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모터로 3초만에 시속 100km](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33298856353fc1d5f58a0b.jpg)
9월, 레이싱 대회의 새 역사가 시작된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역대 최초로 100% 전기자동차 경주인 ‘FIA 포뮬러 E 챔피언십(이하 포뮬러 E)’을 개최한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2015년 6월까지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 우루과이의 푼타델에스테,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의 마이애미와 롱비치,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독일의 베를린, 영국의 런던 등 전 세계 10개 도시에서 차례대로 레이스가 치러진다. FIA 측은 올해 처음 열리는 포뮬러 E를 홍보하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고려하고 있다. 그 중 ‘Fan Boost’는 전기자동차의 특성을 잘 활용한 이벤트다. 관객의 표를 가장 많이 얻은 드라이버 3명은 전기모터의 제한된 출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마치 비디오 게임처럼 경쟁 차량을 한번에 제칠 수 있다. 전기자동차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가속력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레이스 도중 가장 짜릿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대회 일정](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173121421453fc1eed95046.jpg)
도심에서 펼치는 ‘맑고 조용한’ 경주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대회 장소다. 기존 경주대회가 전용 서킷(경기장)에서 열리는 것과 달리, 포뮬러 E는 도심의 ‘시가지 서킷’에서 열린다. 특색 있는 세계 각 도시의 풍광을 배경으로 질주가 펼쳐진다. 그간 포뮬러 1은 소음과 매연 때문에 환경단체의 항의를 받아왔는데, FIA의 이 같은 결정은 ‘전기자동차는 배기가스와 소음이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포뮬러 E에 출전할 머신(경기용 차)은 엔진이 없기 때문에 시커먼 매연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음도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조금 높은 80dB에 불과하다. 정비요원들이 차가 정비장소로 진입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어서, 안전을 위해 스피커로 인공 소음을 낼 예정이다.
과연 세계 최초의 전기자동차 경주대회에서는 어떤 머신이 활약할까. 첫 시즌에는 10개 참가팀 모두 프랑스의 ‘스파크 레이싱테크놀로지’가 생산한 머신 ‘SRT_01E’를 갖고 경주를 펼친다. 차체 길이와 폭, 높이가 각각 최대 5m, 1.8m, 1.25m이며 중량은 배터리 320kg을 포함해 888kg에 불과하다.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을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 성능은 섬뜩하다. 정지상태에서 3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한다. SRT_01E를 차고에서 운전해 나온 브라질 출신 카레이서 루카스 디 그라시는 “다른 어떤 차와도 느낌이 다르다”며 “좀 더 세밀한 조작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더 효율적”이라고 소개했다.
머신의 심장은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다. SRT_01E의 전기모터는 중형차 수준인 200kW(270마력)의 출력을 낸다. 전기모터는 고회전에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고속도는 가장 급이 낮은 대회인 포뮬러 3와 비슷한 시속 약 225km다(가장 급이 높은 포뮬러 1의 최고 속도는 시속 약 350km다). 문제는 배터리다. 시속 240km로 주행 시 배터리가 30분만에 방전되는데, 배터리만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드라이버는 정비장소로 들어와 머신을 갈아타야 한다. 그래서 경주 도중에는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모터 출력을 최대 133kW(180마력)로 제한한다. 두 번째 시즌부터는 퀄컴의 ‘헤일로(Halo)’ 무선충전기술을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할 예정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111820346753fc1eb0b35eb.jpg)
전기자동차 기술 검증한다
첫 포뮬러 E에 대한 기대는 아직 크지 않다. 국내에는 참가 팀조차 없다. 포뮬러 E는 너무 조용하고 기름 냄새도 풍기지 않아 기존 팬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FIA가 전기자동차로 경주대회를 만든 이유는 자명하다. 본격적인 대중화를 앞두고 있는 전기자동차 기술을 보다 정밀하게 다듬기 위해서다. 2014년 9월 13일, 레이싱 계의 새 역사가 쓰일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