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자기공명장치 핵융합 등 강력한 자장을 취급하는 연구원들은 딸을 가진 경우가 더 많았다.
'자장(磁場)을 취급하는 연구원은 딸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본에서는 전자장과 인체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이와같은 연구결과가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독특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사람은 통산성 산하 전자기술종합연구소의 가메이 히로다케(亀井裕孟) 분자물성연구실장.
그의 주된 연구테마는 X선 단층촬영장치(CT)에 대신하여 자장을 이용한 CT를 개발하는 것. 강력한 자장을 취급하는 남녀 연구원들이 많기때문에 자장과 남녀의 출생비율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핵자기공명장치(NMR-CT)나 핵융합 등 강력한 자장을 취급하는 연구원 1백9명에 대해 그들 자녀들의 성비(性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여아 1천명에 대한 남아의 비율은 9백18명이었다. 일본인의 평균치가 1천60명(남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여아의 비율이 높은 셈이다.
가메이 실장은 이어 유엔의 인구통계자료를 이용해 나라마다 지자기(地磁氣)의 강약이 다른 유럽 14개국의 남녀출생비를 조사했다. 이 결과 역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지자기가 5백12밀리가우스(gauss, 자속밀도의 단위)로 가장 강한 핀란드는 여자 1천명당 남자는 1천44명, 지자기가 4백36밀리가우스로 가장 약한 포르투칼은 여자 1천명당 남자 1천80명이었다. 이 두가지 통계자료를 통해 그는 자장이 남녀의 출생비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X, Y 염색체에 영향(?)
그러면 동물실험을 통해서 이러한 가설이 뒷받침될 수는 없는 것일까.
아직 자기가 동물의 생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결과가 보고된 적이 없다. 가령 구피(guppy, 열대어의 일종)를 자장속에서 기르면 3세대도 못가서 생식능력이 없어져 버린다. 반면 연어는 동일한 조건에서 발생이 보다 쉽게 된다. 성비(性比)에 관한 실험도 여러차례 행해졌지만 암컷이 증가하기도 하고 수컷이 증가하기도 해서 쉽사리 결론을 얻을 수 없었다.
현재 상황으로는 자장이 남녀의 출생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알수가 없다. 그러나 남녀성(性)을 결정하는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자장 속에서 다르게 반응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즉 X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Y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다른 비율로 생산된다든지, X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오래사는 환경이 조성된다든지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은 온도 등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계자료를 통해 자장과 남녀출생비율이 관계가 있다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됐다." 가메이의 말이다.
이와관련 규슈(九卅)대학의 우에노(上野照剛)교수는 "자기가 생체에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는 자기섬광(磁氣閃光)이 있다. 자기섬광은 1백가우스 10㎐의 자장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인 도시의 자장은 이보다 약하기 때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지 주파수 15㎐에서 칼슘의 방출이 증가하는 등 생체자기영향이 보여진다"고 말한다. 또한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연구진들은 인간의 뇌속에 자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환자의 뇌에는 더많은 자석이 축적돼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자장과 남녀출생비율과의 관계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단정짓기 어렵다. 그러나 인체내의 자장에 관한 연구가 미개척분야로 앞으로 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