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차디 찬 바이칼호수에서 발견된 열수배출구

담수생물연구의 새 장을 열어


바이칼호에서 무인잠수정이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뜨거운 진흙을 찾아라. 연구원들은 바이칼호의 밑바닥을 샅샅이 뒤졌다.

지금부터 14년전 바다에서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열수(熱水) 배출구를 발견했다. 해저 밑바닥의 틈사이에서 마그마가 흘러나오는 지점을 찾아낸 것이다. 이 획기적인 발견은 해양생물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게 했다.

해양의 열수배출구에서는 무기질이 풍부한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입구에서는 커다란 대합과 긴 손가락을 가진 박테리아, 다리가 여덟개 달린 벌레도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열수배출구는 해양에만 있고 강이나 호수 등의 담수(淡水)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 의문은 꽤 오랫동안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 최근에 그 해답이 나왔다. 뉴욕 헌터대학의 여성 해양지리학자인 캐들린 크레인 박사는 "담수에도 열수배출구가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최근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소련의 바이칼호수를 샅샅이 뒤져 담수성 열수배출구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그 배출구는 내륙으로 약 1천6백㎞떨어진 시베리아의 바이칼호수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열수배출구는 대륙의 갈라진 틈에 위치해 있다. 이 틈은 판(板)구조론(plate tectonics)에서 말하는 판의 균열로 생긴다. 그런데 바이칼호는 갈라진 틈의 상부에 있다는 사실이 오래 전부터 알려져 지리학자들은 이 호수를 점찍어두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 호수도 바다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열수배출구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크레인박사는 "호수의 밑바닥에는 3㎞ 높이로 침전물이 쌓여 있었다"고 들려준다.

잠수정을 내려 보내

뜨거운 진흙을 찾아라. 열수배출구를 찾아 나섰던 연구진의 목표이자 구호다. 1차연구는 바이칼호의 침전물을 따라 이동한 열의 흐름을 기록해둔 소련의 데이터를 점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이 데이터에 나와 있는 수온이 높은 지역을 1차로 골라냈다. 그리고 이 지역들을 집중적으로 탐사해 들어갔다. 마침내 그들은 바이칼호의 바닥에서 '심심찮은' 고온구역을 찾아냈다. 이곳이 과연 꿈속에서도 찾아헤맨 열수배출구일까.

지난해 여름 크레인박사는 미국과 소련의 연구진들을 한팀으로 모아 본격적인 바이칼호 탐사에 나섰다. 탐사의 목표는 1차 탐사에서 찾아낸 고온구역이 정말로 마그마의 분출로 인해 생긴 틈인가를 알아내는데 두었다. 그들은 호수 밑 3백m지점까지 카메라와 감지기를 내려보냈고 고온구역 주위에 펼쳐져 있는 진흙의 온도와 모양, 염도 등을 측정했다. 어떤 특정지점이 열수배출구일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곧바로 유인 또는 무인연구용 잠수정을 내려 보냈다. 그 곳의 자세한 지도를 그리고 수중생물체를 찾아내는 것이 잠수정의 임무였다.

마침내 그들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불과 2주만에 열수배출구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낸 것이다. 배출구의 입구는 해면 박테리아덩어리 새우로 완전히 채워져 있었다. 박테리아와 새우는 해양의 열수배출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생물들이다. 그러나 해면이 입구주위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해양 유기물들이 어떻게 바이칼호까지 이동해 갔을까. 아직 아무도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해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 듯한 한가지 이론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즉 수백만년 전에는 시베리아가 침수지역이었기 때문에 바다생물이 북극해에서 이동해올 수 있었다는 것.

바이칼호의 열수배출구는 대체로 해양의 열수배출구보다 덜 화끈하다. 열수배출구 주변의 온도만 해도 그렇다. 바이칼호의 갈라진 틈 주변의 온도는 바이칼호의 평균온도보다 불과 13℃정도 높을 뿐이다. 열수배출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반면 해양의 갈라진 틈 주변의 온도는 해양의 평균온도에 비해 4백℃나 높다. 게다가 열수배출구 주변에 쌓인 동물의 수도 바이칼호가 해양보다 훨씬 적다. 연구자들은 이 두가지 사실을 묶어 한가지 추론을 이끌어냈다. 바이칼호의 열수배출구는 이제 유년기라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해양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