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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아마도 인류의 기술개발 역사상 가장 멋진 발명품일 것이다. 자전거 타기는 걷기를 포함한 다른 어떤 수송 수단보다 효율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10억대 이상의 자전거 수가 그 효율성을 입증해준다. 다른 기관과 가장 큰 차이는 엔진이 인간의 몸이라는 사실.

자전거를 탈 때 인간의 몸은 그냥 걸을 때보다 5배 정도 더 효율적인 엔진이 된다. 화석연료를 쓰는 자동차와 소비하는 에너지 당 이동거리를 비교해보자. 100kcal의 열량을 소모할 때 자전거는 4.8km를 갈 수 있는 반면 자동차가 진행할 수 있는 거리는 고작 85m. 이밖에도 자전거에는 지금까지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합의되지 않은 고난도의 역학 문제가 숨겨져 있다.
 

레오나드로 다 빈치


최초의 설계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바퀴는 자전거의 부품 중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상당한 효율로 큰 속력을 내게 해준다. 바퀴는 기원전 3천5백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동물을 이용한 수레와 전차에 활용되면서 수천 년간 인간의 생활을 도왔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향해 항해하고 있을 무렵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기계의 힘으로 움직이는 수송 수단을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었다. 믿기 어렵지만 다 빈치가 나는 기계와 인간의 발로 움직이는 기계를 동시에 설계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기계가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 3세기나 더 지난 뒤의 일이었다.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고 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바퀴는 변신을 거듭했다. 현대적인 모습의 자전거, 즉 금속 차체와 체인 동력장치, 금속 바퀴와 바큇살, 그리고 공기압 타이어 등을 갖춘 자전거는 1800년대 말엽에나 등장했다. 1816년경에 발로 땅을 밀어서 움직이는 두 바퀴 짜리 자전거가 발명됐고, 1839년에는 스코틀랜드의 한 대장장이에 의해 처음으로 페달을 밟아서 움직이는 자전거가 발명됐다.

큰바퀴 자전거

초기의 자전거는 앞바퀴는 기형적으로 크고 뒷바퀴는 작았다. 이것은 '오디너리(Ordinary)' 또는 '큰바퀴 자전거(High wheeler)'로 불렸다. 이 자전거에는 페달이 앞바퀴에 직접 붙어 있어서 바퀴가 클수록 더 멀리 나갈 수 있었다. 그 당시 한 자전거는 페달이 한번 왕복할 동안 약 3.556m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자전거는 언덕을 오를 때는 엄청난 힘이 들지만 평지에서는 대단한 속력을 낼 수 있었다.

큰바퀴 자전거가 효율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위험했다. 왜냐하면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지면으로부터 높이 떨어져 있어서 무게 중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만큼 위험도 컸고 조그만 장애물에도 쉽게 넘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러던 중 1885년 경 영국에서 스탈리라는 사람이 '방랑자'라고 이름 붙인 자전거를 개발했다. 이는 두 바퀴의 크기가 거의 비슷하고 체인 동력전달 장치를 쓴 것이었다. 오늘날의 자전거 형태와 유사한 것으로 '큰바퀴 자전거'에 비해 월등히 안정적이어서 '안전 자전거'라고 불렸다. 그 후로 지금까지 변속 기어, 경량 구조, 브레이크 장치, 공기압 타이어 등이 계속 발전돼 왔지만 자전거의 기본적인 모양은 스탈리가 만든 자전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앞바퀴가 기형적으로 컸던 초기의 자전거. 이는 '큰바퀴 자전거'로 불렸다.


움직이는 기계의 원조

자전거는 현대의 기술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초기의 대다수의 자동차 제작자들은 자전거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도 그들의 기계적인 노하우를 자전거를 만드는 작업에서 익혔다. 초기 비행기 제작에서 핵심적인 기술이었던 가볍고 튼튼한 파이프 구조틀 역시 자전거를 위해 개발됐던 것이다. 게다가 현대 산업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량 생산 기술의 많은 부분은 자전거의 대량 생산을 위해 개발되었던 기술이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자전거의 생산, 판매, 유지 등에 관련된 자전거 산업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4억 대 정도의 자전거가 제작되며, 해마다 새 자전거 판매에 의한 수입은 약 3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또 부품 산업이나 수리, 유지 등에 관계된 파생 산업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자전거는 현대 산업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원심력의 비밀

겉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자전거를 타는 원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바퀴가 4개나 3개가 아닌 2개만 가진 자전거는 타기에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자전거를 타고 달려 보면 꽤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젠가 한 과학자가 사람이 타지 않은 자전거를 그냥 밀어서 굴려 본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 자전거는 20초 이상 스스로 운동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본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게 느끼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가 쓰러지려고 할 때 핸들을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틀어야 안 쓰러진다는 사실이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전거가 한쪽으로 쓰러지려 할 때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튼다. 물론 쓰러지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지만 이런 경우 자전거는 여지없이 쓰러진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쓰러지려는 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자전거는 그 방향으로 회전한다. 이 때 회전하는 자전거는 기울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원심력을 받는다. 이 원심력에 의해 자전거는 다시 똑바로 설 수 있게 된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물체는 원심력(원심력은 회전 반지름에 반비례하고 회전하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을 받는다. 회전하는 차안에서 우리 몸이 회전의 바깥 방향으로 힘을 받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 같다.

핸들이 무게중심을 바꾼다

그러나 위의 이유만으로 자전거의 안정성을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할 때는 원심력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천천히 갈 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때는 무게 중심의 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전거가 쓰러지는 것은 두바퀴가 땅에 닿는 2개의 점을 연결한 축을 중심으로 자전거 전체 무게가 평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축에 대해 오른쪽이 더 무거우면 자전거는 왼쪽으로 쓰러진다. 이 때 핸들을 어느 쪽으로 틀어야 할까. 이상하겠지만 핸들은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

자전거의 구조를 잘 살펴보면 핸들이 붙어있는 축은 앞바퀴 중심축보다 뒤쪽에 있다. 따라서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 핸들 축이 앞바퀴와 지면이 닿는 지면보다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즉 사람이 앉는 위치가 무게중심축보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므로 무게가 오른쪽으로 쏠리게된다. 이 순간 자전거는 왼쪽으로 쓰러지려는 것을 극복하고 다시 평형을 이루게 된다.
 

발로 땅을 밀면서 움직였던 '두바퀴 자전거'


돌고 있는 팽이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

자전거가 달리고 있을 때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 평형을 잡기가 다소 쉽다. 여기에는 자이로스코프나 팽이가 회전하고 있을 때 잘 쓰러지지 않는 원리와 같다.

팽이와 같이 회전축을 갖고 도는 물체는 그 축과 같은 방향의 운동량을 갖고 있다. 이런 물리량은 회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종류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보존된다. 이는 물체의 운동량 변화는 반드시 힘이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회전하고 있는 팽이에 작용하는 힘은 수직방향의 중력으로 회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따라서 회전축을 바꾸지 않으려는 관성을 갖게된다. 이를 물리 용어로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라고 한다.

팽이가 회전하고 있을 때 팽이를 살짝 건드려도 팽이는 원래 회전하던 축을 유지하려고 약간의 세차운동을 한다. 이 때 회전하는 속력이 매우 크면 다시 정상적으로 회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설명을 그대로 자전거 바퀴의 원운동에 적용할 수 있다. 자전거의 회전축이 관성을 갖고 변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작은 무게중심의 변화를 회전하는 바퀴 두쌍이 지탱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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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임성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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