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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관


서울의 창경궁에서 혜화동쪽을 향해 걷다 보면 창경궁담이 끝나는 지점에 국립과학관이란 간판이 나타난다. 입구로 들어가 언덕을 올라가면 5층짜리 본관건물이 우뚝 서있고, 마당에는 증기기관차 전차 등이 전시돼 있다. 이곳 국립과학관은 말그대로 국가에서 세우고 관리하는 과학전시관. 그러나 한나라의 과학관을 대표하는 곳 치고는 어딘지 모르게 초라한(?) 느낌을 준다.
 

굳이 선진국의 웅장한 과학관이나 박물관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학입국'을 표방하는 한국의 국립과학관의 규모와 시설로는 걸맞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립과학관은 부족하나마 각종의 과학전시물들을 상설전시하고, 각종 전람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국민들의 과학지식함양에 이바지해오고 있다. 다행히도 충남 대덕연구단지에 대규모의 종합과학관을 건설중이어서 내년말쯤에는 남부럽지 않은 좋은 시설의 과학관이 생겨날 전망이다.

 

과학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장치들
 

특히 초·중·고교 학생들의 발길이 잦은 국립과학관은 '이공학산업기술 자연사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 및 전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상설전시실의 운영이 핵심사업.
 

본관 1, 2, 3층 5천3백여㎡의 상설전시실은 노트를 들고와 메모하는 학생들, 부모손을 잡고 견학온 어린이들이 가장 흥미있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먼저 1층전시실은 전기 전자 우주 항공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데 주요전시물로는 미국의 유인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와 똑같은 모양의 축소모형을 비롯해 전동기, 전자음향측정기, TV전화와 통신위성, 터보제트엔진, 화력발전소 모형, 소리의 파동, 정전기의 원리 등을 들 수 있다.

이가운데 관람객이 가장 관심있게 보는 전시물이 '소리의 파동'. 관람자가 보턴을 누르고 소리를 내면 화면에 파동이 나타나며, 미리 녹음된 새소리 음악소리 등의 파동의 모습도 비교해 볼 수 있다.
 

또 터보제트엔진 C-46엔진 등 엔진의 실물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돼있는데 무게 1.1t의 거대한 C-46엔진은 단면을 잘라 내부구조까지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물성 기계 에너지 화학 원자력 기상 등을 전시하고 있는 2층전시실은 직접 손으로 작동해볼 수 있는 기계장치가 많아 인기를 끌고 있다.
 

원심력의 원리, 콘베이어 벨트의 원리,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장치를 꾸며놓았다. 또 자동기어장치의 보턴을 누르면 실제로 기어가 작동하는 구조를 볼 수 있어 이해하기가 매우 쉽다. 냉동기의 원리, 펌프의 작동 등도 마찬가지로 관람객이 직접 눈으로 작동원리를 확인할 수 있게 돼있다.
 

이곳에는 또 원자력의 이모저모를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해주고 있으며, 합성고무의 원자구조를 검정색(탄소원자) 청색(수소원자) 등의 공모양으로 된 것을 연결,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과학사와 광물 인체 곤충 등을 전시한 3층전시실은 1,2층이 과학적 원리를 보여주는 데 비해 인간과 자연의 생태나 역사를 보여주고 있어 볼만한 것들이 많다.
 

특히 인류의 진화과정을 그림과 함께 도표로 작성했는가 하면, 인류의 조상들의 생활상을 재현해놓기도 했다. 동굴과 화덕 사냥 무기 등을 소재로 재현시켜놓은 원시인의 생활상을 보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1백만년전), '호모에렉투스'(80~20만년전) 등의 옛 인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완전나체로 살았고, '네안데르탈인'(11만~3만5천년전)부터는 나뭇잎으로 앞을 가리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는 '인체'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는 인체해부도, 태아의 발육과정, 인간의 생식기, 5관감각조직 등이 그림이나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한편 3층전시실에는 고래의 골격이라든가 호랑이의 뼈대, 표범 코끼리 악어 등의 골격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다. 측우기 대동여지도 기중기 금속활자 등 과학사에 빛나는 귀중한 유물들도 아울러 볼만한 것들.
 

본관의 상설전시실과 함께 관람객들이 찾게 되는 곳이 산업기술관이다. 본관과 떨어진 2층 4천1백여㎡의 산업기술관은 정유공장 시멘트공장 등 중화학공업에 관한 생산공정 및 시설 등 8개 분야 29개 주제를 전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요산업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기계의 기본운동을 실제로 작동해 보고있다.
 


방학을 이용, 컴퓨터교육도 실시
 

공개과학교실운영도 전시업무 못지 않게 중요한 국립과학관의 기능. 여름과 겨울의 방학을 이용, 학생들에게 실험실습교실과 컴퓨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과과목중 학교에서 하기 힘든 실험실습이나 컴퓨터 기초이론 및 프로그램작성실습을 하고 있는 과학교실은 회비가 없이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본관5층의 컴퓨터교실에서는 제41기 컴퓨터교육이 실시되고 있었다. 1백여명의 남·녀 중학생들이 지도교사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는데, 서울사대부중 1학년에 다니는 한 남학생은 "8일코스의 강습기간중 3일째 나오고 있다. 하루에 3시간씩 익히고 있는데 이제 컴퓨터가 어떤 것인지 조금 이해가 된다"며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에서 3명이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참가했다는 것.
 

국립과학관의 교육기능으로는 이밖에도 과학영화상영과 주말과학강연이 있다. 과학과 기술의 여러 분야에 관한 영화상영은 매일 11시 13시 15시 16시에 부속영화관에서, 주말과학강연은 저명한 과학자를 초청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역시 영화관에서 개최하고 있다. 전시·교육기능과 함께 연구기능도 과학관이 수행하는 중요한 일이다. 국립과학관 역시 생물실을 설치,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규모가 미약한 실정이다. 각종의 곤충류 2백40~2백50종 2, 3만점을 소장하고 있고, 특히 나비표본은 한반도 것의 97~98%를 소장하고 있다는게 이승모연구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채집, 분류, 연구하고 자료를 펴내는 일을 할 인력이 절대부족한 실정.
 

이승모연구관은 "고용직 직원1명과 함께 생물실을 운영하고 있어 일손이 달린다"며 우선 전문인력부터 충분히 확보해야 제대로의 연구기능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나비들을 '한국접지'라는 도감으로 펴낸 데 이어 '한반도의 하늘소와 갑충지'라는 곤충도감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과학관측은 이곳에 보유하고 있는 곤충, 특히 산림해충에 관한 자료들을 연구목적 등으로 이용하고자 요청하면 협조해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다 알찬 전시공간의 구성과 함께 다양하고도 활발한 연구활동이 진행될 수 있는 예산 인력의 뒷받침이 이루어져야만 국립과학관이 과학한국의 중추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국립과학관의 입장료는 어른 1백원, 어린이·청소년은 50원이며 단체는 각각 50원과 30원.
 

각종 곤충의 표본으로 가득찬 생물실
 

198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 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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