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력이 아주 나쁜 마이너스(-)인데요”
“우리 아이가 마이너스 시력인데 큰일 아닌가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사실 누구라도 본인이나 자녀가 마이너스 시력이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마이너스는 눈이 나쁘다는 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마이너스지만 시력은 1.0이 나온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고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마이너스는 눈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근시라서 오목렌즈, 즉 마이너스 렌즈로 교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플러스(+)는 눈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원시라서 볼록렌즈, 즉 플러스 렌즈로 교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플러스건 마이너스건 그 뒤에 붙는 숫자의 절대치가 커질수록, 즉 굴절이상이 심할수록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지 플러스나 마이너스 자체가 눈이 좋거나 나쁜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눈의 구조는 카메라의 원리와 비슷하다. 물체의 상이 눈 앞의 각막과 수정체를 지나 눈 뒤의 망막에 정확하게 초점을 맺으면 물체가 또렷하게 보인다. 근시는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히므로 오목렌즈, 즉 마이너스 렌즈를 사용해 초점을 조금 뒤로 밀어 망막에 맺히도록 교정하게 된다. 원시는 초점이 망막의 뒤에 맺히므로 볼록렌즈, 즉 플러스 렌즈로 초점을 잡아당겨서 망막에 맺힐 수 있도록 교정한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의 경우 굴절이상의 대부분이 근시이므로 오목렌즈를 이용해 교정한다. 그래서 오목렌즈를 뜻하는 마이너스(렌즈)가 눈이 나쁘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또 마이너스라는 말이 뭔가 모자라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마이너스 시력이라는 잘못된 말이 쓰이게 된데 한몫했다.
안경 써도 시력 나빠지지 않아
시력은 마이너스라는 것이 없다. 보통 시력판의 0.1이 안보이면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0.1이 안보이면 0.08 0.05 0.02 등으로 시력을 나타내고 이것도 힘들다면 ‘눈 앞 30cm에서 손가락을 알아봄’ ‘형태만 알아봄’ ‘아무것도 보지 못함’과 같이 시력을 표시한다.
난시는 눈의 각막이 축구공을 절단한 것처럼 생기지 않고 럭비공을 절단한 것처럼 생겨서 축에 따라 굴절률이 다른 것을 의미한다. 난시라는 말이 주는 의미처럼 교정이 어렵다거나 힘든 것은 아니지만 처음 교정할 때는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참고로 안경을 쓰면 눈이 튀어나오거나 더 나빠지는 것으로 여기는 분이 많고 자녀에게 억지로라도 안경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아직도 있는데 이는 큰 잘못이다.
아이의 키가 크는 것처럼 눈도 성장하는데, 근시의 경우 이 과정에서 초점과 눈 뒤 망막이 점점 더 멀어져 도수가 높아지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안경으로 인해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또 근시는 눈이 큰 경우가 많아 튀어나와 보이는 것이지 안경으로 인해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력이 발달하는 만 6-7세 이전에 아이가 눈이 나쁜 것을 모르고 넘어가거나 억지로 안경을 쓰지 못하게 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적절한 시력발달이 이뤄지지 않아 나중에 정확한 안경을 써도 시력이 나오지 않는 ‘약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