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작년 7월이라면 (데이터가 부족해) 그림자를 봤다고 표현해도 되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입자의 성질까지 충분히 조사했고, 힉스 입자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힉스 입자는 현재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완성도 높은 물리학 이론인 ‘표준모형’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마지막 입자였다. 이 입자의 발견으로 표준모형은 그 정확성이 입증됐다. 하지만 호이어 소장은 이번 발견으로 물리학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오히려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준모형을 포함하는 더 큰 이론에서는 힉스 입자가 여러 개 존재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발견한 힉스가 유일한 힉스일지, 여러 힉스 중 하나일지 앞으로 밝혀내야 합니다.”
우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대칭성을 갖고 있다는 ‘초대칭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보는 우주의 물질과 힘은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비밀을 쥐고 있는 또 다른 입자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를 이용하는 장비로만 관찰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우주 전체 물질의 5배에 달하면서도 전혀 관측되지 않는 수수께끼의 물질인 암흑물질도 있다.
“힉스의 성질을 밝히는 과정에서 암흑물질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20년 동안 가속기의 성능을 높일 계획을 세워뒀습니다.”
한국의 참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국은 CERN의 검출기(입자를 발견하거나 성질을 연구하는 설비) 두 곳에서 110명 이상의 과학자와 학생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회원국이라 CERN 내부 연구자로 고용될 수 없고, 한국 기업이 CERN 내부에 장비를 만드는 수주 경쟁에도 참여하기가 어렵지요.”
호이어 소장은 “CERN 내부 인력이 2400명 수준인데 정작 물리학자는 10~15% 정도고 나머지는 엔지니어와 기술자”라며 “이 분야(기술 운영)에 CERN과 한국에게 서로 도움이 될 내용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해
원래 호이어 소장과의 인터뷰는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가는 열차 안에서 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호이어 소장이 거의 잠을 자지 못해 열차에서 내린 뒤 따로 시간을 마련해야 했다. 소장을 초청한 고등과학원 관계자는 “전날 영국 버밍햄에서 서울에 와 회의를 한 뒤, 오후에 대전에서 강연을 하고 이튿날 프랑스 마르세유로 떠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를 물었다.
“CERN 소장으로서 지금은 물리학 성과를 대중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또 여러 나라의 과학자 사이에 협력을 이끌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어렵지 않냐고요? 어렵지 않습니다. CERN의 과학자에게는 단 하나의 언어만 존재하거든요. 바로 ‘과학’이라는 언어입니다. 과학 아래에서는 모두가 협력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실험물리학자로서, 호이어 소장에게 물리학과 실험이란 어떤 의미일까.
“제게 물리학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당신이 기자로서 자신의 일을 좋아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내듯, 제겐 그것이 물리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