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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원 교사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논술교육길라잡이’집필진에 참여하고 있다. 안재익 교사는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마포고에서 공통과학과 물리 과목을 지도하고 있으며 통합교과 과학논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특허제도는 기술 발전의 견인차인가 장애물인가? 특허제도는 발명자에게 일정 기간 발명품에 대한 독점권을 줌으로써 발명을 장려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발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발명된 기술을 공개해 더 진보된 연구에 도움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발명자에게 독점권을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게 돼 결국은 발전을 위축시킨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호에서는 특허제도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Q
다음 제시문을 참조해 자신이 퀴리부인이 됐다고 생각하고, 특허제도가 오히려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시장 가격을 높게 만들 것임을 역설하는 글을 작성해보자.

(가) 대학 강의실에 특허 바람이 불고 있다. 특허 경쟁력 강화가 산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학들도 이에 발맞춰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허 인재를 기르는 데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학기 학부 과정에 특허 관련 교과목을 개설한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 모두 24곳. 지난해 1학기(14곳)에 비해 71.4%나 증가했다. 대학들이 이처럼 앞 다퉈 특허 교과목을 개설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당장 현장에서 특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한국갤럽과 특허청이 국내 기업과 연구소 11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가 “업무 수행 시 특허 관련 지식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고 전체의 70%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대학에서 특허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을 우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특허 교과목 수를 늘릴 뿐만 아니라 기존 특허법 등 이론 위주에서 기업이 선호하는 실무지식 위주로 수업내용을 바꾸는 추세다.

(나) 특허소송을 내어 막대한 이익을 얻는 기업을 일컫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이 국내에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일부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이른바 ‘큰시장’이 아닌 국내에서도 특허출원에 나서고 있다. 이는 굴지의 정보통신 제조업체가 몰린 한국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술로 풀이된다.

2000년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등장한 특허괴물은 특별한 생산설비나 영업조직 없이 발명자, 기술전문가, 변호사를 채용해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집요하게 특허소송을 제기한다. 이들은 스스로 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특허를 다량 출원해 ‘기술 그물’을 만든다. 또는 중소기업, 폐업한 회사, 개인 발명가한테서 특허를 사거나 특허경매를 활용해 저평가된 특허를 헐값에 구입하는 방식을 동원하기도 한다. 이들이 현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대표기업과 특허소송을 벌여 승소하면 나머지 기업은 싸워볼 의지를 잃고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국내 기업도 특허괴물과 악연이 깊다. 제조라인 없이 특허등록증만 가진 외국의 연구소 기업들이 로펌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경고장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부하이텍의 장관수 부장은 “반도체 쪽에선 레멜슨 파운데이션, 월프 파운데이션, 플라스마 피직스가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 기업을 압박해 대규모 로열티를 받아갔다”며 “지금도 IT 주요 기업은 1년에 많게는 수십 차례 특허괴물의 방문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도 특허분쟁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해당 분야의 특허지도를 작성해 설계과정에 참고하거나 특허괴물의 주장이 무효임을 증명할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데 애쓰고 있다.
- 한겨레신문 2007년 8월 21일자

(다) 지금은 누구나 전화기를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전화는 1980년대 초까지도 재산 목록으로 꼽는 매우 값비싼 물품이었다. 전화 매매만을 전담하는 업소가 지금의 부동산중개업소만큼 많았던 것이 바로 30여 년 전 일이다.

전화기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알렉산더 그라함 벨이 발명했다. 하지만 그 당시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은 벨뿐만이 아니었다. 경쟁에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생기게 마련이고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한다.

전화기 발명에서 패자가 된 불행한 천재는 엘리샤 그레이. 1876년 2월 14일 오후, 그레이는 자신의 발명품인 전화기를 등록하기 위해 특허국을 방문했다. 당시 41세의 그레이에게는 그야말로 가슴 벅찬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는 대장장이, 목수 등으로 젊은 시절을 어렵게 보냈고 스물두 살에야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가 졸업한 이후로 쭉 전화기 발명에 인생을 걸어왔다.

그런데 신은 그레이에게 매우 짓궂었다. 같은 날 오전에 벨도 전화기 발명을 특허 등록했고 결국 이런 몇 시간 차이 때문에 미국 특허국은 전화기에 대한 특허를 벨에게 내주었다. 그레이에겐 안된 일이지만 서양에서는 이렇게 오래 전부터 특허권이 확실히 보장되었으며 이런 제도는 산업 발전을 촉진시켰다.
- 매일경제 2006년 5월 7일자

(라) 마리 퀴리는 남편과 함께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해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과학자다. 1911년에는 순수한 금속라듐을 분리하는 데 성공해 노벨화학상까지 받아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받은 빛나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한 기자가 이 불굴의 프랑스 과학자와 인터뷰하던 중 그에게 소원을 물었다. 대답은 “단 1g이라도 좋으니 연구를 위한 라듐을 얻는 일입니다”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기자가 “라듐과 관련한 특허를 받아 돈을 벌면 구할 수 있지 않나요?”라고 묻자 퀴리 부인은 “라듐은 제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원소인 걸요”라고 답했다.

배경지식
특허제도와 관련된 중요한 이슈는 의약품 특허를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다. 제약산업의 발전에서 특허는 매우 중요한데 이는 연구 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함에도 회수 기간이 길고 제품의 모방은 매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약품 특허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의약품의 가격이 상승해 후진국 어린이들이 돈이 없어서 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 개발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제약업체의 정당한 독점권도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약값이 비싸져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특허제도의 핵심은 아이디어를 개발한 특정인에게 발명품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독점은 전체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특허 기간을 20년으로 한정한다. 이번 논제에서는 특허권을 포기한 퀴리 부인의 입장에서 특허제도의 단점을 비판하는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답안
내가 특허권을 포기한 이유는 내 연구 결과가 모두를 위한 공공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의약품 사례를 들어 특허제도의 부당성을 논의해보겠다.
①의약품의 경우 선진국에서는 특허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특허를 느슨하게 적용하는 편이 좋다. 특허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가격이 올라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의약품을 사기 힘들기 때문이다. ②물론 이 때는 개발도상국에서 팔려야할 약이 선진국으로 밀수출되는 현상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③의약품은 사람들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다. 이런 문제를 쉽게 여기면 어떻게 되겠는가? ④상당히 위험한 일로 여길 수 있다. 의약품의 발명과 발견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사용함으로써 가치가 올라간다. 이런 것들은 분명 쓰여야 할 곳이 있다. 쓰여야 할 곳에 제대로 쓰이지 못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발견한 라듐과 폴로늄을 이용해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들고 색다른 실험을 통해 좋은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특허로 과학기술을 원천적으로 봉쇄시키는 방식은 옳지 못한 선택이다. 인류를 위해 여러 과학기술은 널리 퍼져야 한다.

특허는 각 회사의 기술 개발을 막고 특허를 받은 회사는 기술을 개발시키려는 노력을 이전보다 덜하게 된다. 서로 간의 경쟁을 통해 좋은 기술과 저렴한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막아버리는 것이다. ⑤대학에서 특허에 관련된 과목을 만들어 유능한 인재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특허제도로 인한 피해를 다음 세대까지 전할 뿐이다.
- 이상원(서울 마포고 2학년)

전문가 클리닉
전반적으로 마리 퀴리의 입장에서 서술하라는 문제의 요구를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추체험 논술에서는 자신이 몰입한 인물의 업적을 언급하면서 주어진 상황에는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내용을 시작하는 방식이 자연스럽습니다. ①번과 같이 단도직입적으로 의약품이란 한정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강한 인상을 줄 수는 있으나 가장 중요한 핵심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보통 이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는 사례가 아닌 특허제도의 문제점, 예를 들면 지식의 독점, 지식의 권력화 같은 일반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가는 방식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특허제도의 단점을 비판하려면 특허제도가 없을 때의 좋은 점이나 발생할 문제점에 대한 대안 제시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면 독자 입장에서 특허제도에 부정적인 필자의 입장을 억지스럽게 끌고 나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②번은 고등학생 수준에서 생각하기 힘든 좋은 내용입니다. 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논거를 제시하지 않고 주장으로 끝낸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③번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부자연스럽습니다. ‘이어져 있다’보다는 ‘관련된다’ 등으로 주어인 ‘의약품’과 자연스럽게 호응할 수 있는 서술어가 적합합니다. ④번은 불필요한 반복으로 빼는 편이 좋습니다. ⑤번과 같이 논증 없이 주장만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끝을 맺는 방식은 좋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말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답안의 핵심은 특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리 퀴리의 사례에 유도해내는 것입니다. 지적 재산은 모두의 것이라는 마리 퀴리의 생각에 몰입하면 특허제도가 용인하는 독점권의 문제점이 보일 것입니다. 이 답안은 글의 구성도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글을 쓸 때는 먼저 전체적인 개요를 구상하고 완성된 개요의 틀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랍니다.

>>심화자료
특허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는 ‘영구기관’과 관련된 것이다. 영구기관은 외부의 동력을 공급받지 않고도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영원히 움직이는 장치로, 이미 오래전에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영구기관은 현행 특허법에 ‘산업상 이용할 수 없는 발명’이나 ‘완성될 수 없는 발명’으로 분류돼 있다. 그럼에도 관련 특허 출원이 계속 늘고 있는 이유는 발명가들이 영구기관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는 영구기관을 꿈꾸던 사람들 중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천재도 있었다. 다빈치가 제안한 영구기관은 바퀴가 회전하면 경사면의 기울기에 의해 공이 굴러가 바퀴살을 돌아가게 하고 그 회전력은 다시 공을 굴려 보내는 운동으로 전환돼 끊임없이 회전하는 방식이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 역시 불가능하다.

■생각 거리 1 >>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려는 노력과 공유하려는 노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생각 거리 2 >> 현행 특허제도에서는 특허에 대한 모든 권리를 발명자가 아니라 특허권자(출원인)에게 주고 있으며 특허권은 양도할 수 있다. 만약 특허권을 발명인에게 인정해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자.

득이 되기도 하고 실이 되기도 하는 특허제도.
지적재산권은 어느 정도까지 보호돼야 할까?

● 편집자 주
‘즐거운 글쓰기’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이 코너를 사랑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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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평원, 안재익 서울 마포고 국어, 과학교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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