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정신분열증은 지각장애, 우울증은 감정기능 불균형서 비롯

(5) 20세기 의학의 과제 정신질환 정복

인간의 사고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정신기능도 뇌의 활동에 따른 산물이다. 여기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흔히 분열증 우울증 치매 등으로 대표되는 정신병. 현대의학의 힘으로 정복돼 가는 '마음의 병'에 대해 살펴보자.

21세기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건강을 다루는 의학 관계 종사자들에게 암이나 후천성 면역결핍증 못지 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될 도전적인 분야는 뇌질환의 정복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질환은 정신분열증 치매 간질 파키슨씨 병이며, 이들은 병의 진행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인간의 사고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정신적인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울증 또한 매우 심각한 질환으로 미국에서 1993년을 우울증에 관심을 두는 해로 선포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뇌는 여러 구조로 되어 있고 그 기능이 특수화되어 모든 행동을 통제하는 인체의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뇌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원시적인 하부구조와 고차적 능력을 수행하는 상부구조로 구분해볼 수 있다. 인간고유의 정신기능인 인식 학습 연상 기억 및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은 고차적 상부구조인 대뇌피질, 특히 전두엽의 기능에 속한다. 뇌의 부분 중에서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인지구조라 칭하며 이는 주로 대뇌피질에서 관장하며, 감정기능을 조절하는 부분은 정동구조라 칭하며 이는 주로 변연계(limbic system)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관장한다.

이러한 뇌의 구조와 발생 및 기능의 분화와 수행은 유전인자에 의해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생각되는데, 만일 여기에 문제가 생겨 상부구조와 하부구조 사이의 균형을 잃게 되면 각종 정신질환이 생기게 된다. 정신분열증이란 인지기능 중 특히 사고내용 및 지각장애가 두드러진 질환을 말하며, 우울증이란 감정기능의 불균형이 두드러진 질환을 말한다. 또 치매란 전반적으로 인지기능의 장애가 두드러진 질환을 말하는 것이다.

임상적으로 내과영역의 한 갈래로서 왜곡된 인격 및 이로 인한 비정상적인 행동을 다루는 현대정신의학의 연구에, 뇌연구가 기본이 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생물학적 뇌연구는 19세기 브로카(Broca)와 20세기초 펜필드(Penfield)가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밝힌 신경해부학에서 출발하여 신경생리학, 생화학적 약리학 등에서 활발히 전개되었으며 현재에는 유전학, 신경심리학 및 영상기술을 이용한 전산단층촬영(computed tomogram)등의 눈부신 발전으로 정신질환의 원인규명과 치료에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왕년의 세계 권투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왼쪽)는 누적된 '펀치드렁크'의 영향으로 파킨슨씨 병에 걸렸다. 사진은 알리가 지난 4월 남아공에서 아이들의 권투를 관전하는 모습.
 

정신분열증은 20∼30세 사이 흔히 발병

정신분열증은 망상 환청 혼란된 사고를 포함한 양성증상과 무감동 은둔 수동적 철퇴 등의 음성증상을 공유하는 일련의 증후군이다. 정신분열증의 진단은 계속해서 병의 증후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정신장애로 사회적인 기능장애가 동반되고 사고, 감정 및 행동장애가 수반되는 정신병적 증상을 특징적으로 보일 때 이루어진다.

정신분열증은 20-30세 사이에서 가장 흔히 발병하며 어느 국가,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1%의 유병률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약 40 만정도의 정신분열증 환자가 있어 질병을 앓고 있는 개인은 물론 가정, 사회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신분열증은 1896년 크레펠린(Kraepelin)에 의해 처음으로 하나의 증후군으로 기술되었고 1911년 블룰러(Bleuler)에 의해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으로 명명되었다.

정신분열증의 원인은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원인규명을 위한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열증의 생태병리(pathophysiology)가 아직까지 완전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중에서 잘 알려진 사실은 뇌의 신경물질인 도파민(dopamine, DA)가설이다. 즉 정신분열증의 증상은 뇌에서 과도한 도파민의 신경전달에 의한다는 것이나 현재는 도파민 뿐만 아니라 세로토닌(serotonin)도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한편 최근에는 사후(post mortal)뇌 연구와 생체내 뇌영상(in vivo brain imaging)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생체내 뇌영상촬영기술의 발전은 정신분열증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뇌전산화단층촬영(Brain CT scan)을 이용한 구조적인 영상연구는 정신분열증이 전반적인 해부학적 뇌변화와 연관됨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가장 흔한 소견은 측뇌실과 제3뇌실의 확장과 대뇌피질의 위축이다. 한편 고해상인 자기공명영상촬영(MRI scan)연구들은 축두엽 특히 해마(Hippocampus)의 뇌량(brain volume)의 감소를 보여주는 등 정신분열증 환자 뇌의 이상부위를 보다 국소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치료면에서 볼 때,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이란 고칠 수 없는 인격적 결함을 지닌 병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나 오늘날에는 클로자파인(clozapine)을 포함한 새로운 향정신병약물치료의 놀라운 발전과 치료적 환경의 개선으로 많은 환자들이 정상적으로 사회복귀하고 있다.
 

(그림1)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나타난 뇌 구조의 변화^위의 정신분열증 환자의 뇌는 위축된 해마(노란 부분)와 확장된 뇌실(회색 부분)이 눈에 띈다. 아래는 정상인의 뇌. 3차원 MRI사진이다.
 

인구의 4~6%가 우울증 증세

주요 우울증은 현대에서 가장 흔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일반인구의 4~6% 정도가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우울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저조한 기분상태를 말하며, 기분이란 외적 자극과 관계없이 자신의 내적인 요인에 의해서 지배되는 인간의 정동상태를 뜻한다. 즉 우울이란 비교적 객관적 사태와는 관계없이 한 인간의 병적상황에서 일어나는 정서의 병리현상이다.

주요 우울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우울정서를 들 수 있다. 이는 환자의 90% 이상에서 나타나며 일상적인 관심과 흥미가 상실되고 식욕이 감퇴하며 열등감 절망감에 사로잡혀 자살충동까지 느끼게 된다. 또한 인지기능의 장애 및 사고의 장애를 나타내는데, 자신감 결여, 미래걱정, 사회적 지위에 대한 절망감, 근거 없는 반응을 보이며 심한 죄책감, 신체망상을 지니게 된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사고흐름의 장애, 행동장애, 판단력장애, 사회대처능력의 감소, 집중력 감소와 아울러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환자 5명 중 4명은 자살을 생각하며 6명중 1명이 자살을 시도한다.

우울증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 이집트까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합리적인 설명과 뇌와 관련된 원인이 강조된 것은 16, 17세기였으며 현대적 진단 의미로서 우울증의 개념은 19세기 말 독일의 크레펠린이 확립했다.

정신분열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은 충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유전적 체질적 요인, 신경생화학적 요인 및 심리적 및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로이트 등의 정신분석학자들은 우울증의 원인으로 어린시절 부모와의 정서관계에서 비롯된 상실의 역할과 마음 속에 내재화된 대상에 대한 분노감을 중요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요인 및 우울증의 성격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보다는 이 질병의 심리과정을 설명하는데 그쳐야하며, 이는 그 자체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이며 그 내용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관계하는 효소의 비정상 때문이라는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견해도 있다.

최근의 생물학적 연구의 발전 및 항우울약물의 개발은 우울증 원인규명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카테콜라민과 인돌아민 이론이다. 즉 우울증이 뇌의 기능적 아드레날린 수용체 면에서 노어에피네프린을 주축으로 한 카테콜라민과 인돌아민계의 세로토닌이 뇌에서 감소되는 것과 관련된다는 이론이다. 그의 내분비대사나 수면을 이용한 신경생리학적 연구에서도 우울증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

주요 우울증의 진단은 개인 면담을 통한 정신상태조사를 통하여 이루어지지만 가족력 역시 중요시 된다. 이밖에 신경내분비 검사, 신경영상을 이용한 뇌전산화단층촬영이나 핵자기공명,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등도 진단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세포 유전학의 발전으로 주요 우울증의 생물학적 지표를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신질환 치료에는 약물 뿐 아니라 전기치료나 정신요법도 적용된다. 사진은 신경과 감정의 스트레스를 없애는 치료를 받는 우울증 환자
 

치매는 기억력 판단력 장애 동반

한편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울한 감정상태에서 신속히 벗어나는데 치료목표를 두어야 한다. 우울증은 심하면 영양실조 자살위험 등이 있는 질환이므로 입원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한 자살방지 및 신체적인 쇠약을 교정해 주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만일 치료를 안하면 9개월까지도 증세가 지속되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입원후 적절한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치료는 심한 경우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후 1-2개월 내에 증세가 좋아지게 된다. 전기경련요법은 치료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으며, 특히 약물에 부작용이 심한 환자나 자살 혹은 타살의 위험이 많은 환자들에서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는 원인이 밝혀진 기질성정신장애의 대표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건강관리 및 국가복지차원에서 가장 절실히 부닥치는 문제다.

임상적인 특징은 지적능력 특히 기억력 장애가 처음으로 나타나며 사회 및 직업적 기능에 장애가 동반된다. 병이 진행되면서 판단력 장애가 동반되며 심하면 행동장애 및 충동 조절의 장애가 온다.

흔한 원인으로는 뇌조직의 퇴행, 변성 또는 노화(일차성 퇴행성 치매 primary degenerative dementia-그 중 알츠하이머형이 가장 흔하다), 중추신경계 감염(신경매독, 결핵성 뇌막염, 바이러스염 등), 뇌손상(만성 지주막하 혈종 등), 독성 대사장애(악성빈혈, 엽산결핍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혈관성장애(다발성 경색성 치매, 정상뇌압 수두증), 신경계 질환(헌팅톤 무도병,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 병 )및 산소결핍 후 또는 저혈당후 상태 등을 들 수 있다.

치매는 의학발전의 꾸준한 노력으로 치료 가능 비율이 10~ 15%에 이르고 있어 조기진단과 아울러 조기치료에 힘쓰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199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오병훈 교수

🎓️ 진로 추천

  • 의학
  • 심리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