술적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골밑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장신팀의 야투 성공률이 훨씬 높다.

장신 선수의 슛 성공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링과 가까운 거리에서 슛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링과 가까운 거리에서 슛을 쏘면 에너지 소모량도 적고 링에 볼이 들어가는 각도도 유리하다. 게다가 또 리바운드를 잡아 슛으로 연결되는 횟수도 키가 클수록 많으니 이래저래 농구선수의 첫째 조건은 신장이다.

물론 신장이 모든 경기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선천적 조건인 신장과 훈련을 통해 후천적으로 습득이 가능한 농구경기의 기본 기술, 이를 테면 패스 드리블 슈팅 풋워크 점프 등이 조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경기를 이길 수 없다.

오히려 신장은 작아도 점프력 순발력을 겸비한 것이 키 크고 둔한 것보다는 월등히 낫다. 농구선수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순발력이란 바로 인체가 수행할 수 있는 최대 작업속도인 이른바 ‘무산소성 파워’ 를 뜻한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일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 있는 미국의 농구선수 타이론 보그스는 1백60cm의 단신임에도 파괴적인 덩크슛을 구사해 관중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러나 그보다 무려 42cm나 더 큰 전 여자국가대표 김영희선수는 언감생심 덩크슛은 상상조차 못했다. 그는 지난 83년 농구대잔치 중 조흥은행과의 시합에서 무려 52점을 넣어 이 분야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점프력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

이 예는 물론 서양인(특히 흑인)과 동양인, 또 남자와 여자의 순발력 차이를 무시한 단순 비교란 점에서 그리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참고로 국내 남자 선수들의 경우 적어도 1백87cm 이상 돼야 덩크슛을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감독이라면 어떤 선수를 선택하겠는가.

게다가 선수로 활동하기에 현격한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코트를 달리는 다섯명 모두가 클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센터처럼 리바운드와 중앙공격을 담당한 포지션이라면 당연히 야투와 드리블 능력이 떨어져도 방향 전환을 잘하는 키 큰 선수가 적격. 그러나 강동희 천은숙 등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반적으로 게임을 이끌어가는 가드 역할은 신장보다는 공 다루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신장 이외에 농구 선수의 신체 조건에는 손바닥의 크기도 들어간다. 국내에서 실시된 한 연구는 손바닥의 크기, 특히 손바닥의 길이보다는 너비가 슛의 성공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체중은 그다지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대부분의 슛이 이루어지는 점프 동작을 놓고 봐도 점프 체공시간과 선수의 체중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다.

슛거리가 멀수록 빨리 던져야

슈팅은 단순한 근육의 움직임이 아닌, 손과 눈의 협응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동작이다. 또한 슛은 속도 투사각 포물선운동 공기저항과 같은 역학적인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복합동작이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그동안 어떡하면 선수들이 공을 더 잘 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슛동작을 분석해왔다.

이에 따르면 슛동작의 정확도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는 투사속도와 투사각도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거리에 비해 지나치게 빠른 속도, 혹은 느린 속도로 공을 던져서는 당연히 골을 성공시킬 확률이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덩크슛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투사 속도는 투사거리에 비례할 때 가장 이상적이다. 예를 들어 자유투의 경우 6m 거리에서 슛을 쏠 때는 초속 6m의 속도로 공을 던지는 것이 골이 들어갈 확률을 높인다.

투사속도와 투사각도는 선수 개인의 기술적 숙련도와 관계없이 독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특히 선수의 팔 길이와 점핑 능력, 방어자의 위치, 투사거리, 투사 위치 등에 의해 결정되는 투사각은 45도에서 52도 사이의 각이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슈팅 거리가 멀수록 투사각은 작아야 한다.

슛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이론적으로는 점프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손 끝에서 공을 내놓는 것이 골과 연결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고돼 있는데, 상승하려고 하는 운동량과 지구 중력이 서로 상쇄되므로 운동 수행을 조절하기가 용이해지기 때문. 조사 결과 남자 선수들은 대개 이론에 충실한 반면, 여자 선수들은 점프로 상승하는 도중에 슛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이 지름 45cm 크기의 링 안에 들어갈 확률은 슛동작이 이루어지는 상황과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통계적으로 보아 자유투에서는 대개 72-73%, 2점슛은 50-51%의 성공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6.25m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3점슛의 성공률은 대략 33-35% 정도.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여러 수치는 다만 지금까지 행해졌던 여러 경기와 실험실으로 나온 통계치일 뿐이다. 물론 이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기 당일의 선수 컨디션이나 심리 상태처럼 일일이 측정하지 못하는 요인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오히려 심리요인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

단적으로 공만 해도 그렇다. 국제농구연맹(Fede-ration Internationale de Basketball Amateur)은 “74.9-78cm 이내의 둘레(지름 23.84-24.82cm)에 최소 5백67- 6백50g 이내의 무게를 유지해야 하고, 1.8cm 높이에서 바닥에 떨어뜨려 공의 윗 부분이 1.2-1.4m까지 튀어오르도록 공기를 넣어야 한다”고 공의 규격을 규정하고 있다.

홈 팀은 이 규격의 공을 두 개 이상 준비하고 주심은 이 가운데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정해 경기에 사용하는데, 그러나 공의 둘레나 무게의 미세한 차이가 선수들의 운동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예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수하다’ 로 평가받고 있는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징이 언급되긴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정도(正道)는 있을 수 없다는 일선 지도자들의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농구란 말할 수 없이 복잡 미묘한, ‘사람’이 하는 운동인 것이다. 요즘 등장한 카오스이론이나 복잡성과학을 농구에 적용한다면 보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 진로 추천

  • 체육
  • 물리학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