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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단식 반복하면 음식 중독 된다

‘굶는 다이어트’의 진실

단식 반복하면 음식 중독 된다

청소년 5명 중 1명 “굶는 다이어트 경험”

지난해 중·고등학교 청소년 8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30일 동안 단식이나 식사 후 구토 등의 경험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남학생은 12.9%, 여학생은 21.2%가 그렇다고 답했다(2013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중·고등학생 10명 중 1~2명은 이미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경험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굶는 다이어트는 ‘음식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음식 섭취와 관련된 뇌 보상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음식섭취 행위는 소화기관과 중추신경이 정교하게 연결된 복합적인 과정이다. 렙틴이나 그렐린과 같은 식욕 조절 호르몬이 포만감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음식 섭취를 쾌감으로 인식하는 ‘뇌 보상회로’도 동시에 작동한다.

다이어트로 심하게 식욕을 억제할 경우엔 이런 연결체계에 왜곡이 생긴다. 예를 들면 보통 사람은 배가 고프면 위에서 그렐린과 같은 식욕 촉진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것이 측좌핵을 거쳐 식욕조절센터인 뇌 시상하부에 도달해 음식을 먹게 된다. 반대로 배가 부르면 내장지방에서 분비된 렙틴이 뇌로 가서 먹는 것을 멈춘다. 이것이 영양공급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항상성’ 기전이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사람은 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불규칙하게 굶거나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결국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망가져버린다. 뇌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이처럼 굶는 다이어트가 특히 해로운 이유다.



“계속 먹어라” 명령하는 뇌

굶는 다이어트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즐거움으로 인식하는 ‘쾌감 회로’가 오히려 강하게 발달한다. 다이어트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보상이다. 다이어트를 통해 음식에 대한 쾌감 회로가 강해지면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이런 쾌감을 유지하기 위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음식을 계속 섭취한다. 점점 더 많이 먹는 ‘내성’이 생기거나 음식을 먹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한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급기야는 음식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면서 맛있게 느낀 음식을 폭식할 수도 있다. 이는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음식을 먹었을 때 뇌의 복측피개(VTA)에서 분비된 도파민이 전전두피질, 측좌핵, 편도체, 해마 등 뇌 전체로 전달되면서 뇌 전체가 행복감을 느끼고, 이런 쾌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중독이 된다. 실제로 음식에 탐닉하는 사람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해보면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의 뇌와 매우 유사한 활성을 띤다. 약물 중독을 다룬 44개 연구와 섭식 장애를 연구한 13개 논문을 종합 분석(메타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 뇌의 배쪽줄무늬체와 배후선조체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배쪽줄무늬체와 배후선조체는 도파민을 이용해 보상을 학습하고 강화하는 쾌락 신경계다.

음식중독 자가 테스트

스트레스 받으면 먹는 습관 고쳐야

청소년기의 음식 중독은 성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뇌 보상체계가 영구적으로 변하기 전에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습관적으로 음식섭취를 조절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구토를 하는 증상을 보인다면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심한 상태로 진행하기 전에 회복할 수 있다. 치료는 식사습관을 회복하고 체중에 대한 집착을 완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폭식이 심해 음식중독 특성을 보인다면 중독치료의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 중 ‘단서 노출반응 방지’라는 훈련이 있다. 특정 조건에서 자동화된 폭식행동 습관을 없애는 훈련인데 음식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폭식을 하는 사람에게 참는 연습을 통해 음식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폭식 증상을 조절하지 못하는 심한 경우엔 약물치료도 시도된다.

무엇보다 힘든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음식으로만 해소하려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고칼로리 음식을 감정의 도피처로 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음식이 줄 수 있는 보상의 한계를 명확히 깨달아야한다는 뜻이다. 올겨울에는 자신의 감정을 잘 살피고, 감정을 다스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친구든 취미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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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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