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에너지가 지금보다 우주를 더 가득 메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토마스 켑하트 미국 밴더빌트대 물리학과 교수는 2015년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우주의 팽창과 수축을 나타내는 ‘프리드만 방정식’을 사용해 그 과정과 결과를 예측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우주가 팽창하면서 암흑에너지가 증가하고, 암흑에너지의 힘이 커지면서 우주가 더 팽창한다. 우주의 종말에 다다라서는 우주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찢길 정도의 속도로 팽창하게 되는데, 이를 ‘빅립(Big Rip)’ 가설이라고 한다.
빅립 가설 속 우주는 당분간 지금과 유사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우주 팽창 가속화는 더욱 심화된다. 200억 년 쯤 뒤가 되면 은하군은 중력의 굴레에서 풀려나기 시작하고, 이때부터 물질의 해체가 급속도로 이뤄진다.
은하군에서 분리된 은하가 암흑에너지에 의해 해체될 때면 종말의 날이 6000만 년 앞으로 다가온다. 지구상에 공룡이 멸종했을 때부터 오늘날까지의 기간과 비슷하다. 종말 석 달 전,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의 행성들도 암흑에너지의 척력에 압도돼 궤도에서 튕겨져 자유롭게 날아간다. 만약 이 난리통에도 생존자가 있다면 그들은 30분 뒤 자신의 행성이 폭발해 무수한 원자들로 해체되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분해된 원자들 역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간이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어서 입자들끼리는 기본 상호작용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원자들은 마지막 10-19초에 쪼개져 버린다. 이제 팽창하는 평탄하고 밋밋한 진공만이 남아 시공간의 개념 자체도 사라진다. 이곳에서 입자들은 영원히 만나지 않고 외롭게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