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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쓰레기섬, 미국 덮칠까?

3년 전 예언 그대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많은 과학자가 3년 뒤 벌어질 재앙을 예언했다. 그리고 2014년 3월, 드디어 그날이 왔다. 

쓰레기섬은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쓰레기섬이 미국 서부 해안을 덮치는 재난영화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작년 3월 “태평양에 쓰레기가 쌓인 육지(landfall)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쓰레기섬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그 많은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답은 간단하다. 수면 바로 밑에 살짝 가라앉아서 지금도 유유히 북미 대륙을 향해 흐르고 있다. 북태평양 전체에 흩어져 있어 전체 모습을 파악할 순 없지만, 대부분은 미국 서부 해안의 코앞에 다가와 있다. 전설 속 아틀란티스처럼 물에 잠긴 쓰레기 대륙이 앞으로 수년 간 미국의 ‘불편한 이웃사촌’이 될 것이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무섭다.

일부 쓰레기는 이미 지난 2년 간 북미 대륙을 조용히 침범해 왔다. 2012년 4월, 일본 오징어잡이배가 미국 알라스카 주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일본 쓰나미에 떠밀려 온 쓰레기 2000여 점이 캐나다와 미국 서부 해안, 하와이 등지에서 발견됐다. 건물 잔해, 선박, 가전기기를 비롯해 신발, 옷가지 등 일상용품도 밀려왔다. 심지어 일본 북동부 미사와현에서 쓰나미 때 쓸려나간 185t짜리 부두 선착장 더미도 미국 워싱턴 주에 상륙했다.

해양대기청은 지역주민들이 보내오는 제보를 종합해 매달 ‘쓰레기 지도’(45쪽)를 발표하고 있다. 이 중 빨간색은 일본어가 쓰여 있다거나, 여러 정황상 확실히 일본 물건이라고 판단한 경우다. 나머지 노란색은 쓰나미에 밀려왔다고 추정되는 쓰레기가 발견된 곳이다.
 




 
쓰나미 쓰레기 ‘본진’, 어디까지 왔나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몰고 온 쓰나미가 일본을 덮쳤을 때 생긴 바다쓰레기 중 70%는 일본 근해에 가라앉았다. 나머지 30%인 150만t이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횡단하는 머나먼 여행길에 올랐다.

같은 날 바다에 쓸려간 쓰레기가 똑같은 해류를 타고 갔는데 왜 어떤 것은 미국 해안에 가 있고 어떤 것은 태평양에 있을까. 즉 쓰레기의 속도는 왜 제각각일까. 모양과 크기, 비중에 따라 바람에 받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둥그렇고 작은 모양의 쓰레기보다 크고 각진 쓰레기가 바람을 많이 받고, 특히 비중이 작은 쓰레기는 무거운 쓰레기보다 물 위에 떠 있는 부분이 커서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쓰레기에 미치는 ‘바람 영향(windage)’을 1~5%로 나눴다. ‘바람 영향 5%’라는 말은 동쪽으로 이동하는 쓰레기의 속도가 편서풍 하강기류 속도의 5%만큼 가속됐다는 이야기다. 바람 영향이 큰 물체일수록 당연히 빨리 이동한다. 고무, 비닐, 스티로폼처럼 바람 영향이 4~5%에 이르는 가벼운 쓰레기는 2012년에 이미 하와이를 거쳐 미국 본토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물 위에 뜨기 쉬운 선박이 가장 먼저 알라스카에서 발견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현재 미국을 향해 돌진하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바람 영향 1%’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미국 서부해안에서 1600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대부분의 쓰레기가 집중된 ‘본진’이 위치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태평양연구센터(IPRC)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바다쓰레기는 1~2년 안에 미국 서부해안에 가장 근접했다가 2018년쯤 되면해류를 타고 다시 멀어지기 시작한다. 혹시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우리나라까지 접근하지는 않을까. 태평양 해류를 연구하는 정경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은 “오더라도 아주 극미량일테니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태평양 해류는 입구와 출구만 있는 고속도로가 아니에요. 주변에 작은 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국도에 가깝지요. 미국에서 일본 쪽으로 흐르는 북적도 해류 주변에는 와류가 많아서 사방으로 퍼지고 흩어질 겁니다. 그나마 태평양을 가로지른 것도 대부분 쿠루시오 해류를 타고 일본 남쪽 연안으로 갈 것이고요.”

정 연구원은 얼마 전 후쿠시마 원전에서 태평양으로 퍼져나간 방사능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누출사고 10년 뒤인 2021년쯤이면 우리나라 바다에도 방사능이 도달하지만, 양이 워낙 미미해 무시할만한 수준”이라며 “이를 참고하면 바다쓰레기도 상황은 조금 다르겠지만 극미량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엔 태평양 쓰레기장으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해안에 도달한 쓰레기는 고생스럽지만 치울 수 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바다에 남은 쓰레기다. 쓰나미 쓰레기의 상당수는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를 타고 태평양 거대쓰레기장으로 향한다. 몸에서 팔다리가 접히는 안쪽에 때가 많이 끼는 것처럼, 태평양에서도 해류가 크게 소용돌이를 그리며 도는 지역의 안쪽에 쓰레기가 고여 있다.

하와이와 미국 본토 사이에 있는 이곳은 1년 내내 적도의 더운 공기가 고기압을 만들면서 바람이 위로만 부는데다, 해류도 느려 쓰레기가 탈출하기 매우 어렵다.

90% 이상 작은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어 ‘플라스틱 수프’라는 별명이 붙은 이 쓰레기장은 두고두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 플라스틱 자체로도 해양생물이 먹었을 때 위험하지만 독성이 강한 유기화합물질이 흡착될 경우 위험성이 훨씬 커진다.

이종명 한국해양쓰레기연구소장은 “기름에 섞인 채 바다로 흘러든 방향족 탄화수소(벤젠 등)나 폴리염화비페닐은 소수성이라 바닷물보다 플라스틱에 수만 배 더 많이 흡수된다”면서 “먹이 사슬을 타고 올라가면서 생물체에 고농도로 축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바닷새 100만 마리와 해양포유류 10만 마리가 플라스틱 폐기물을 삼키고 죽어가고 있다. 이미 1억t 가까운 쓰레기가 모여 있는 이곳에 ‘쓰나미 쓰레기’가 보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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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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