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 호주나 뉴질랜드에 가면 밤하늘에 우리나라에서와는 다른 ‘별’천지가 펼쳐진다. 특히 낯선 천체 가운데 맨눈에도 잘 보이는 남십자성, 마젤란성운 등이 장관을 이룬다. 마젤란성운에는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는데 각각 대(大)마젤란성운과 소(小)마젤란성운이라 불린다.
지난 1월 12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소마젤란성운 사진과 함께 이곳에서 처음으로 태아별 무리를 발견한 사실을 공개했다.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며 태어나듯이 별은 중심에서 수소가 타면서 빛을 내며 태어난다. 태아별은 아직 별로 태어나기 이전 상태다.
맨눈에 올챙이처럼 보이는 소마젤란성운은 대마젤란성운과 함께 1519년 포르투갈의 항해사 마젤란이 세계 일주 도중 남반구 대양을 항해할 때 발견한 것이다. NASA가 공개한 사진은 소마젤란성운의 일부인 NGC 346이다. NGC 346을 잘 보면 파란 빛을 내는 부분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거대한 범선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 범선은 1519년 8월 세계 일주를 목표로 스페인 세비야를 힘차게 출발했던 마젤란함대의 다섯 척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태아별은 어디에 있을까. 천문학자들은 검고 길게 이어진 먼지 띠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2500개 이상의 태아별을 찾아냈다. 태양보다 가벼운 이들은 엄마 뱃속 같은 가스 구름에 500만년간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가스 구름이 계속 수축해 태아별 중심부에서 수소가 타기 시작하면 별이 무더기로 탄생할 것이다.
인류 최초의 세계 일주 항해자로 알려진 마젤란은 사실 1519년부터 3년간 진행된 세계 일주를 끝내지 못했다. 대서양을 지나고 남아메리카 남단의 마젤란해협을 거쳐 태평양을 건넌 마젤란은 1521년 4월 필리핀의 막탄섬에서 원주민과 전투 중에 죽었다. 물론 마젤란함대에서 살아남은 빅토리아호는 18명의 생존자와 함께 1522년 9월 세비야로 돌아왔다.
소마젤란성운도 마젤란처럼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름에 성운이란 말이 붙지만 사실 가스와 먼지로 구성된 성운이 아니라 제멋대로 생긴 은하다. 실제로 NGC 346이 성운이다. 19세기까지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뿌옇게 보이는 은하를 성운이라고 오해했다. 마젤란성운 대신 마젤란은하라는 용어가 맞는 표현이다.
소마젤란은하는 지구에서 21만 광년 떨어진 채 우리 은하를 돌고 있는 위성 은하다. 이 은하는 우리 은하와 대마젤란은하가 잡아당기는 중력 때문에 모양이 비틀리고 있다. 결국 소마젤란은하는 갈가리 찢겨 우리 은하에 잡아먹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마젤란은하처럼 작고 못생긴 은하들은 우주 초기에 더 흔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은하들이 합쳐져 현재의 큰 은하를 형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소마젤란은하 내에 있는 NGC 346 같은 별 탄생지역도 우주 초기에 발견되는 것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마젤란은하는 우주 초기에 별이나 은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