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면 뇌세포가 자란다
운동이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뇌과학으로 증명되고 있다. 일단 뇌가 활동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운동을 하면 뇌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15분 동안 운동을 하게 한 뒤, 뇌를 MRI 영상으로 찍자 운동 전보다 더 많은 혈관이 보였다. 혈류량이 늘어나면 뇌로 공급되는 산소와 포도당도 증가해 신경세포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뇌세포도 더 많이 재생된다. 1998년 미국 솔크연구소 프레드 게이지 교수팀은 신경세포가 파괴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되기도 한다는 것을 밝힌다. 신경세포 재생에 필요한 것이 ‘신경세포 성장인자(BDNF)’다. 그런데 2004년 UCLA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운동이 이 성장인자의 수치를 높였다. 운동하면 신경세포가 대량으로 생성된다는 것은 다른 실험에서도 증명됐다.
운동 직후, 어려운 과목 공부하라
신경세포가 재생됐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반복 학습을 하는 등 환경 자극이 없으면 세포는 활력을 잃고 생존확률도 떨어진다. 재생된 신경세포를 유지하려면 다른 신경세포들과의 연결, 즉 시냅스를 만들어야 한다. 김영보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교수는 “뇌는 각 부분의 기능을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가 연결된 신경망을 통해 발현되는 기능이 중요하다”면서 “반복적인 자극을 통해 신경 연결(시냅스)을 강화해야 장기적인 학습능력이나 기억력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게이지 교수의 연구에서도 운동을 한 쥐에서 새롭게 생성된 신경세포는 시간이 지나자 활력이 줄어들고 생존확률도 떨어졌다. 반면, 운동을 지속한 경우 세포 활력이 증가했다. 즉 운동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공부를 시작해야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00년 미국 콜롬비아대 신경과학자 에릭 캔들은 반복학습과 연습이 시냅스를 늘리고 단단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때 운동도 도움이 된다. 운동으로 생성된 신경세포 성장인자는 신경세포의 가지를 늘려 더 많은 시냅스를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반복 학습을 했을 때와 비슷한 효과다. 운동으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고 좀 더 복잡한 학습과 반복으로 시냅스를 형성, 강화하면 금상첨화다.
게다가 지난해 7월 데이비드 부치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가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운동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어린이, 청소년 시기에 더 길었다. 부치 교수는 “뇌가 성장하는 시기에 운동을 하면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더 발달할 수 있다”며 “특히 어린이, 청소년 시기의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운동을 생활습관으로 만들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학교체육진흥법’을 공포하고 모든 중학교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미 서울 방배중, 경기 정발중, 대전 가오중 등 많은 학교에서 0교시 체육수업을 시행했다. 가오중에서 전교생 584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남학생 81.2%, 여학생 68.2%가 ‘매우 만족’ 또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된 광양 진월중에서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 개최 건수가 ‘0’을 기록했다. 운동은 뇌와 정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어느 정도 인정 받아, 이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와 뇌졸중 환자 치료에도 쓰인다.
뇌와 정서 모두에 도움을 주도록 운동을 하려면 일주일에 최소 다섯 번 이상, 한번에 30분 동안, 보통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미국질병통제센터는 권고하고 있다. 운동을 매일 하기 힘들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UC 어바인 신경과학자 칼 코트먼에 따르면 운동을 하다가 멈춘 쥐는 신경세포 성장인자 수치가 운동 전으로 되돌아 가지만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이 수치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뇌의 해마가 성장인자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일 하는 것이 더 좋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