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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와 그의 법칙

최초로 행성의 타원궤도 발견

지금은 흔히 알고 있는 케플러의 법칙.당시로는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진 값진 결과였다.최초로 행성의 운동을 세가지 법칙으로 설명했던 케플러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원에 대해 내가 품고 있던 동경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행성은 타원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움직이는 것이다.” 케플러(1571-1630)가 되뇌었을 이 한마디는 수천년을 내려온 천문학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 우리의 지구도 이 법칙에 따라 우주공간을 움직이고 있다. 먼 행성을 향해 탐사선을 보낼 때도, 서로 돌고 있는 쌍성을 관찰할 때도, 아득한 저편 은하의 운동을 조사할 때도, 우주 전체에 걸쳐 케플러의 법칙이 조화롭게 성립된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독일의 뷔르뎀부르크 주의 작은 도시인 바일에서 1571년 12월 27일에 태어났다. 신학을 공부하러 튀빙겐대학에 들어갔던 케플러는 천문학을 가르치는 메스틀린 교수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케플러는 메스틀린의 강의에 감명받고 곧 수학과 천문학에 푹 빠지게 됐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믿었던 메스틀린 교수를 따라 케플러도 지동설을 지지했다.1591년 졸업 후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수사학을 가르쳤다. 케플러는 인기가 없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케플러는 남는 시간 틈틈이 점성술을 포함한 예언달력을 만들었는데, 몇번의 적중으로 유명해지고 황제 루돌프 2세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았다. 그에게 점성술은 일종의 생계수단이기도 했다.

행성은 왜 여섯뿐인가


정다면체와 행성의 궤도를 나타낸 케플러의 그림.각 행성의 궤도는 구로 표현되고 각 구와 구 사이에는 다섯개의 정다면체 중의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가장 바깥쪽의 구가 토성의 궤도이며 여기에 내접하는 정육면체는 안쪽 목성의 궤도에 외접한다.즉,정육면체는 목성과 토성의 궤도의 비율을 나타내는 정다면체이다.마찬가지로 정사면체는 목성과 화성,정십이면체는 화성과 지구,정이십면체는 지구와 금성,정팔면체는 금성과 수성의 궤도 사이에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케플러는 그때까지 알려진 행성이 왜 여섯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때 위대한 신학자가 되려고 했던 그는 신이 행성을 여섯개만 만든 데에는 어떤 까닭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 이유를 파고들었다.

어느날 고대로부터 알려진 다섯개의 정다면체를 떠올리고는 이들을 각각의 행성궤도와 연관지으려고 했다. 정다면체는 제각기 다른 정다면체 속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같은 관계를 가진 정다면체가 태양으로부터 행성까지의 거리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즉, 여섯 행성의 궤도가 다섯개의 기하학적 입방체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는 정십이 면체에 외접하며 동시에 정이십 면체에 내접하는 공에 붙어있다고 가정했다. 이러한 생각은 1579년 출간한 ‘우주구조의 신비’를 통해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행성이 원운동을 하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으므로 결국 우주의 구조를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후일 토성보다 더 먼 궤도를 도는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발견되면서 케플러의 우주의 신비는 완전히 부정됐다. 새로 발견된 행성에 배치할 정다면체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의 달이나 갈릴레이가 발견한 목성의 네 위성도 정다면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우주는 수학적 조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은 우주를 만들어낸 위대한 기하학자라는 믿음의 연장선에서 일궈 낸 정다면체 가설은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인간은 수학을 통해서 우주를 이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신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

티코 브라헤와 운명적 만남

신교도에 대한 박해를 피해 그라츠를 떠난 케플러는 1600년 프라하로 가 티코 브라헤의 조수가 됐다. 티코와 케플러의 만남은 짧았지만 케플러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티코는 케플러와 함께 화성을 관측한지 1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티코는 자신의 우주체계를 뒷받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케플러에게 평생동안 수집한 관측자료를 모두 넘겨주었다.

티코는 그 당시 가장 위대한 관측의 천재였으며 정확한 자료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리고 케플러는 가장 위대한 이론가이자 수학자였다. 그들은 정확하고 조리에 맞는 우주모델을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케플러의 주요관심은 행성의 궤도였고 지구의 궤도를 구하는 것이 첫 목표였다. 티코의 자료를 이용해 구한 지구궤도의 모습은 완전한 원이 아닌 조금은 일그러진 듯한 모습이었다. 지구는 완전한 원궤도를 그리고 있다고 믿었던 케플러는 일단 지구를 접고 화성으로 방향을 돌렸다.

케플러는 지루하고도 힘든 수학계산을 끈질기게 했다. 그 결과 화성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행성이 태양에 접근할 때 더 빨라지고 멀리 있을 때는 느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던 끝에 후일 케플러의 제2법칙이 정립됐다. 즉, 태양과 행성을 잇는 가상의 선은 같은 시간 동안에 같은 면적을 휩쓸며 지나간다는 법칙이다. 어떤 행성이 태양에서 가까이 돌 때는 멀리 떨어져 돌 때보다 움직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지구는 1월에 태양에 가장 가까이 가는데, 1년 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우주 속을 달린다.

이렇듯 행성의 움직임에 대해 한가지 사실을 알아냈지만 행성의 궤도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었다. 티코의 수치를 이용해 화성의 궤도를 그리려고 노력하던 과정에서 행성궤도의 정확한 모습이 밝혀졌다.

케플러는 3년간에 걸친 계산결과, 화성의 원형궤도에 관해 올바른 수치를 발견했다고 믿었다. 그 수치는 티코의 10회 관측결과와 각도에 있어서 2′(1′=60분의 1。)의 차로 일치했다. 특히 천체망원경이 없었던 시대임을 감안하면 그것은 지극히 작은 각도였다. 밤하늘에서 2′은 보름달의 지름을 열다섯등분한 각도에 지나지 않는다. 무시할 수 있는 오차범위에 한동안 흥분했을지 모를 케플러는 이내 다시 고민에 빠졌다.


케플러의 제2법칙.한 행성과 태양을 잇는 직선이 같은 시간에 휩쓰는 면적은 항상 같다.


8′의 오차, 깨어진 원운동

티코의 다른 두차례의 관측자료에서 8′의 오차가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에 이 정도의 오차는 그냥 넘길 수 있는 정도였으나 티코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던 케플러는 티코가 얼마나 꼼꼼한 관측자였던가를 익히 알고 있던 터라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오차의 원인을 찾기 위해 먼저 궤도가 달걀모양을 닮았다는 가정을 세웠다. 이 궤도도 맞지 않자 다른 가설을 세워가며 연구를 계속한 끝에 1605년 마침내 화성궤도의 진정한 모습을 밝혀냈다. 케플러는 화성의 공전궤도를 원에 가까운 타원궤도로 가정하고 타원의 두 초점 가운데 하나에 태양을 둠으로써 이 오차를 완전히 없앨 수 있었다.

이어 다른 행성들도 태양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행성은 태양을 한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움직이고 있다는 케플러의 제1법칙이 완성됐다. 이로써 인류역사이래 처음으로 행성은 완전한 원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다는 수천년 동안의 믿음이 무너졌다. 8′의 차이가 천문학을 새롭게 이해하는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행성을 궤도에 잡아두는 힘

케플러는 1609년 이 두 법칙을 담은 ‘새로운 천문학’을 출간했다. 이 책을 통해 천문학의 목표와 방법이 새롭게 설정됐다. 이전까지는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는 개념이 없었다. 행성은 그저 오고가는 존재였다. 하지만 케플러가 밝혀낸 행성은 그런 존재가 아닌 일정한 궤도를 갖고 태양 둘레를 도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자 행성을 궤도에 잡아두는 원인이 무엇이냐는 문제가 대두됐다. 케플러는 이러한 행성의 운동에 어떤 힘이 미친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것은 자력이었다. 자력과 비슷한 힘이 행성의 운동에도 관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태양에서 나오는 신비한 힘이 행성들을 접선방향으로 밀어내고 자기적인 힘을 가진 행성들은 이와 반대로 인력을 작용해 두 힘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궤도가 형성된다고 보았다.

비록 케플러는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는 천체물리학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즉, 천체기하학은 천체물리학에 종속되며 천체물리학은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법칙에 따라 작용한다는 것이다.


천상의 음악.위의 왼쪽부터 토성,목성,화성,지구를 나타내는 화음이며 아래는 금성,수성,달을 나타낸다.


신이 지휘하는 천상의 음악

케플러는 우주가 인간과 신이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이며 수학은 그러한 우주를 아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1619년 출간한 ‘우주의 조화’에서 이런 케플러의 생각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고대 그리스의 신비사상에 관심있던 케플러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천체화음에 흥미를 가지고 각 행성이 운동할 때 내는 선율을 구별하려고 했다. 케플러는 행성들이 서로 지나칠 때 그 각속도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난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천상의 음악이라 불렀다. 지구는 미와 파, 화성은 도와 솔 소리를 내며 수성은 소프라노, 토성은 베이스라는 것이다. 이러한 소리가 모여 우주의 음악이 연주되며 그 지휘자는 바로 신이라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행성의 공전주기를 알면 태양과 행성 사이의 거리를 알 수 있는 케플러의 제3법칙이 소개됐다. 즉, 행성의 공전주기의 제곱은 태양과 행성의 평균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내용이다.

어떤 행성이 태양의 주위를 한번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태양에 가까울수록 짧다는 것이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은 공전주기가 88일, 금성은 2백25일, 지구는 3백65일, 화성은 더욱 길어져 6백87일이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알면 이 공식을 통해 지구가 시속 10만8천km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을 계산해낼 수 있다. 토성은 시속 3만4천5백km로 공전한다.

하늘의 각거리 재기

가까운 곳에 있는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말할 때 보통 몇m떨어져 있다고 한다.하지만 하늘에 있는 별이나 행성 사이의 거리를 이런 식으로 말하기는 힘들어서 각거리라는 방법을 쓴다.각거리는 두 지점 사이의 각도를 잰 것으로 천정에 있는 별과 지평선에 있는 별을 각거리로 나타내면 90˚이다.

각거리를 정확히 재려면 망원경이 달린 정밀한 관측기기가 있어야 한다.케플러가 인용한 티코의 관측자료는 모두 천체망원경이 발명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하지만 티코는 당대 최고의 관측가로 아주 정밀한 자료를 남긴 인물이었다.망원경 없이 각거리를 재어보면 그 정밀도에 새삼 놀라게 될 것이다.

손으로도 각거리를 어림할 수 있다.팔을 쭉 뻗고 손가락을 모두 펴 한뼘을 만들었을 때 양끝 사이가 20˚가량이다.같은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주먹을 쥐면 10˚,가운데 세 손가락을 모으면5˚,새끼손가락 하나로는 1˚까지 잴 수 있다.북두칠성을 이루는별 사이의 각거리를 참고로 몇번 연습해보면 꽤 정확히 잴수 있다.지구자전으로 별은 한시간에 15˚가량 움직이므로,각거리를 잴 수 있으면 서쪽 지평선 위에 떠있는 별이 대략 몇시간 후에 지는지,남쪽하늘에 있는 어떤 별이 2시간 후에는 어디로 움직여갈지 미리 알 수 있다.예를 들어 금성이 서쪽지평선 위로 비스듬히 한뼘 정도올라와 있다면 각거리로 20˚이므로 약 1시간 20분 후에 질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또 그날 금성이 태양과 떨어진 각도를 미리 안다면 해가 진 후 금성이 나타날 위치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연습을 자주해 손가락으로 하늘 가늠하기가 익숙해지면 별 사이의 거리뿐만 아니라 천체의 크기도 잴 수 있다.새끼손가락으로 보름달의 크기를 가늠해보자.달의 크기는 새끼손톱 반만 차지할 정도로 작다.새끼손가락의 폭이1˚이므로 보름달은 대략 0.5˚크기이다.그밖에도 밝은 혜성이 나타났을때 길게 늘어진 꼬리의 길이를 잴 수 있으며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별똥별의 흔적을 관할할 때도 쓸모 있다.별자리의 전체크기를 재거나 길잡이별로 별자리를 찾아갈 때도 도움이 된다.천문학역사의 물줄기를 돌리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8´의 오차는 실제하늘에서 얼마나 작은 각거리일까? 북두칠성의 국자손잡이에서 두번째 별 미자르를 보면 그 차이를 느껴볼 수 있다.

바로 옆에 알코르라는 별이 붙어있는데 눈이 안좋은 사람은 두 별을 구별하기 힘들다.고대 로마에서는 군인을 뽑을 때 시력을 검사하는 별로 썼다고 한다.

미자르와 알코르 사이의 각거리는 11´48˝이다.또 미자르와 약8´거리에 있는 7.5등급의 별은 망원경으로 분해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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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강선욱
  • 김동훈 아마추어 천문가
  • 김지현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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