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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피노키오는 아이들의 거짓말을 줄였을까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10

피노키오는 아이들의 거짓말을 줄였을까

어렸을 때 양치기 소년이나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늘어나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들으며 겁에 질렸던 기억이 있다. 특히 피노키오는 거짓말 때문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는 등 수난사가 엄청났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무서워한다는 걸 안 어른들은 ‘너도 거짓말하면 피노키오처럼 된다’면서 으름장을 놓곤 했다. 막연히 생각해 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거짓말을 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은 확실히 알려줬을 것 같다.


피노키오 이야기는 '거짓말을 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다.




피노키오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교훈을 줬을까


하지만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거짓말 자체에 대한 죄의식이 아니라 단순히 ‘처벌에 대한 공포’였던 것 같다. 정확히는 거짓말을 ‘들키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배웠다. 결국 이런 이야기는 일단 상황을 잘 모면하는 게 중요하다는 얄팍한 처세의 중요성을 더 크게 알려준게 아닌가 싶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잘못을 저지르면 일단 ‘혼나기 싫다’는 생각이 너무 지배적이어서 내가 한 게 아니라며 대뜸 거짓말부터 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한 다양한 처세술(예를 들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거린다던가)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기술들이 꽤 잘 먹혔다.


결국 ‘피노키오’ 이야기가 어린 시절의 나를 얼마나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했을지는 좀 의문이다. 특히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와 별개로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왜 거기에 힘써야 하는지를 충분히 배우지 않았다. 처벌을 피하는 것 외에 ‘진실을 말
하는 사람이 돼야 하는 이유’ 같은 걸 배웠더라면, 모두 조금 더 정직한 어린이 나아가 정직한 어른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과연 피노키오처럼 처벌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그래도 조금은 아이들의 정직성을 높여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거짓말 하면 망한다 VS. 정직하면 잘 된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 강 리 박사팀은 다음과 같은 연구를 했다. 3~7세 사이의 아이들에게 오직 ‘소리’만 듣고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
이 어떤 것인지 맞추도록 했다. 예컨대 꽥꽥 소리가 나면 오리 인형, 야옹소리가 나면 고양이 인형이 정답이었다. 게임은 1:1로 진행되었고 연구자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직접 보지 못하도록 뒤로 돌아 앉아 있도록 했다. 즉 장난감을 직접 보면 반칙이었다. 이렇게 두 번 정도 하고 세 번째 게임을 시작하기 직전, 갑자기 연구자가 금방 돌아오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이 때부터가 이 연구의 핵심이었다.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잠깐 돌아봐도 아무도 모르겠지’라며 뒤를 돌아봐 장난감의 정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누가 돌아봤는지를 기록했다.


잠시 후 연구자가 돌아와 게임을 마저 진행하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다음 네가지 이야기 중 하나를 들려준다. 거짓말과 상관
없는 옛날 이야기, 피노키오 이야기. 양치기 소년, 조지 워싱턴과 체리나무 이야기다. 그리고 나서 연구자는 아이에게 “자 솔직하게 얘기해봐. 아까 선생님이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뒤를 돌아봤니?”라고 물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가장 거짓말을 적게 했을까. 놀랍게도 오직 조지 워싱턴과 체리나무 이야기(정직하게 행동했을 때의 ‘좋은 결과’를 강조한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만이 거짓말을 적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을 겁줘서 정직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은 생각보다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정직하게, 선하게 행동하는 게 뭐가 좋은지를 알려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조지 워싱턴과 체리나무


선한 행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사회 만들기


그동안 시행된 수많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어른은 단순히 ‘협박’을 통해 아이의 정직성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교육을 쉽고 편하게 하겠다는 말못할 속셈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처벌은 속마음은 못바꿔도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큼은 신속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교육의 최종 목적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교정이 아니다. 즉, 처벌보다 올바른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결과를 강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옳은 일을 했을 때의 보상이 확실한 사회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실제로 정의로운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충분히 존중·대우 받는 사회임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게 정서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손해인 사회에서는 교육만으로 선한 사람을 만들기 어렵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했다. 우리가 만든 가치관과 교육 방식이 곧 아이들의 모습이 된다는 점을 중요하게 기억해두자.
 

201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오가희 기자
  • 박진영
  • 일러스트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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