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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유적에서 발견된 별자리판

컴퓨터 통계기법 사용한 객관적 검증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과연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고 기록한 별자리도 중국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을까.그렇지 않다.최근 청동기시대 별자리판이 확인돼 우리 천문지식의 뿌리가 중국이 아님이 밝혀졌다.

고조선은 청동기시대를 배경으로 꽃을 피운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다. 하늘을 살피고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는 일은 어느 국가에서나 중요한 일이었다. 종교적이나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서라도 농경을 위해서는 계절을 아는 일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도 별을 관측했을까.

지난 10월 20일 충남대 한국우주과학회·한국천문학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분석자료가 발표됐다. 다름아닌 고인돌 유적에서 출토된 돌판 위에 파인 수많은 구멍들이 북극 근처의 별자리로 밝혀진 것. 북두칠성을 비롯해 작은곰자리, 용자리, 세페우스자리 등이 확인됐다.

이것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 화제가 된 돌판은 사실 22년전 고고미술학자 이융조 교수(충북대)가 충북 대청댐 수몰지역을 탐사하다가 발견된 것인데 발견 당시에도 별자리일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증거가 부족했다. 최근에야 천문학자와 공동연구를 통해 별자리임이 밝혀졌다. 또한 언론에서는 이번 별자리 확인연구가 마치 눈으로만 이뤄진 것처럼 비쳤으나 사실 이보다 더 객관적인 연구가 있었다.

별자리 분석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서울대 박창범 교수(지구환경과학부 천문학 전공)는 “눈으로 별자리를 확인하는 일보다 컴퓨터를 이용한 객관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고 작은 구멍 65개

1978년 충북 청원군 문의면 가호리 아득이 마을에서 중기 청동기시대 고인돌 유적을 발굴했다. 덮개돌 아래 석실에서 청동기 조각, 가락바퀴, 민무늬토기 등이 출토됐고, 주변에서 돌무덤, 선돌과 함께 돌판 하나가 발견됐다. 고인돌에서 3m 정도 떨어진 땅 속에서 발견된 이 돌판은 가로 23.5cm, 세로 32.5cm에 두께가 4.1cm였고, 표면에는 지름 2-7mm의 크고 작은 홈이 65개나 파여 있었다.

먼저 아득이 돌판에 새겨진 구멍들이 별자리임을 확인하기 위해 박창범 교수는 이미 확인된 고구려고분과 북한고인돌 별자리 그림과 비교했다. 왜냐하면 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많은 별들 중에서 고대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며, 무덤에 기록될 만한 별은 아무래도 이미 확인된 고대인의 별자리 선택기준을 이용하는 방법이 적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득이 돌판에 구멍이 새겨질 당시 밤하늘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당시 별들의 분포는 기원전 5세기로 가정해(우리나라 고인돌이 건설된 시기는 기원전 약 3천년부터 서기 2세기 사이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로 재현했다. 이때 지구의 자전축이 2만6천년을 주기로 회전하기 때문에 별들의 위치가 바뀌는 점을 고려했다. 이런 비교작업은 아득이 돌판 구멍들이 실제 별들의 분포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작은곰자리와 용자리 객관적 확인
 

이번에 화제가 된 아득이 돌판(왼쪽)과 돌판에 나타난 구멍의 위치와 크기를 표시한 것(오른쪽).돌판 왼쪽 아래에 북두칠성과 비슷한 배열이 보인다.


아득이 돌판 구멍들의 분포를 살펴보면 왼쪽 아래에서 북두칠성과 같은 배열을 이루는 7개의 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배열은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북두칠성의 모습을 뒤집어놓은 것과 같다. 이렇게 하늘에서 땅으로 투영하는 방법으로 그려진 별자리 그림은 고구려나 고려고분에서 종종 관찰된다. 반면 고구려시대의 진파리 4호분(평양시 무진리 소재)의 천장 별그림에서 보이는 북두칠성은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의 모습이다. 두 그림을 비교하기 위해 아득이 돌판의 별그림을 뒤집었다. 또한 함경남도 함주군 지석리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와도 함께 비교했다(그림).

세 별그림을 비교하면 7개의 별이 국자모양을 한 북두칠성이 먼저 눈에 띄고, 북두칠성을 바로 마주보는 위치에 열을 이루는 3-5개의 별, 둘 사이에 C자 모양을 한 5-6개의 별 등이 발견된다. 이런 별들이 완벽한 일대일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일치하고 있다. 또한 이들을 컴퓨터로 재현한, 4.5등급보다 밝은 북극 근처 별들의 분포와 비교하면 각각 북두칠성, 작은곰자리, 용자리, 세페우스자리 등에 대응됨을 알 수 있다.

아득이 돌판 구멍들의 분포가 실제 별자리 분포와 유사하다는 시각적 판단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두분포 사이에 통계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이때 두분포에서 북두칠성의 위치는 확인될 수 있기 때문에 북두칠성의 중간별을 일치시킨 후, 돌판의 각 구멍과 가장 가까운 실제의 별을 찾도록 했다.

결국 돌판 구멍들의 분포와 실제 별자리 분포의 상관관계가 가장 큰 경우, 돌판에서 작은곰자리, 용자리, 세페우스자리 등이라고 생각했던 구멍들을 실제 별자리라고 검증할 수 있었다.

가장 오래된 천문도

돌에 새긴 별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241년에 그렸다는 중국의 순우천문도가 있다. 그 다음이 1395년 조선시대 천상열차분야지도인데, 큰 원 안에 1천4백64개의 별이 그려져 있다. 5년 전 박창범 교수는 컴퓨터계산을 이용해 이 천문도에 그려진 별들의 위치가 대부분 2천년 전의 것이고, 일부는 약 7백년 전의 것임을 밝혔다. 조선 초에 새겨진 이 천문도는 놀랍게도 고구려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한 다음 일부 별의 위치를 고쳐 만든 것이었다.

고구려 벽화고분 95기 가운데 22기에서 별자리 그림이 발견됐다. 무용총의 경우 벽면에 사신도와 함께 해와 달, 궁수자리에서 나타나는 남두육성을 비롯한 여러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고구려인이 독자적으로 밤하늘을 보고 별자리를 관측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확인된 청동기시대 돌판의 별그림은 이런 고구려의 천문지식에 대한 뿌리를 제공한다.또한 우리나라의 천문지식이 중국천문학의 전래에 의해서만 시작된 것이 아니라 선대의 고유한 천문지식의 전승이 있었다는 하나의 결정적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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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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