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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히틀러는 왜 계속 태어나는가?

전쟁을 부추기는 지도자의 마음 분석


3월 23일 일요일 북한이 미사일 25발을 동해에 발사했다. 더러 있던 일이라 이제 크게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얼마 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올해, 다시 그곳에서 큰 전쟁이 벌어질 뻔 했다. 일본 사회지도층은 경쟁적으로 ‘망언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신들이 벌인 만행을 부인하며, 자칫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정치인 중에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신념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거나 자신만이 구원자라고 떠드는 과대망상 환자가 종종 있다. 대체로 극단적인 파시스트나 완강한 민족주의자 집단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의 지성이 진보한다고 하는데, 왜 이러한 일이 계속 일어날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라는 전쟁광을 겪었는데도 여전히 여기저기서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이 허다하다.


어려운 시기엔 편집증 지도자가 등장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들이 ‘편집적 성향’을 갖고 있고, 관련 집단 역시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편집적 성향이란 의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타인의 의도를 일단 자신에게 위협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사회성을 갖고 있는 영장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왜 이런 성향이 생길까. 인간과 침팬지, 고릴라는 다른 개체와 집단을 이뤄 산다. 무리지어 사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함께 협력해 사냥하고 외부 공격을 방어하며 아이를 같이 양육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집단이 커지고 자원이 부족해지면 손해도 꽤 커진다. 구성원들이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된다. 적당한 집단 크기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집단이 커지게 되면 새로운 집단을 만들어서 나가는 것이 기존 집단에서 서로 반목하며 경쟁하는 것보다 더 유리해지는 시점이 온다.

이 무렵에 갈등을 고조시키면서 집단을 분리하려는 세력이 등장한다. 기존의 지도자에게 대항해 자신의 세력을 분리한 뒤 외부로 나가려는 모습이 영장류 사회에서 종종 목격된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서울대 인류학과 연구원)는 “과대망상적이며 편집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기존 집단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키고 분쟁을 조장한다”며 “집단 내 자원이 부족해 갈등이 일어나는 시점에는 이런 성향의 지도자가 출현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근거가 부족한 희망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선동해 자신의 추종자로 만든다. 경쟁자가 될 만한 다른 구성원들을 지나치게 의심하면서 예민하게 반응한다. 결국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독단적인 망상을 집단에 적용하려고 시도한다.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적인 인물, 나쁘게 말하면 독재자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집단이 극단으로 치닫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현장에는 늘 이들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 그 중심에 있다.


외부의 적 만들고, 내부 충성심 고취
수렵채집 시대에 인간의 부족은 대체로 고립되어 지내왔다. 집단 간 무역은 각 부족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중간지대에서 이루어졌다. 다른 부족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바로 선전포고였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실수로 다른 무리의 영역에 침범하면 곧바로 공격을 받아 죽곤 한다. 사람도 원시부족 집단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즉 한 집단의 구성원은 집단의 영역 밖에 있는 다른 집단에 대해서 늘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박 전문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외집단(자신의 집단이 아닌 모든 다른 집단)에 대해 일단 경계하고 배척하려는 경향이 인류의 유전자와 문화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서 충성하고 자신의 동족을 편애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를 ‘내집단(자신이 속한 집단) 선호현상’이라고 한다. 내집단의 규율을 따르는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으며, 문화적으로도 충성심이나 애국심으로 장려되면서 점차 강화됐다. 단지 공차기에 불과한 축구경기에서 각 팀의 팬들이 열광적으로 자신의 팀을 응원하며, 심지어 폭력사태까지 종종 벌어지는 것은 이러한 인류의 오랜 본성이 반영된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교묘하게 활용한다. 특히 경제나 사회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일부러 외부로 관심을 돌리게 한다. 히틀러가 등장할 당시 독일은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초인’을 기다리던 독일 국민에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히틀러는 구세주였다. 히틀러는 내부 갈등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아베 일본 총리 역시 비슷하다. 일본의 장기 불황, 도호쿠 지진 이후에 나타난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외부 탓으로 돌리면서, 군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의 노선에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되기 힘들다. 마치 전쟁 준비를 하듯 지도자 뒤에 줄을 서게 된다. 리더의 편집적 성향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레드릭 쿨드리지와 다니엘 세갈은 히틀러, 사담 후세인, 김정일에 대한 연구에서 이들이 가학성이나 반사회성 성향과 더불어 편집적 성향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는데, 이들 역시 특히 외부 집단인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향해 적대적인 모습을 강하게 나타냈다.


히틀러, 어렸을 때 무슨 일이?
전문가들에 따르면 편집적 성향은 일부 이상한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며 의심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정신분석가 멜라니 클라인은 ‘편집-분열 자리’ 이론으로 어떤 상황에서 편집적인 인간으로 커 가는지를 설명했다. 이 이론은 어린 시절에 어머니와 맺는 관계가 정신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기 위해서 도입한 개념이다.

아기가 3~4개월 무렵에는 엄마를 자신을 돌봐주는 ‘좋은 엄마’와 화를 내는 ‘나쁜 엄마’로만 구분한다. 그리고 아기는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선천적인 공격성과 미움을 모두 나쁜 엄마에게 돌리는데, 스스로 화가 나면 날수록 엄마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여기게 된다. 즉 마음속에 나쁜 엄마만 점점 커지는 것이다.

클라인은 “이 시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마음속에 나쁜 엄마 심상만 크게 자리를 잡게 된다”면서 “결국 나중에 커서 편집적 성향이 지속돼 끊임없이 타인의 의도를 의심하고 미워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종종 타인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만, 스스로는 자신을 박해하던 대상에게 정당한 보복을 한 것이라고 여긴다. 심지어 매우 정의로운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정신분석학자는 히틀러의 편집적 성향이 불우한 어린 시절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히틀러 뇌’가 있을까

편집증을 유발하는 뇌의 중추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 부분을 치료해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뇌 내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거나 혹은 편도체(대뇌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아몬드 모양의 신경덩어리), 전전두엽(이마 부분에 위치한 대뇌의 일부분)이 손상되면 편집증과 공격성이 나타난다는 연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나타나는 편집증과 공격성은 현실에서 매우 동떨어진 형태로 표현되기 때문에, 사회에는 큰 악영향을 주지 못한다. 아무도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동의하지 않으며, 단지 정신과 치료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히틀러 같은 편집광이나 극단주의자의 뇌에서 명확한 신경학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편집성이나 적개심, 공격성, 외집단 배척, 내부 권위에 대한 복종 등과 같은 성향은 어느 일부의 이상한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진화시켜온 본능이기 때문이다. 연일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일부 국가 지도자들의 뇌도, 겉보기에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각종 사회제도와 광적인 리더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여론의 비판 기능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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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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