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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적응한 박테리아가 사는 법
2세균이 다른 물질을 분해할 때는 생체 촉매인 ‘효소’를 이용합니다. 효소는 세균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에도 많이 있습니다. 물질의 분해나 합성을 더 빠르게 만들어 주지요. 예를 들어 단백질분해효소는 단백질이 분해되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줍니다. 당연하게도 생물이 사는 환경에 따라 효소가 잘 반응하는 온도가 있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효소는 20~45℃사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실온이거나, 동물의 체온 정도 범위로 이 온도에 반응하는 효소를 중온효소(Mesophile)라 해요. 이보다 높은 온도인 45~80℃에서 반응하는 효소를 고온효소(Thermophile)라 부릅니다. 화산 지역처럼 온도가 높은 곳에서 사는 세균이 이용해요. 반대로 중온효소보다 낮은 온도인 15~20℃에서 반응하는 효소를 저온효소(Psychrophile)라고 불러요. 극지연구소에서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극지 자원이에요.
저온효소는 생물이 낮은 온도에 적응하기 위해서 진화한 방식이에요. 본래 낮은 온도에서는 단백질이나 지방 같은 물질이 쉽게 분해되지 않아요. 저온효소는 이를 극복해주지요. 조금이라도 온도가 올라갔을 때 대량으로 분해할 수 있게 돕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빠르게 작용하도록 분해 효율도 높였지요. 게다가 분해가 일어날 때 생기는 부작용이 없어요. 예를 들어 단백질을 분해하는데 지방을 함께 분해한다거나, 엉뚱한 부산물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런 저온효소는 어떤 곳에 사용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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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우유 분해, 고기 숙성… 한계가 없는 저온효소
마트에 세탁 세제를 사러 갔다면 ‘세제에 효소를 넣어 적은 양으로도 세탁이 잘된다’는 문구를 본 적 있을 거예요. 이 광고 문구에서 나오는 효소가 바로 저온 효소랍니다. 빨랫감에 묻은 때는 대부분 생물체에서 비롯된 유기물이랍니다. 먼지와 각질이 엉켰거나, 음식물이 묻었거나 하는 거지요. 이 때가 잘 지워지지 않아 보통 더운 물에 때를 불린 뒤 세탁을 하는데, 저온 효소를 쓰면 물에 불리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요. 효소가 소화에 이용되는 물질인 만큼 유기물을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나거든요.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국산 세제에 들어간 효소는 해외에서 수입한 저온효소였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극지연구소에서 나섰답니다. 알래스카, 러시아, 몽골, 캐나다처럼 추운 지역이라면 가리지 않고 시료 채집에 나섰어요. 흙이나 물은 물론 펭귄 배설물, 식물체 부스러기처럼 세균이 살만하다면 가리지 않고 시료를 채집했지요. 그 결과 6500여 종의 저온적응성 미생물에서 저온효소를 만드는 874개 미생물을 찾아냈어요. 최근에는 이 자료를 기반으로 원하는 성질을 갖는 효소를 찾는 ‘스크리닝’ 과정을 진행하고 있어요. 연구 성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답니다. 세제에 넣으면 세탁 능력을 끌어올리는 저온효소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민간 기업과 함께 상용화를 할 예정이에요. 잘 해결된다면 세탁용 저온효소를 더 이상 수입할 필요가 없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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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로 시작한 저온효소지만 활용 가능성은 여전히 많습니다. 우유는 완전식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에 좋은 식품이지만 한국인은 락타아제(젖당분해효소)가 부족해 잘 먹지 못합니다. 저온효소를 이용하면 본래는 체내에서 분해해야 하는 유당만을 골라 미리 분해할 수 있어요. 꼭 필요한 작용만 하는 저온효소를 이용하는 만큼 다른 영양소 파괴는 없지요. 고기를 저온에서 맛있게 숙성시킬 수도 있고요. 이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김덕규 박사님은 “저온효소 연구는 이제 시작이지만 낮은 온도에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만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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