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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독수리 먹이는 몇 종류일까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이 얽혀 있다. 종종 산불로 나무가 전부 타버리거나 어떤 동물이 천적에게 당해잡아먹혀 사라지기도 한다. 행렬을 이용하면 이런 복잡한 변화를 더욱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행렬을 ‘수학적 속기술’이라고 부른다.

 

 

 

행렬은 수나 문자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하고 괄호로 묶은 것으로, 영어로는 매트릭스 (matrix)라고 한다. 매트릭스라는 용어는 1850년 수학자 조셉 실베스터(1814~1897)가 처음 만들 었다. 실베스터는 행렬이 여러 개의 소행렬식을 만드는 근원이라는 점에 착안해 라틴어로 ‘자궁’, ‘모체’를 의미하는 단어인 ‘mater’를 가지고 ‘matrix’를 만들었다.

 

매트릭스라고 하면 동명의 영화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999년에 개봉돼 이제는 고 전 영화 반열에 들 만큼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한동안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의 멋진 의상과 선글라스가 블랙 신드롬을 가져오기도 했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라는 책이 출판될 만큼 심오 한 철학이 담긴 영화로 평가받기도 한다. 인간들은 감시와 지배를 당하는 가상현실을 실제로 생 각하고 살아가는데, 매트릭스는 그 가상공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행렬을 이용하면 한 벡터공간을 다른 벡터공간에 대응시킬 수 있어서 영화에서 매트릭스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 을 연결한다는 의미로 붙인 제목일 수도 있다.

 

 

MIT 수재들이 쩔쩔매던 행렬 문제 풀어낸 청소부

 

행렬을 이루는 각각의 수 또는 문자를 그 행렬의 ‘성분’이라고 하고, 가로줄을 ‘행’, 세로줄을 ‘열’ 이라고 한다.

 

 

행렬은 대개 알파벳의 대문자로 표기하고 행렬의 각 성분은 소문자로 쓴다. i행과 j열이 만나는 위치에 있는 성분은 aij 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행렬 A가 2행 3열인 행렬이라면

 

 

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특히, 행의 개수와 열의 개수가 n개로 같은 행렬을 ‘n차 정사각행렬’이라 고 부른다.

 

영화 ‘굿 윌 헌팅’도 행렬과 관련이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주인공 윌 헌팅(맷 데이먼 분)은 MIT의 청소부다. 불우한 성장 배경 때문에 폭행을 일삼 고 다니지만, 수학만은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갖고 있다.

 

어느 날 MIT의 수학과 교수 제랄드 램보(스텔란 스카스가드 분)가 MIT 수재들도 쩔쩔 매는 수학 문제 4개를 복도에 게시한다. 청소를 하던 윌은 우연히 이것을 발견하고 어렵지 않게 풀고 는 답을 남긴다. 놀란 램보 교수는 마침내 윌을 찾아내고 그를 수학의 세계로 안내하고자 한다. 여기서 램보 교수가 복도에 게시했던 문제가 바로 행렬 문제다. 4개의 문제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왼쪽 그림과 같다.

 

 

여기서 ‘그래프’란 kpark@hongik.ac.kr x축과 y축으로 된 함수 그래프가 아니라 위에 그려진 것처럼 점과 선으로 된 그림을 뜻한다. 이 그림에서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동할 때 지나가는 점들을 순서대로 나 열한 것을 ‘경로’라고 부르고, 그 단계에서 지난 선의 개수를 경로의 ‘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점1에서 점2로 이동한 경로 (12)의 길이는 1이다. 점1에서 점2를 거쳐 다시 점1로 돌아오는 (121) 의 경로의 길이는 2가 된다. 그래프를 행렬로 표현한 것이 ‘인접행렬’이다. 점 i와 점 j가 길이 1로 연결돼 있으면 i행 j열의 성분을 1로 적고, 연결돼 있지 않으면 0으로 쓴다. 만약 두 점을 연결하는 경로가 두 개 이상일 때는 경로의 개수가 바로 성분이 된다.

 

 

다시 문제로 돌아가 그래프를 보면, 점1과 점2가 연결돼 있으므로 1행 2열과 2행 1열은 1이다. 점1과 점3은 연결돼 있지 않으므로 1행 3열과 3행 1열은 0이다. 또한, 점2와 점3을 연결하는 경로 는 2개이므로 2행 3열과 3행 2열의 성분은 2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첫 번째 문제의 답은 다음과 같다.

 

 

여기까지는 경로의 길이가 모두 1이다. 중간에 한 점을 거쳐 가는, 경로의 길이가 2인 경우는 행렬 A와 A를 곱한 A2으로 나타낼 수 있다. 아래에 나타낸 A2에서 1행 1열의 성분 2가 의미하는 바는 점1에서 점1로 가는, 길이가 2인 경로가 두 개라는 뜻이다. 실제로 점1에서 점2를 거쳐 다시 점1로 돌아가는 (121)과 점1에서 점4를 거쳐 다시 점1로 돌아가는 (141), 두 가지가 있다.

 

 

이제 두 번째 문제에 도전해보자. 문제에서 구하라는 것은 경로의 길이가 3인 행렬이므로, A3 을 구하면 된다. 답은 아래와 같다.

 

 

 

수학적 속기술로 풀어낸 먹이그물

 

행렬은 전기 회로망, 도로망, 생산 공정의 연결선 같은 공학 분야에 많이 쓰인다. 행렬은 현실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데, 그 예가 바로 생태계의 먹이그물 이다.

 

실제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지만, 독수리와 뱀, 쥐로만 이뤄진 생태계를 가정하고 i가 j를 먹을 경우는 1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0으로 하는 먹이그물 행렬 A를 만들어보자. 독수리(1), 뱀(2), 쥐 (3)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독수리(1)가 뱀(2)과 쥐(3)를 잡아먹기 때문에 1행 2열과 1행 3열은 모 두 1이 된다. 뱀(2)은 쥐(3)를 먹기 때문에 2행 3열이 1이 된다. 반면, 쥐(3)는 독수리(1)나 뱀(2)을 먹지 않기 때문에 3행 1열과 3행 2열은 0이 된다. 모든 동물이 자기 자신은 먹지 않으므로 1행 1 열, 2행 2열, 3행 3열은 전부 0이다. 완성된 행렬은 다음과 같다.

 

 

A에 A를 곱한 A2를 살펴보자. A2은 램보 교수가 낸 문제에서 확인했듯이, 한 단계 를 더 거친 먹이 사슬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독수리는 뱀을 먹고 뱀은 쥐를 먹기 때문에 결국 독수리(1)는 한 단계를 거쳐서 쥐(3)를 먹게 된다. 따라서 A2의 1행 3열은 1이다. 뱀이나 쥐는 한 단계를 더 거치면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 성분은 모두 0이다.

 

 

두 행렬 A와 A2을 더한 행렬에서 1행의 합은 3이다. 독수리(1)는 직접적으로 뱀과 쥐를 먹고, 간접적으로 또 쥐를 먹는다. 따라서 1행의 합이 3이라는 사실은 독수리의 직간접적인 먹이가 모 두 세 가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생태계는 수백, 수천 가지의 생물이 얽혀 있다. 산불이 나거나 천적이 나타나는 것처럼 돌발적인 상황에서 생태계에 어떤 일이 생길지를 먹이그물 자체로도 추측할 수 있지만, 행렬을 이용하면 더욱 체계적으로 그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201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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