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로 Gifted, 즉 타고난 재능을 선물 받은 아이들입니다. 영재교육은 그들의 재능을 키워주는 것이죠.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뛰어난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있어요. 피파랭킹 60위, 80위 하는 나라의 축구 영재를 데려와서 세계적인 수준의 체력과 개인기, 전술 훈련을 시킵니다. 만일 축구 영재교육이 없었다면 루니나 메시, 호날두 같은 선수들이 나왔겠어요? 우리 학교의 역할이 그것입니다.

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만나고 깜짝 놀랐어요. 고등학교 많이 가봤지만 우리 학교처럼 인사 잘 하는 학생들을 본 적이 없어요. 식당에 가면 고개가 아플 정도입니다. 영재교육이 공부만 시킨다는 거 다 옛날 이야기입니다. 우리 학교가 일반 학교보다 동아리나 체육활동을 더 시킬 겁니다.

영재교육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영재는 영재교육을 받아야 더 행복하고 재능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영재교육을 받아야 사회성이 더 길러집니다. 영재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오히려 외톨이가 될 수도 있어요.

우리 학교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입시와 상관없는 학교입니다. 입시 부담없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어요. 그래도 대부분의 학생이 KAIST, 서울대, 포스텍에 갑니다. 학생 몇 명을 만나봤는데 다들 너무 좋대요. 교장 앞이라 이러나 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으니 그래요. 아까 복도에서 수학 공부 하는 친구의 문제지를 같이 보지 않았나요. ‘답을 구하라’ ‘계산하라’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지 이유를 생각해 보자’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문제를 고민합니다. 이게 영재를 위한 진짜 공부입니다. 교사들이 다 박사니 정말 과학자에게 배우는 겁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수학·과학 교육을 70학점 듣고 인문·예술 교육은 60학점을 받아요. 거의 반반이죠. 그밖에 30학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연
구를 직접 하게 되죠. 앞서 말했지만 동아리나 체육활동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뛰어노는 영재학교, 인문학과 예술을 함께 배우는 과학영재학교입니다.

한국에 영재교육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지요. 진짜 성과는 졸업생들을 통해 보여주는 건데 아직 10년밖에 되지 않아 이릅니다. 우리가 잘못했으면 왜 다른 학교들이 영재학교가 되겠다고 하겠습니까(영재학교는 현재 이곳을 포함해 4개가 생겼고 곧 2개가 늘어난다). 오늘도 유명한 영재학교인 싱가포르 수학과학고 사람들이 와서 서로 노하우를 공유했습니다.

국내 경쟁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른 곳도 열심히 하겠지만 당장 우리를 따라오긴 힘들 거예요. 10년의 노하우도 있고 입시 부담이 없다는 장점을 쉽게 앞서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 목표입니다. 와서 선생님과 교직원들에게 부탁드린 것이 있어요. 무엇을 하든, 뭘 가르치든 ‘이것이 세계 1등 학교가 되는데 도움이 될까’ ‘최고의 인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 달라고요. 질적인 경쟁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말도 들었지요.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아니었다면 오지 않았을 겁니다. 전문대에서 총장으로 와 달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좋았어요. 세계 최고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곳이잖아요. 정말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부임 전에 전북대와 KAIST에서 3학기 정도 가르쳤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겠구나.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게 얼마나 고귀한 일이에요. 제가 뭐라고 감히 누구를 가르치겠어요. 또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요.

대치동에 있는 학원 절반이 ‘영재’라는 이름을 붙였다면서요? 사교육이 있겠죠. 그래도 듣기로는 대치동 학원이 우리학교 시험문제를 맞추기 어려워한다고 해요. 우리 선생님들이 창의성이나 집단 평가를 할 때 워낙 예상못한 문제를 내니까요.

학생들 앞에 설 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여러분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이 받는 교육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겁니다. 여러분이 똑똑해서 그런 혜택을 받는 것도 맞지만 여러분의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이런 환경을 만들어준 것입니다. 꼭 그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또 세월이 지나서 여러분이 만일 제 자리에 서게 된다면 후배들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을 남겨줘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