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1일 부분일식, 스마트폰과 과자봉지로 쉽게 찍는 법

◇안 어려워요

6월은 ‘천문덕후’들에게 아주 특별한 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월식과 일식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식과 월식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순식간에 ‘인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관종’ 기자의 도전은 시작됐습니다.

 

 


강한 빛은

사진 촬영의 장애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월식은 6월 6일 오전 2시 43분 24초부터 달이 질 때까지 나타날 예정입니다. 이때 나타나는 월식은 반영월식입니다. 


반영월식은 달이 지구의 반영(주변 그림자) 영역에 진입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고 달의 밝기만 어두워집니다. 달이 지구의 본영(본 그림자)에 들어가는 개기월식, 부분월식과는 또 다른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죠. 오전 4시 25분에 최대에 이른 반영월식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6월 21일 오후 3시 53분 4초부터 6시 4분 18초까지는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에 놓이며 일식 현상도 나타납니다.(서울 기준) 이번 일식은 부분일식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달이 태양 안에 들어가 태양이 고리 모양처럼 보이는 금환일식이 관측되기도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태양면적의 약 45%가 가려지는 부분일식만 볼 수 있습니다. 부분일식은 오후 5시 2분 절정을 이룰것으로 예상됩니다. 


일식과 월식을 제대로 촬영하고 싶다면 천체망원경과 디지털카메라 전문 장비 사용을 강추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비들을 모두 갖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럴 땐 과학동아천문대의 ‘해가 숨는다!’ 등 천문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안 될까요? 우선 스마트폰으로도 태양을 촬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태양을 향해 무작정 촬영 버튼을 눌렀습니다. 빛이 너무 밝아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더군요. 태양을 맨눈으로 보면 위험하다는 점 아시죠?


그렇게 힘들게 촬영한 결과물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태양의 형체는 온데간데없고, 화면이 온통 뿌옇게만 보였습니다. 전문 장비를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지만, 이렇게 포기할 과학동아 기자가 아닙니다. 우선 원인을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알루미늄 과자봉지로

ND필터 만들기

 

원인은 피사체의 밝기였습니다. 태양이나 달은 주변에 비해 매우 밝습니다. 사진을 촬영하면 렌즈에 잡힌 영역의 평균 밝기에 따라 사진의 밝기가 결정되는데, 밝은 물체는 더 밝게 찍히기 때문에 빛이 번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카메라 렌즈에 빛이 최소한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합니다.
보통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면 조리개값, 셔터속도, 감도 수치 등을 변경해 받아들이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겉보기등급(지구에서 측정되는 천체의 밝기 등급)이 –26.7등급인 태양과 –12.7등급인 달은 이런 설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ND필터(neutral density filter)를 렌즈에 추가로 달아야 합니다. 


ND필터는 렌즈에 들어오는 빛을 줄여주는 필터입니다. 빛 투과량을 감소시키는 원리에 따라 반사형과 흡수형으로 구분하는데, 주로 사용되는 방식은 흡수형입니다. ND필터는 알루미늄, 구리, 규소 등 금속이나 금속화합물로 만듭니다. 금속이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성질을 활용하는 거죠. 이런 성질은 태양전지판 등 다른 분야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용 ND필터는 시중에서 1만~3만 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송을 기다리기 힘든 분들을 위해 과학동아는 우리 주변에서 ND필터로 쓸 수 있는 물건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때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과자봉지였습니다. 


과자봉지 안쪽은 반짝거리는 은색 재질로 돼있습니다. 햇빛과 공기로부터 과자가 변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알루미늄 박막 코팅을 했기 때문입니다. 알루미늄 박막은 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금속 박막이 사용된 반사형 ND필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죠.


박승한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자봉지에 코팅된 알루미늄 박막이 일부 빛은 반사하고 일부는 투과시켜 ND필터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며 “다만 애초에 촬영용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빛 투과율이 너무 높거나 낮아 촬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자봉지의 필터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한 손엔 초X파이 봉지,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다시 한번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선글라스까지 쓰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 앞에 과자봉지를 바짝 대고 태양을 향해 찰칵!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전문 장비로 촬영한 사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빛 번짐 현상이 거의 없고 무엇보다 둥근 태양의 형태가 온전하게 찍혔습니다. 이제 기자에겐 SNS 인싸가 될 일만 남은 건가요? 6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202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광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