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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휘청~한 이순신대교 과연 안전할까?

휘청~한 이순신대교 과연 안전할까?

선풍기 바람에도 다리가 무너진다고?

바람은 바다 위 다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테이교 참사’는 강풍에 다리가 무너진 대표적인 사건이다. 1879년 12월qr코드 28일 저녁 영국 스코틀랜드 던디 시에는 초속 30m에 가까운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지은 지 1년이 지난 테이교 위를 기차가 지나가던 순간 붕괴가 일어났다. 당시 기차에 탄 70명 전원이 죽거나 실종됐다. 조사 결과 바람이 주는 압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설계가 참사의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이후 다리를 지을 때 바람의 압력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만들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만 다리를 위협하는 건 아니다. 선풍기 바람에도 다리는 무너질 수 있다. ‘타코마대교 붕괴’가 대표적인 사건이다. 아래 QR코드를 통해 당시 붕괴영상을 볼 수 있다. 그네처럼 케이블에 매달려 있는 구조의 타코마대교는 작은 바람에도 쉴새없이 흔들리다 개통된 지 넉 달 만에 폭삭 무너지고 말았다. 설계상으론 초속 60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그 반도 안 되는 초속 19m의 바람에 쓰러져 버렸다. 조사결과 바람이 다리에 부딪히면서 생긴 소용돌이(와류)가 만들어낸 와류진동과 플러터현상이 사고원인으로 밝혀졌다.
 

바람이 물체에 부딪히면 소용돌이가 생긴다. 소용돌이 때문에 생긴 진동이 물체의 고유진동수와 같아지면 공진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현상을 와류진동이라 부른다. 공진이 계속 일어나면서 진동이 급격히 커졌고, 타코마대교는 마치 삼각함수 그래프처럼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극은 한 발 더 나갔다. 다리가 아예 꽈배기처럼 뒤틀리기 시작했다. 유연한 물체가 공기 같은 유체와 만나 불안정해지면서 비틀리는 모습을 플러터현상이라 한다. 선풍기 앞에 얇은 종이를 가져다 대면 심하게 뒤틀리는 모습과 비슷하다. 타코마대교 붕괴 이후 다리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한다.

공사 가림막이 흔든 이순신 대교

사건 당일 이순신대교 주변의 풍속은 선풍기 강풍에 해당하는 초속 8m에 불과했다. 초속 80m가 넘는 바에도 견디도록 만들어진 이순신대교 입장에선 입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순신대교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리 주변에 ‘타코마대교 붕괴’ 때처럼 와류진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원래 이순신대교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설계했다. 설계단계부터 바람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다리 단면을 유선형으로 만들고 난간과 도로 위에 바람구멍(wind tunnel)을 설치해 소용돌이가 생기는 걸 막았기 때문이다(위 그림 참고).

이순신대교를 설계했고, 사고 후 긴급안전점검에 참여한 권순덕 전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사 가림막이 바람의 흐름을 막으면서 와류진동이 생겼다”고 밝혔다. 당시 이순신대교에서는 도로포장 공사를 하고 있었고, 아스팔트를 빨리 굳게 하기 위해 난간을 따라 높이 2m 정도의 가림막을 설치했다. 다리 주변의 바람이 가림막에 완전히 막히면서 다리 위아래로 소용돌이가 생겼고 결국 공진현상이 일어났다. 권 교수는 “이순신대교를 만들 당시 소용돌이를 막기 위해 난간 아래 연석의 높이도 30cm에서 10cm로 낮췄다”고 말했다. 그보다 10배 높은 가림막에 부딪힌 바람이 얼마나 불안정해졌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림막을 제거하자 진동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이순신대교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이순신대교 같은 현수교는 태생적으로 잘 흔들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진동에는 견딜 수 있도록 짓는다. 이순신대교는 아래로는 3.8m, 위로는 2.2m까지 움직여도 안전하게 만들어졌다. 이번 진동 때 다리는 위로 35cm, 아래로 25cm 정도 흔들렸다. 권 교수는 “이 정도는 다리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며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가림막이 만든 소용돌이

계속 흔들리는 이순신대교 괜찮을까?
이번엔 무사했지만 이번처럼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면 다리에 치명적일 수 있다. ‘피로파괴’ 때문이다. 피로파괴란 철사를 여러 번 구부려 부러뜨리는 것과 같다. 철사를 한번에 부러뜨리긴 쉽지 않지만 약한 힘을 계속 주다보면 어느 순간 똑 하고 부러진다. 피로가 계속 쌓여 약해졌기 때문이다. 1994년 성수대교 참사는 대표적인 피로파괴의 사례다.

다리의 변화 :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다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

소금이 서해대교를 부식시켰다

이번 흔들림은 2시간 가량 이어졌다. 계산해보면 그동안 다리는 약 2000번 흔들렸다. 진동 허용범위의 10분의 1이라도 이렇게 많이 흔들렸으면 문제가 생기진 않았을까. 권순덕 교수는 “해상대교는 200만 번 정도 강하게 흔들려도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만든다”며 “2000번 정도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재규 이순신대교관리사무소 이사도 “당시 진동이 예외적이긴 했으나, 피로파괴를 불러올 정도로 오래 지속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1월 15일 아침 이순신대교가 또다시 흔들린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순신대교는 정말 괜찮을 걸까. 김상태 이순신대교관리사무소 부장은 “다리 위를 지나던 다른 차량이나 보수공사를 하고 있던 건설사 직원들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며 “오히려 평소보단 다리가 적게 흔들렸던 편”이라고 밝혔다. 이순신대교는 평소에도 20~30초에 한 번씩 흔들리고 있다. 일상적인 흔들림에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관리사무소측은 설명한다. 현재 이순신대교에선 혹시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정밀 안전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이순신대교나 서해대교가 지금 당장 무너진다고 말하는 건 억지에 가깝다. 다만 바다 위 다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꾸준한 안전관리와 엄격한 사고예방이 필요한 이유다.




 

201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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