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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영 연세대 교수] "우리 모두는 별에서 온 그대"

[이석영 연세대 교수]


★ 이석영 교수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북콘서트’에 초대합니다(29쪽).


0이 남자, 종잡을 수 없다. ‘별을 왜 보냐’는 바보 같은 질문엔 이처럼 진지한 대답이 돌아오고, 거꾸로 진지한 물음엔 엉뚱한 대답이 돌아온다. 책에서는 우주 초기의 원시 밀도 요동을 ‘우주의 생강’이라고 시처럼 표현하다가도, 우리가 외계문명을 만날 가능성은 드레이크방정식에 따르면 0.00005라고 말할 정도로 냉정하다(사실상 못 만난다는 얘기다). 그런가하면 학회 때문에 미국 로스웰에 갔다가 외계인 사건에 대한 책을 읽고서는 ‘개종’했다고 밝힌다. 최근 ‘초신성의 후예’라는 과학에세이를 펴낸 이석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48)다. 몇 년 전 낸 ‘빅뱅 우주론 강의’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과학베스트셀러가 됐다.


내가 가장 쓸모 있는 자리


인터뷰는 6월 16일 뜨거운 오후, 과학동아천문대가 있는 동아사이언스 서울 용산 사옥의 옥상정원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은빛 돔을 보더니 어린이 같이 좋아한다. “멀리서 봤는데 천문대 모양의 돔이어서 참 좋다 생각했는데 이게 진짜 천문대라니”라며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서울 도심에서 별 몇 개나 보겠냐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다”했더니 “그건 말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반박한다.


“제가 천문학자의 길을 정말 잘 선택했구나 했던 게 언제인 줄 아세요? 대학교 1학년 때 학교에 있는 망원경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토성 고리를 봤을 때예요. 얼마나 신비하고 가슴이 뛰던지…. 별은 단 10개를 봐도 좋은 경험을 했다면 충분한 거예요.”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석영 교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영국 옥스퍼드대 등 천문학에서는 최고의 직장을 다니다 연세대 교수로 부임했다. ‘사이언스’ ‘네이처’ 등에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한창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지금부터 3년 반 전 위암 판정을 받았다. 아픈 아내의 고통을 덜어주려 같이 내시경검사를 받다가 발견한 것이다. 그는 “수술할 땐 살 수만 있길 바랐는데 회복기가 되니 평소 좋아하던 감자탕을 먹을 수 있을까가 최고의 관심사가 됐다”고 돌아봤다.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서 과학동아에 ‘어린왕자의 우주일기’라는 인기 코너를 1년 동안 연재했다. 이번 책에도 그때 글이 들어가 있다. 내친 김에 병에 걸리고 난 뒤 가장 달라진 게 뭐냐고 물었다.


“내가 사는 목적이 뭘까,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수술을 받았던 학기에는 강의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탈도 여러번 났지요. 한 학생이 그랬어요. ‘왜 이 지경이 되도록 강의하냐고’.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이 시간 여기에 있는 게 가장 쓸모 있다고요.”


 

10년 뒤 은하 연구에 혁명 올 것



“천문학이 뭐냐”고 물었다. 책에서는 천‘문학’이라고 멋진 답을 하더니 막상 기자에겐 “천문학은 과학”이란다. 천문학을 전공하러 오는 학생들이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온다는 안타까움이 배어났다. 그래도 그들에게 줄 조언 한마디를 구했다.


“책을 많이 보세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봐야 자기 철학이 생겨요. 스티브 잡스 전기를 작년에 봤는데 ‘잡스는 최고의 엔지니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었기에 CEO가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모든 분야가 그래요. 마지막 단계에서 다른 사람보다 앞설 수 있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성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능력이에요. 그걸 책이 주죠.”


가장 내세우고 싶은 업적을 물었다. 난감해 하더니 “부끄러운 연구는 많다”고 한다. 유학 시절 자신이 만났던 최고의 천재인 한 교수를 보며 학문에 좌절을 느끼고 공부를 포기할까, 고민했다던 겸손함이 인터뷰 내내 배어나왔다. 책에서도 ‘허영’을 경계하더니, 사진을 찍을 때도 “이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적이 없다”며 겸연쩍어했다. 그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천문학자인데, 이대로 넘길쏘냐, 마지막으로 꿈을 물었다.


“지금 천문학이 참 좋을 때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차세대 망원경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10년 뒤면 천문학 연구가 폭발할 겁니다. 과거 100년 동안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연구를 하게 될 거예요. 정말 기대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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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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