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전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우주배경복사 속 중력파 흔적’ 연구가 우주에서 오는 잡음(노이즈)에 의한 오차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수드대 입자물리학자 아담 팔코스키 박사가 12일 자신의 과학 블로그 ‘레조너스(résonancesㆍ울림, 공명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 ‘바이셉은 틀렸는가(Is BiCEP Wrong?)’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은하에서 나오는 복사에너지를 바이셉2 연구팀이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근거로 5월 6일 발표된 플랑크 우주망원경의 데이터를 들었다. 우리은하의 우주먼지가 만드는 복사에너지가 예상보다 크며 연구팀이 이를 무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중력파의 흔적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잡음 제거는 연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바이셉2 연구에 직접 참여했던 하버드-스미소니언 천문센터 존 코박 연구원은 “6일 발표된 플랑크우주망원경의 데이터에는 바이셉2 연구팀이 활용한 우주 영역의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즉 연구팀의 데이터에 오류가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관측 정보는 아직 없다는 뜻이다. 코박 연구원은 “새로운 관측 데이터가 있으면 적극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만약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잡음을 제거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면 지난 3월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어떻게 되는 걸까. 최기영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은하의 우주먼지에서 나오는 복사에너지의 양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고, 여섯 개의 가설(모델)만이 존재한다”며 “바이셉2 연구팀은 유력한 가설을 이용했지만, 다른 가설을 이용하면 연구결과의 정확도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완일 고등과학원 연구원은 “잡음 제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연구팀이 기존에 밝힌 99.999999636%(5시그마)의 높은 신뢰도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며 “연구팀이 찾아낸 중력파의 흔적이 진짜 흔적이 아닐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6일 발표된 플랑크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에서 빠진 영역은 이르면 올해 10월 완성된다. 연구의 최종 성공 여부는 그 때 확실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