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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는 복근 성형에 대한 소문을 듣고 성형외과를 찾아 갔다가 거절당했다. 배가 ‘키세스 초콜릿’ 모양이었던 것! 의사는 심하게 튀어나온 뱃살은 수술로도 고칠 수 없다며 일단 살부터 빼고 오라고 돌려보냈다.
뚱뚱하면 복근 성형도 못 한다
복근 성형에도 ‘본판 불변의 법칙’이 있다. 얼굴 성형과 마찬가지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는 게 아니다. 의사들은 복근 성형이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수술 후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체질량지수(BMI)가 25이상으로 비만인 사람에게는 무리다. 체질량지수가 30이 넘으면 미쉐린타이어의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너무 마른 사람도 안 된다. 피부랑 근육이 딱 붙은 사람은 수술로 식스팩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들은 운동으로 근육을 발달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뚱뚱한 사람보다야 낫다. 민경원 서울대 성형외과학교실 교수는 “복부를 성형해서 특정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라며 “일부 광고처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복근 성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상적인 예가 무용수다. 무용수는 순발력을 위한 속근이 매우 발달한다. 이를 잔근육이라고도 부르는데, 미오글로빈 함유가 적어서 하얗다. 반면에 식스팩을 만드는 근육은 붉은 지근의 비율이 높다. 힘을 내는 데 쓰는 지근은 속근보다 만드는 데 오래 걸리고, 근력 운동을 따로 해야 한다. 그래서 무용수는 하루 종일 춤 연습을 하는데도 생각보다 식스팩이 희미할 수 있다. 게다가 무용수는 무대에서 배를 보일 일이 많을 테고 뚱뚱하지도 않을 테니, 이 수술에 딱이다.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해서 팔다리 근육은 발달했는데 배만 유난히 동그스름한 사람도 고려해볼만하다. 이들은 ‘초콜릿 복근’이 속에 있는데 배의 피하지방층이 두꺼워서 숨어있을 확률이 높다. 체지방률을 10% 이하로 낮추면 드러나겠지만, 솔직히 그게 쉽나. 이럴 때 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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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복근은 건드리지도 않는다
복근 성형은 복근을 예쁘게 다듬는 게 아니라 사실 지방흡입술이다. 수술 처음부터 끝까지 근육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대신 배에 있는 지방세포 일부를 긁어내고 남은 지방이 근육 같아 보이게 만든다. 이 방법을 배에 적용한 것은 2007년 경부터다. 미국 덴버 주 존 밀러드 성형 전문의는 아메리칸헬스저널의 인터뷰에서 “복부 성형 수술은 마치 조각하는 것 같다”며 “다비드상을 조각한 미켈란젤로가 21세기에 살았다면 성형외과 의사가 됐을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럼 복근 성형 수술의 구체적인 과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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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흡입술을 포함해 성형 수술에 앞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할 것은 전문 의료진, 특히 마취 전문의와 응급처치시설의 존재 여부다. 최근 몇 주간 성형수술 사고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12월에 눈과 코 수술을 받다가 뇌사 상태에 빠진 여고생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3월에는 턱 수술 환자, 코 수술 환자, 지방흡입술을 받던 환자가 연이어 사망했다. 많은 병원이 출장 마취 의사에 의존하고 있고, 응급처치 시설도 부족하다. 수면마취를 하면 호흡곤란의 가능성이 있는데, 응급처치 시기를 놓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따라서 수술 금액이나 후기만 살피지 말고, 얼마나 안전한 환경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복근 성형 같은 지방흡입술은 주로 국소마취를 하며 성형수술에서도 가벼운 편이다. 일반적으로는 큰 부작용이 없고 약간의 멍과 붓기, 그리고 절개 부위 등의 통증 정도다. 수술은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단, 빨리 끝날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지방흡입술은 관을 복부에 넣고 빼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천천히 해야 주변 조직에 손상이 적다. 급하게 작업하면 관이 혈관을 건드려 피멍이 많이 들 수 있다. 민경원 서울대 교수는 “충분히 훈련 받지 않은 의사들이 관을 빨리 움직이려고 할 때가 있다”며 “그러면 부작용이 날 수 있으며, 지방세포가 움직일 시간이 부족해 수술 효과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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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은 수술 다음날부터 가능하다. 붓기나 멍이 빠지는 데 2주 정도 걸린다. 가벼운 운동은 2주 후부터, 근력 운동은 한 달 후부터 할 수 있다. 김진영 아름다운나라 성형외과 원장은 “수술 후에 3~4개월이 지났을 때 식스팩의 모양이 가장 선명하다”며, “그 후는 관리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지방흡입술 장면. 5개의 구멍(사진 속 흰색 프로텍터)를 통해 지방흡입 관을 넣고 빼기를 반복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6/S201410N003_12.jpg)
수백만 원, 심지어 1000만 원까지 하는 이 수술은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 다이어트처럼 요요현상이 생기는 건 아닐까. 이론적으로는 수술로 만든 복근 모양이 계속 유지된다. 사라진 지방세포는 다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세포는 어릴 때 활발히 분화하다가 여자는 16세, 남자는 18세 정도에 멈춘다. 그 때 가지고 있는 지방세포 수가 평생을 간다. 다만 세포의 크기가 커질 뿐이다. 지방흡입술을 받았다면 그 만큼 지방세포 수가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언제든 남은 지방세포가 커질 수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게다가 내장지방이라는 변수도 있다.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내장지방이 찌면 당연히 배 둘레가 커진다. 피하지방층은 식스팩 모양으로 울퉁불퉁한데, 배는 빵빵해진 사람이 어떤 모습일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이 수술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효과는 지켜봐야 한다.
김도리 맨클리닉 원장은 “수술을 받고 나서 복근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팔다리는 뚱뚱한데 배만 울룩불룩하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결국 식스팩 수술도 하나의 보조수단일 뿐, 운동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올 여름 해수욕장’이라는 강력한 동기가 사라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단련을 시작하자.
INSIDE
안일한 수면마취가 죽음을 부른다
3월 6일 강남구 한 성형외과에서 34세 여성이 복부지방흡입술을 받다가 사망했다. 수술 중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가, 결국 119 구조대를 불렀다. 구급차를 타고 인근 대학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의사들은 이 사고에 대해서 수술로 인한 호흡곤란 자체보다 응급처치를 제대로 못하는 병원 환경이 문제라고 말한다. 흔히 성형수술을 위한 수면마취를 내시경검사 때 하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수면마취제 중 하나인 프로포폴은 2009년 마이클잭슨 사망 원인이자, 몇 년 전 국내에서
환각제로 남용된 물질이다. 프로포폴은 수면유도 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 수치를 높이고 뇌의 기능을 억제한다.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과 치오펜탈은 호흡억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수술 중에 마취제 때문에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고개를 들어주는 등의 간단한 처치로 몇 초만에 회복된다. 하지만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1~2분만 놓치더라도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종합병원에서는 수면마취 시에 마취 전문의가 수술 시작부터 환자가 깰 때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다. 산소통, 기도 유지 장비 등 응급처치 장비도 필수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마취 전문의와 수술 집도 의사가 같이 대처한다.
병원에 전담 마취 전문의나 심장충격기, 인공호흡기 같은 응급의료장비가 없다면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수술을 받는 당사자들이 수면마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국소 마취면 충분한 쌍꺼풀 수술 등에서도 많은 이들이 무섭다는 이유로 수면마취를 택한다. 국소마취를 하고 눈을 깜박이면서 수술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되는데도 말이다.
최근 수면마취제가 많이 좋아져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데 그만큼 정확한 모니터링이 뒷받침 돼야 한다. 민주당 처동익 의원실에 따르면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 중 마취 전문의가 없는 병원은 36.7%, 성형외과가 있는 의료기관 1091개 중 응급의료장비가 없는 곳이 76.9%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