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맞아 항공대학의 위치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하늘을 날고 싶어하던 인간의 꿈이 실현된지도 거의 백여년이 지났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남이 만든 비행기를 타고 있을 뿐' 우리손으로 만든 비행기'와는 인연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행기를 운항하고 정비 관리하는능력도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무엇보다도 비행기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부족한 것이다.
한국항공대학은 바로 이같은 우리의 실정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항공'을 연구·교육하는 대학이다. 이곳에서 배출된 항공기술인력이 우리나라 항공관계분야의 중추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발전이 기대되는 항공산업진흥의 주역이 될 전망이다.
"우주개발시대에 돌입한 현시점에서 항공과학은 이른바 첨단과학의 선두위치에 놓여 있음에 비추어 항공대학이 우리나라 항공기술의 질적 수준을 국제적 기준으로 향상시키는데 차지하는 몫이 매우 크다. 특히 항공기 운용 및 제작 산업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항공기술 교육과 그 연구의 중심체로 발전할 것이다"(김재환학장)
항공대학의 이같은 특수성은 졸업생들의 사회진출현황을 살펴보면 곧 드러난다. 1956년부터 작년까지 항공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모두 2천9백83명인데, 일반기업체진출이 5백62명(18.8%)이고, 다음이 대한항공으로 3백58명(12%), 그리고 교육기관, 국내외 대학원 진학, 연구기관 등의 순으로 돼있다. 일반기업체로의 진출이 적지 않은 숫자에 이르고 있는 것은 항공산업과 직접·간접으로 연관되는 분야가 많은 데다가 교육과정 역시 항공관계뿐 아니라 일반 공과대학의 수준으로 폭넓기 때문이다.
현재 항공대의 학과구성은 항공운항학과 항공경영학과 항공기계공학과 항공통신정보공학과 항공전자공학과 그리고 교양과정으로 돼있다.
항공운항학과는 항공대학에서도 가장 항공적(?)인 학과이다. 항공기 조종사 즉 파일럿을 배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파일럿은 거의가 항공대 운항과출신이거나 공군사관학교출신이다. 국제선의 기장급에 해당하는 노장 파일럿들 중에 공사출신이 많다면, 부기장급 내지는 국내선기장급에는 항공대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항공운항과의 자격취득분야는 파일럿 이외에도 항공기관사 운항관리사가 있다. 교육내용도 조종실기교육을 비롯해 항법계획 모의계기비행 무선통화실습 등 다양하다.
항공기를 만들고 정비하는 기술을 익히는 곳이 항공기계 공학과. 항공공학의 이론과 실험을 토대로 항공기 설계·제작 분야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배우게 된다.
이외에 항공통신정보공학과라든가 항공전자공학과 항공경영학과 등도 항공공학에 관련된 분야뿐 아니라 해당학과의 일반 공과대 과정도 함께 이수하게끔 돼있다. 말하자면 공과대학+항공관계기술이 교과과정인 셈이다.
항공대학의 학생활동은 그 특수성을 반영, 비행기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종교서클과 체육서클 취미서클 등 25개의 서클이 있으나 항공기제작연구회 학생활공회 송골매 모형항공연구회 항공기술지원연구회 등 5개의 항공관계서클의 활동이 이색적으로 돋보인다.
최근 X-1이라는 초경량비행기를 만든 항공기제작연구회는 시범비행성공기사가매스미디아에 보도되면서 대외적으로도 유명한 서클이 됐다. 84년 4월에 결성된 이 서클은 강의시간에 배운 이론을 실제로 적용, 항공기를 직접 설계·제작하고 있는데, X-1 에 이어 X-2의 제작에 착수했다.
항공기제작연구회의 한 학생은 "서클활동을 통해 재학기간동안 경비행기나 항공레저스포츠기구 등을 2대이상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면서 "X-1을 제작하면서 부품들을 구하기 위해 청계천의 기계부품상가와 전자상가를 뒤졌고, 못쓰게 된 헬리콥터부품 자동차부품 등을 구해 모든 것을 우리손으로 만든 것이 큰 보람"이라고 털어놓았다.
학생활공회는 국내유일의 글라이더서클, 1주일에 한번씩 정기훈련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행글라이더를 다루는 송골매는 주로 인천 앞바다 영종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모형항공연구회는 14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서클로서 모형비행기를 제작하고 조작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1952년 교통고등학교 부설 2년제 특설항공과로 발족했다가 다음해 4년제 국립항공대학으로 개편된 후 68년12월에 한국항공대학으로 개편된 항공대는 이후 '규모는 작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특수대학'으로 손꼽혔다. 국립대학으로 학비부담이 가벼웠고, 특차전형이어서 우수학생이 많이 지원했던 것.
오늘의 항공대학은 1979년 한진그룹에서 학교를 인수, 사립대로 변신하면서 면모가 크게 바뀌었다. 국립대로 누려왔던 특징들을 잃어버리는 대신 사립대학으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맞아 항공대학의 위치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