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대회 현장이냐고? 아니다. 이곳은 대성여고 MnO2가 과학실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열띤 토론을 벌이는 과학실이다.
매달 두 번째 주 월요일 저녁시간에 과학실에 모여 그 동안 조사한 자료를 갖고 열심히 토론한다.
과학동아는 토론자료의 보고
토론을 하기 위해서 연초에 학생들이 스스로 1년치 주제를 미리 정했다. 그리고 각 주제별로 사회자를 2명씩 정했다. 사회자는 단순히 발언순서를 조정하는 역할이 아니다. 3학년 송채정 학생은 “제가 사회자로서 다른 친구들을 이끌어야 하니까 준비과정에서 더 많이 조사를 해야 토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서 사회자는 더 많은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토론자는 사전조사를 철저하게 해야한다. 인터넷으로 뉴스 등을 검색하거나 신문기사나 과학잡지를 스크랩했다. 학생들이기 때문에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인터넷이나 학교 도서관으로 한정돼 있어서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전민선 학생은 “과학동아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원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야기한 ‘원전가동 찬반 토론’도 과학동아 2011년 4월호에 실린 ‘일본 대지진 위협 받는 원전 신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기사에 실린 풍부한 그림자료와 과학적 자료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진화론과 창조론 논쟁, 배아줄기세포, 옛날의 의학지식, 화장품 성분에 대해서도 토론을 한다. 학생들은 토론을 하면서 자신이 미처 조사하지 못한 내용까지도 많이 알게 됐다. 토론은 재미도 있었다. 3학년 오아원 학생은 옛날 의학적 지식을 토론할 때 가장 즐거웠다고 한다. “들어보지 못했던 이집트 의학이 정말 신기했어요. 그걸 보고 편도선이 부었을 때 해를 쳐다보며 귀를 잡고 발뒤꿈치로 콩콩 뛰면서 주문을 외워보기도 했다니까요.”
지난해 말에는 한 해 동안의 활동을 모아 책으도 만들었다. 사회자와 토론자의 철저한 사전조사가 있었기 때문에, 활동을 스케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내용이 알차게 들어 있다.
실험도 하는 멀티플레이어
매번 토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동아리 이름인 MnO2에는 촉매라는 뜻 말고 다른 뜻도 있다.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정태식 선생님은 “MnO2는 medical(의학), nature(환경), observing(실험관찰), organization(단체)을 뜻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동아리의 활동 영역을 나타내는 약자였다. 이름처럼 동아리 학생들은 각 분야에 대한 토론, 토의와 함께 아니라 과학 실험도 한다.
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의 힘으로 한 것처럼 실험도 주제선정과 준비, 실험, 뒷정리까지 모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해냈다. 첫 실험은 쥐와 개구리 해부실험.
야심차게 계획하고 개구리와 쥐를 사왔지만, 처음에는 동물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지 못했다. 무서워서 서로 소리를 지르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실험동물을 꺼내고 마취를 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실험에 성공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학교 과학시간에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실험도 동아리 활동 시간에 하면서 과학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
오아원 학생은 “배우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하고, 뉴스에 나온 기사를 직접 토론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면서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관점으로 주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요즘 과학기술분야는 협업이 중요하다. 그만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MnO2 학생들은 이미 그 능력을 기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