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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주작’입니다. 검색을 해보면 남쪽 방위를 지키는 신령으로 여겨지는 새라는 뜻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이 때는 한자어가 ‘주작
(朱雀)’입니다. 청룡, 백호, 현무와 함께 사신도에 등장하는 신령스러운 새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주작이 어떤 의미로 쓰일까요. 다소 어색하지만 ‘어떤 일을 사실인 듯 꾸며 만들다’라는 의미입니다. 이 때는 한자어가 주작(做作)으로 원래 조작(造作)이라는 말을 훨씬 더 많이 쓰지만 인터넷에서는 특정한 이유로 주작이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게 됐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이야기나 사진이 사실이 아닐 때, 합성된 이미지일 때, 상당히 극적인 이야기지만 믿어지지 않을 때 ‘주작이네~’ ‘주작 하나 추가요~’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지요.

주작이란 말을 인터넷에서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입니다. 그 해에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납니다. 정말로 승부조작이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과열되자 각종 커뮤니티나 인터넷 포털에선 ‘조작’이라는 말을 금칙어로 설정했습니다. 그러자 네티즌 누군가가 주작이라는, 원래 국어사전에 있었던 말을 끄집어내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작이라는 말을 금칙어로 설정해도 이를 피해서 계속 논란을 만들어낸 네티즌도 대단합니다만, 그보다 우리 사회에 사실이나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정말로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어 씁쓸합니다.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정보 과잉의 시대를 대변하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 이후 인터넷에 등장한 ‘주작’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사실이나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정말로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참인지 거짓인지 헛갈리는 사건들이 참 많이도 일어납니다. 한때 승승장구했던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이 조작 논란에 휩싸 이면서 인기가 줄어들기도 했고요. 주가 조작은 마치 일상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사회야 그렇다 쳐도 정확성과 객관성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과학 분야에서도 이른바 ‘주작’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의 유명 분자생물학자가 논문을 조작한 사건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습니다. 16년 동안 논문의 상당수를 조작하고 날조했다는 조사가 보도됐습니다.

조사 결과 뼈 조직 실험 화상에 호르몬 조직 실험 화상을 합성하는 등 실험 데이터와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대거 발견됐습니다. ‘황우석 교수 사건’과 같은 일이 일본에서 발생한 셈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부 지원을 받아 유명 해외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었던 연구 논문에 대해 저자가 데이터 오류를 이유로 스스로 철회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오류나 착오가 아니라 연구 참여자 중 한 명이 의도적으로 실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과학이 스포츠나 게임, 정치, 연예인, 예능프로그램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는 분야는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연구 논문 ‘주작’에 대해 과학계 스스로 경종을 울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논문 수와 인용지수, 영향력이 교수가 되거나 연구 프로젝트 예산을 확보할 있는 주요 잣대가 돼버린 현재 분위기도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201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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