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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와 은하 3호는 이란성 쌍둥이







다단 로켓이 단을 분리할 때는 역추진 모터(고체 로켓을 모터라 부른다)와 가속 모터를 이용한다. 역추진 모터는 추진제를 이미 사용한 아랫단을 안전하게 분리하고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한다. 간단히 말해 아랫단의 속도를 줄여 윗단과 충돌을 막는 것이다. 나로호의 1단에도 있으며 은하3호의 1단 연결부 잔해에서도 4개가 발견됐다.

가속 모터는 사용 목적이 다르다. 단을 분리하는 동안 아랫단의 엔진이 정지된 상태에서 아무런 가속이 없다면 윗단 로켓에 무중력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나로호처럼 2단이 고체 로켓으로 되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액체 로켓이라면 무중력이 탱크속의 연료를 공중에 뭉쳐 다니게 하므로 큰 문제가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가속 모터를 이용해 인공중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가속 모터가 외부에 있다면 액체 로켓임을 추정할 수 있다. 은하3호의 사진을 판독해보면 3단 아래쪽에 달린 가속 모터를 확인할 수 있다. 잔해의 1단 중간부에서 4개의 역추진 모터, 1, 2단의 연결부에서 6개의 가속 모터가 발견됐다. 한국형 발사체도 1, 2단에 역추진 모터를, 2, 3단에 가속 모터를 단다.

특히 3단 로켓으로 고도 500~700km까지 속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상승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 동안 연소할 수 있는 저추력의 액체 엔진이 적합하다. 은하3호의 3단은 1단에 사용된 보조엔진 2개를 이용한 6t 추력의 엔진으로 예상되며 한국형 발사체는 7t 추력의 단일 엔진으로 구성된다. 한국형 발사체 3단의 연소시간은 나로호의 총비행에 맞먹는 8분 21초나 될 예정이다.

비행경로를 봐도 액체 엔진을 선택하는 게 맞다. 로켓의 비행경로는 1, 2단과 페어링의 안전한 낙하지점 확보와 관련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는 90° 남쪽으로,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는 80° 남쪽으로만 비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은하3호와 한국형 발사체는 2단 분리후 3단 로켓이 태양동기궤도에 필요한 각도로 비행경로를 바꿔야 한다. 은하3호는 7.4°,한국형 발사체는 18.2° 서쪽으로 움직이는 ‘요우(yaw) 기동’이 요구되며 이런 정밀한 방향제어엔 액체 엔진이 적합하다.



남북 모두 개방 사이클의 로켓엔진


나로호는 1단의 로켓엔진 기술과 관련해 논란이 많았다. 러시아로부터 1단 로켓을 사왔는데 엔진 기술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설계도를 받았다고 해서 나로호 1단의 러시아제 RD-191엔진을 제작할 수 있을까. 이 엔진이 우리의 기술수준에서 적합한 엔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RD-191엔진은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다. 왜 그럴까.

RD-191엔진은 러시아에서도 최신 엔진이다. 굳이 통신에 비교하자면 LTE급이다. 그러나 처음 대형 액체 엔진 개발에 도전하는 우리에게는 그보다 낮은 2G급 기술이 필요하다.

액체 엔진의 기술 차이는 사이클에 있다. 사이클이란 로켓 엔진 내에서 연료가 이동하는 경로를 말한다. 이 경로가 개방형인지 폐쇄형인지에 따라 기술 차이는 매우 크다. 액체 로켓엔진은 탱크에서 연소실까지 추진제를 공급하기 위해 터보펌프를 이용한다. 터보펌프를 회전시키기 위해서는 가스발생기란 소형 연소기가 필요하다. 추진제 일부를 가스발생기용 연료로 사용하는데 터보 펌프의 터빈 날개를 보호하기 위해 낮은 온도로 불완전하게 연소시킨다. 이 때 불완전한 연소가스를 그냥 버리는 것이 개방형이며 메인 연소실로 되돌려 보내 다시 태우는 방식이 폐쇄형이다. RD-191엔진은 폐쇄형에 해당하며 엔진이 상당한 고압으로 성능은 높지만 그만큼 뛰어난 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기술 수준으로는 개방형이 적합하며 북한도 마찬가지다.

서해에서 건져올린 은하3호의 잔해로 추정해 보면 북한의 로켓 엔진은 기존 스커드미사일에 사용된 엔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950~1960년대 러시아에서 만든 낡은 로켓기술의 완벽한 복제품에 지나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로켓 분야에서 ‘낡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것보다 신뢰성 있는 기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발사 성공률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소유스 로켓은 은하3호보다 더 낡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소유스는 최초의 미사일인 독일의 V-2 엔진에 적용한 매우 비효율적인 과산화수소를 이용한 가스발생기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비록 낡았지만 수많은 실험과 검증을 통해 성공 확률은 매우 높다.

북한의 엔진 작동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고체 시동기가 작동하면서 터보펌프가 돌고 이를 통해 추진제 일부가 가스발생기로 이동해 가스를 발생시킨다. 이 가스로 터보펌프가 100% 회전을 하며 추진제를 연소실로 주입한다. 한국형 발사체에 사용할 액체엔진과 너무나 닮아 있다.

각 단의 엔진 구성도 닮았다. 은하3호 엔진은 러시아의 이사예프(Isayev) 설계국에서 제작한 13t 추력의 소형 엔진을 2배로 발전시킨 27t 추력의 엔진이다. 1단에는 4개, 2단에는 1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75t 추력의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의 1단에 4개, 2단에는 1개를 사용하게 된다. 즉 은하 3호는 우리가 5~6년 후에 개발 완료하려는 한국형 발사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뿌리가 다른 남북의 로켓, 기술 차이도 많다

은하3호의 잔해를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로켓의 자세 제어를 위한 추력방향 제어장치로 보조엔진(북한식 표현으로는 조종발동기)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력방향 제어란 로켓이 원하는 방향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다.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에서 사용하던 노즐의 끝에 방향타를 붙여 추력 방향을 제어하는 제트베인(jet vane)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V-2 미사일에서 유래한 이 기술은 매우 초보적이긴 하지만 아직도 몇몇 로켓이 사용하고 있는 간편한 방식이다.

이보다 발전된 기술이 소형의 보조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V-2를 복제한 로켓을 만든 이후 발전된 로켓을 개발할 당시 많이 사용한 방식이다. 장점은 분사가스 흐름을 방해하는 제트베인에 비해 추력이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구조가 복잡해진다는 것. 은하3호는 4개의 보조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비해 한국형 발사체는 한 단계 더 높은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4개의 주엔진을 각각 움직이는 김발(gimbal) 방식이다. 주엔진 자체를 움직이므로 보조엔진 방식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추력 손실이 전혀 없다. 우리는 이미 2002년에 발사한 최초의 액체 로켓인 KSR-3에서 이 기술을 훌륭하게 구현했다. 현대의 거의 모든 대형 액체 로켓은 김발 방식으로 추력방향을 제어하고 있다.

로켓의 추진제도 남북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에서 사용하던 저장성 추진제를 계승하고 있다. 저장성 추진제란 로켓 추진제로 많이 쓰는 액체산소의 대체품이다. 사용하기에 불편한 액체산소에 비해 질산으로 대표되는 저장성 추진제는 사용은 편리하지만 독성이 커서 환경오염의 우려가 높다.

은하3호 잔해 조사를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스커드 미사일에 사용하던 적연질산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발표했지만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적연질산은 연소과정에서 붉은 연기를 발생시킨다. 은하 2호의 발사과정을 살펴보면 붉은 연기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은하 3호에서는 흰색 연기만을 볼 수 있다. 겨울의 낮은 기온과 독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백연질산을 교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형 발사체는 액체산소와 제트엔진에 사용되는 케로신(등유)인 제트A-1을 추진제로 사용할 예정이다.


 
남북 로켓 기술 경쟁의 미래는

북한은 앞으로 정지궤도 위성까지 발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더욱 강력한 로켓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한 뒤에는 정지궤도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세계형 발사체(가칭)도 개발할 예정이다. 남북은 어떤 방식으로 로켓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게 될까.

북한은 은하3호에 사용된 27t 엔진을 더욱 크게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마 한국형 발사체의 엔진처럼 70~80t까지는 키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로켓 개발 목적이 미사일 발사용이라면 액체 엔진뿐 아니라 고체 모터도 등장할 것이다. 선제공격용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발사 준비가 들킬 수밖에 없는 액체 로켓보다 고체 로켓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고체 엔진으로만 이루어진 4단형 우주 로켓을 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순전히 우주개발만을 위한 로켓을 개발하기엔 북한의 경제력이 열악하므로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높이는 정도로 북한의 로켓기술은 정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75t급 액체 엔진(우레-1A)을 개발한 후 이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알려진 바로는 2020년에 85t 엔진(우레-1B)을, 2022년에는 95t 엔진(우레-1C)까지 업그레드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들 엔진을 1단에 5개 내지 9개까지 묶은 KSLV-III로는 천리안 위성처럼 정지궤도에 6t의 대형 화물을 올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발사장이나 시험시설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런 대규모 고추력 로켓이 우리에게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한국형 발사체 이후에는 비슷한 크기에 성능을 2~3배로 높이는 연구가 바람직하다. 선진국은 추진제로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사용하는 극저온 엔진을 개발해 이런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과감히 미래형 로켓으로 액산액수의 극저온 로켓엔진을 선택했다. 현재 일본의 극저온 엔진은 H-2로켓의 1, 2단에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보다 더 좁은 나로우주센터를 고려할 때 타산지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북한에게 선두를 빼앗긴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현재 장밋빛 우주개발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 북한은 우주개발에서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우리의 경쟁국은 인도, 일본, 중국, 유럽, 러시아, 미국 등이다. 외국의 어떤 로켓공학자는 ‘로켓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켓 기술은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로켓 과학자에게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이유다.

201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김민수 | 글 정홍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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