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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에서 공룡알화석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공룡알이 무슨 대단한 발견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다. 공룡알은 공룡의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공룡알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일까.


마이아시우라의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고 있는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둥지를 떠나기엔 너무 작고 약해 어미의 보살핌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거대한 공룡들은 얼마나 큰 알을 낳았을까. 공룡알은 파충류나 새의 알과 어떻게 다를까. 공룡알은 공룡만큼이나 우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다고 처음 보고된 것은 1859년 프랑스. 영국의 리처드 오엔 경이 1841년 공룡(Dinosauria)이란 용어를 처음 제안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이다. 그러나 당시 공룡알껍질을 발견한 사람들은 악어나 익룡의 알껍질로 잘못 해석하고 말았다.

미국자연사박물관의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 관장이 몽골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공룡알 둥지와 프로토세라톱스(Protoceratops) 공룡뼈를 함께 발견한 것은 1923년. 이 발견은 공룡이 딱딱한 알을 낳는 파충류라는 것을 밝히는 계기가 됐다. 그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드물게 공룡알들이 발견돼 오다가, 1996년 중국 후베이 지역의 청룡산에서 무더기로 공룡알이 발견됐다. 그러나 밀수업자들이 농부들을 매수해 공룡알들을 채집해 전세계 박물관과 개인 화석수집가에게 팔아넘긴 후였다. 농부들은 공룡알을 집 짓는 돌로 사용하기도 했다니 그 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이 간다.

현재 공룡알은 전세계적으로 약 2백여 곳에서 발견된다. 그중 반수 이상은 아시아 대륙에서 발견된다. 가장 풍부하게 산출되는 나라는 중국, 몽골, 아르헨티나, 인도, 미국 등. 이들 지역에서 산출되는 대부분의 공룡알들은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후기 중생대에 살았던 공룡들의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 후베이지역에서 발견된 공룡알.

축구공만한 공룡알

공룡알은 그 자체로도 귀중한 화석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있는 태아화석이다. 태아화석은 알을 낳은 공룡이 어떤 종류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룡알들은 자주 어미나 형제, 또는 알을 노리는 육식공룡에 의해 부서지므로 모든 알들이 태아 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태아 뼈가 화석이 되려면 알이 썩기 전에 빠르게 묻혀 화석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대부분의 알들은 이미 부화됐거나 속이 빈 것들이다. 태아화석을 가지고 있는 것은 10% 미만이다.

운 좋게 태아를 가진 알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알속에서 태아의 뼈를 추리는 일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알속의 암석성분에 따라 처리방법이 달라지지만, 보통은 조그만 드릴이나 치과용 도구로 아주 조금씩 뼈를 싸고 있는 암석을 제거한다. 석회질 암석인 경우에는 약한 산성용액을 사용해 조금씩 녹인다. 하루에 1백분의 1mm씩 용해시키므로 이 일은 매우 오래 걸린다. 영국의 한 화석처리가는 몇달 동안 이러한 방법으로 알을 용해시켜 60개의 중국산 공룡알에서 3종류의 태아화석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캣(CAT : Computerized Axial Topography)을 이용해 알을 쪼개지 않고 태아의 유무와 형태를 확인하므로 태아화석을 발견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알려진 4백속의 공룡들 중 공룡알과 둥지의 형태가 자세히 밝혀진 공룡은 불과 10속 미만이다.

대부분의 경우 공룡알은 그 임자를 알 수 없다. 그래서 공룡알을 분류할 때는 알의 크기, 모양, 알껍질의 두께와 표면장식, 숨구멍의 패턴 등에 따라 구분한다. 좀더 자세하게 조사하기 위해 알껍질을 박편으로 만들어 현미경으로 그 조직을 살피기도 한다. 둥지가 발견된 경우 둥지의 형태도 분류의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공룡은 얼마나 큰 알을 낳을 수 있었을까. 과연 70t 이상의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몸집에 비례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알을 낳았을까. 흔히 알의 크기가 커지면 알의 두께도 같이 두꺼워진다. 그러나 알이 너무 두꺼우면 호흡하기 곤란하며, 속에서 깨고 부화하기가 힘들어진다.

현재까지 발견된 공룡알 중 가장 큰 구형의 공룡알은 축구공(약 22cm)보다 약간 작다. 타원형의 공룡알로는 중국 난양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 가장 큰데, 장축의 길이가 45cm나 된다. 이 공룡알에서는 육식공룡의 태아화석이 발견됐다.

모든 알 껍질에는 미세한 구멍이 있어 이를 통해 태아는 이산화탄소, 산소, 수분을 교환한다. 그런데 공룡알은 이러한 숨구멍이 새알보다 무려 8-16배나 많다. 왜 공룡 알껍질에는 이처럼 구멍이 많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의 환경을 알아야 한다.

중생대는 현재보다 연평균 기온이 높았으며, 극지방에도 빙하가 없을 정도로 온난다습했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의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현재보다 현저히 많았다는 조사결과를 통해 입증된다. 따라서 산소를 많이 호흡하기 위해서는 알껍질에 많은 숨구멍을 발달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숨구멍이 많으면 호흡작용에는 크게 유리하지만 수분을 잃는 단점도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룡들은 땅속에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은 후 모래로 덮어 알의 수분 손실을 막았다. 이러한 특징은 숨구멍의 크기가 작고 수도 적은 새들이 나무 위에 둥지를 트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룡알은 다른 파충류나 새알과 달리 알껍질의 표면에 여러가지 장식이 발달돼 있다. 이러한 장식은 작은 돌기가 발달한 것으로부터 가느다란 선들로 이루어진 것, 홈이 파인 것 등 다양하다. 장식들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수많은 능선과 골로 이뤄진 요철 모양이다. 공룡알 표면은 새알처럼 매끄럽지 않고 거칠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사실은 숨구멍이 능선이 아닌 능선 사이의 낮은 지역에 항상 발달한다는 것. 공룡알이 땅속에 묻혀있을 때 숨구멍이 막히지 않고, 숨구멍과 모래 사이의 공간을 확보해 더 손쉽게 산소를 호흡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공룡알은 공룡 멸종원인을 밝혀줄지도 모른다. 이 주장은 백악기 말로 가면서 공룡알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며, 알껍질에 이상할 정도로 미량원소들이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알이 부화되기 전의 상태는 공룡의 삶 중에서 가장 쉽게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시기이다. 알껍질에 들어있는 코발트, 크롬, 구리, 망간, 니켈, 납, 아연, 셀렌 같은 미량원소는 건조한 환경에서 자란 식물을 먹은 공룡 어미의 체내에 축적돼 알껍질을 형성하는 단백질을 변화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비정상적인 알껍질을 만들고 알두께를 얇게 해 부화율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됐다.

특히 알껍질에 함유된 셀렌의 양은 중생대와 신생대 경계로 갈수록 더 증가해, 이러한 둥지의 알은 부화 실패율이 매우 높았다. 셀렌은 조금만 들어있어도 달걀이 부화하지 못할 정도로 유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는 초식공룡이 셀렌이 함유된 화산재가 덮인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매우 적은 수의 새끼만이 부화됐음을 암시했다. 결국 종족번식이 줄고 먹이사슬이 완전히 무너지게 됐다.

인큐베이터 만든 오로드로미우스

공룡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룡알 둥지의 발견이다. 공룡알 둥지는 공룡들이 어떻게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았는지를 알려준다. 최근까지 공룡의 산란 습성에 관한 증거는 1923년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둥지가 전부였다. 이 둥지의 알들은 1993년 똑같은 알 둥지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오비랩터(Oviraptor)가 두번째로 발견될 때까지 프로토세라톱스에 속한 것으로 믿어졌다.

암컷 오비랩터가 앉아 있는 둥지는 20개의 타원형의 알들이 몇 층을 이루며 동심원상으로 배열돼 있다. 이런 식으로 배열하려면 어미는 맨 먼저 1m 정도로 동그랗게 구멍을 판 후 웅크리고 앉아 돌면서 하나씩 알을 낳아야 한다. 공룡알들은 큰 끝부분이 위쪽으로 향하게 똑바로 세워져 있어 부화됐을 때 새끼들이 빠져나가기 쉽도록 배열돼 있었다.

육식공룡 오비랩터의 크기는 2m 정도로 둥지 위에 앉아 알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설령 알을 품지 않았다 하더라도 알을 보호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보다 큰 공룡들도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알들을 낳았다. 오비랩터처럼 커다란 공룡들이 깨지기 쉬운 알에 앉아 알을 품었을 리는 없다. 대신 알들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모래로 덮었거나 온도가 높은 곳에서는 알들을 덮지 않고 직접 태양 빛을 받도록 했을 수도 있다.

1979년 미국 몬타나주에서 발견된 공룡알 둥지는 공룡의 생태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알려줬다. 존 호너박사는 17년 동안 이를 연구한 끝에 두 종류의 공룡이 새끼를 낳고 기르는 둥지의 생활상을 거의 완벽히 그려낼 수 있었다.

화석이 발견된 장소는 과거 얕은 호숫가에서 떨어진 작은 섬이었다. 나무들이 호숫가를 따라 자라고 조그만 나무들이 섬을 덮고 있었다. 발견된 오로드로미우스(Orodromeus)라는 작은 초식공룡 둥지에는 12개 내지 24개의 알들이 나선형으로 배열돼 있었다. 둥지에서 함께 발견된 식물의 잔해는 오로드로미우스가 알을 덮은 다음 썩게 함으로써 인큐베이터 같은 부화기술을 사용했음을 암시한다. 알을 따스하게 하기 위해 둥지 위에 나무와 모래를 섞어 덮음으로써 퇴비작용을 하게 한 것이다. 현생의 덤불새(scrub fowl)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나무를 더하고 뺌으로서 둥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오로드로미우스 둥지의 중요한 특징은 부화되면서 새끼가 빠져나간 위 부분을 제외하고 알 껍질이 원형으로 보존돼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끼 오로드로미우스가 알에서 부화되자마자 어미 닭이 하는 것처럼 어미의 보살핌 하에서 곧바로 둥지를 걸어나갔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 알속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오로드로미우스의 새끼는 완전하게 다리뼈와 관절이 형성돼 있어 자신의 무게를 쉽게 지탱할 수 있었다.

오로드로미우스의 둥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공룡들의 생생한 생활상을 간파할 수 있다. 둥지가 모여있는 지역에는 많은 포식자와 시체를 처리하는 청소부들이 있기 마련이다. 오로드로미우스 둥지에서도 바라니드(varanid) 도마뱀의 뼈들이 화석으로 발견된다. 현생 바라니드 도마뱀들은 자주 악어와 덤불새의 둥지에서 먹이를 구한다. 이들의 공룡시대 조상들도 오로드로미우스의 둥지를 습격했을 것이다. 같이 발견된 조그만 포유류의 뼈들도 포유류가 공격하기 쉬운 공룡 새끼들이나 알들을 먹었음을 보여준다.

또 오로드로미우스의 둥지에서는 많은 양의 곤충과 번데기 화석들이 발견된다. 현생 풍뎅이와 여러 곤충들은 둥지를 좋아하는데, 깨진 알이나 죽은 새끼가 곤충들에게 풍부하고 쉬운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룡시대의 풍뎅이도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는 청소부였을 것이다. 실제 한개의 알은 겉은 멀쩡하나 내부가 곤충에게 먹힌 채 발견됐다. 둥지에는 트루돈(Troodon)의 이빨과 훨씬 더 큰 앨버토사우루스(Albertosaurus)의 이빨도 발견됐는데, 이들은 손쉬운 사냥터에 주로 나타나는 육식공룡들이었다.


발굴한 공룡알과 공룡둥지로 공룡 생태를 알아낸 호너박사.

둥지에서 새끼 돌본 마이아사우라

호너박사가 밝힌 또 하나의 둥지는 초식공룡 마이아사우라(Maiasaura)의 것인데 1만${m}^{2}$의 면적에서 40개의 둥지가 발견됐다. 마이아사우라라는 이름은 ‘좋은 어머니 도마뱀’이란 뜻이며, 약 8m 길이의 오리주둥이공룡이다.

이 공룡은 건조한 고지대에 집단으로 둥지를 만들었다. 아마도 홍수의 위험에 대비하고 주위를 잘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을 택한 듯하다. 이러한 습성은 군집생활을 하는 제비갈매기와 유사한데 적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집생활에 의존한다.

마이아사우라는 번식기가 다가오면 똑같은 둥지로 돌아와 둥지를 수선해 다시 사용했던 것으로 믿어진다. 둥지는 약 2m의 지름에 진흙과 돌로 둥그렇게 쌓아 올리고 그 안에 나뭇잎을 깔았다. 각각의 둥지는 한마리의 공룡 길이만큼씩 떨어져 있어 어미가 옆 둥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왔다갔다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둥지 속에는 25개의 알이 서로 닿지 않게 동심원을 이루며 놓여 있었다.

마이아사우라는 오로드로미우스처럼 둥지 위에 따스한 퇴비를 덮는 방법으로 알을 부화시켰다. 그러나 오로드로미우스 새끼와 달리 마이아사우라 새끼는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서너 주일 동안 둥지에 머물러 어미로부터 먹이를 공급받았다. 이러한 사실은 둥지 안에 밟혀 깨어진 알조각이 많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그 안에는 어미로부터 공급받은 과실과 어린 잎들의 잔해들이 함께 있었다.

새롭게 태어난 마이아사우라의 크기는 30cm 정도로 다리뼈와 관절은 완전히 성숙되지 않았다. 둥지를 떠날 때는 약 1.5m의 크기로 자란다. 가만히 앉아 어미가 갖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음으로써 매우 효과적으로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성장속도는 매우 빨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실은 새끼들의 이빨이 닳아 있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1년 정도 지나게 되면 마이아사우라는 2.5m로 자라고 어미와 함께 낮은 지대의 목초지로 이동해 갈 수 있었다.

오로드로미우스와 마이아사우라의 둥지생활은 공룡의 사회발달에 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명확한 내용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이들의 공룡둥지는 현생의 새에서 볼 수 있는 두 종류의 둥지를 정확하게 복사해놓은 것 같다. 알에서 부화하자마자 둥지를 떠나는 조숙한 새끼 형태와, 둥지에 남아 힘없이 어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미숙한 새끼형태이다.

마이아사우라의 경우 큰 둥지사회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아 더 복잡한 사회발달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공룡들은 제비나 비둘기처럼 매년 똑같은 번식장소를 찾아오는 일종의 회귀성 본능을 가졌다. 둥지를 만드는 것은 타고난 본능이지만 다른 공룡들과 함께 복잡한 집단둥지를 만드는 능력은 고도의 의사전달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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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융남 박사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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