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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등학생 철수네 친척들이 할머니 생신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그간 밀린 얘기를 나눴는데 주요 화제는 집값이었다.

작은 아버지 : 내년이면 중학교 가는 아들 녀석 때문에 아무래도 공부를 잘 가르치는 학교 근처로 옮겨야겠어.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더라고.

큰집 사촌형 : 올 가을에 결혼하는데, 적당한 신혼집 찾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고모 : 몇 년 동안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 우리는 다행히 많이 오르기 전에 강남으로 이사 와서 오히려 덕을 봤다니까.

어른들은 왜 집에 대해 고민을 할까.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철수 부모는 요즘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의 깊게 살펴본다. 철수는 아직 집에 대한 관심은 덜하지만 부모의 근심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다. 집값이 부동산 정책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동네마다 집값의 차이는 얼마나 나는 걸까.
 

요즘 대부분의 회사가 아파트에 브랜드를 도입해 더 고급스런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새로 건설되는 한 아파트 단지의 조감도.


신제품 나와도 가격 안 떨어져

주택, 특히 아파트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먼저 휴대전화나 MP3 플레이어 같은 제품의 가격을 살펴보자. 이런 제품은 제조회사에서 성능이나 디자인을 바탕으로 처음 가격을 정한다. 이 가격은 시장에서 고객의 반응에 따라 달라진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적으면 내려간다. 그뒤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조정된 가격을 유지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가격은 어떨까. 일반 제품과 마찬가지로 아파트도 처음에는 시공회사가 건설비, 주변지역 아파트 시세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한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회사가 아파트에 브랜드를 도입해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시작한 가격은 주변에 새로운 아파트가 생기면 하락할까.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아파트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변에 지하철역이나 공원이 생겨 생활환경이 개선되면 더 많이 오른다. 서울숲이 만들어진 뒤 가격이 많이 상승한 성동구의 아파트가 좋은 예다. 강남구처럼 좋은 학군의 아파트는 꾸준히 상승한다. 물론 정부정책에 따라 가격은 떨어지기도 한다. 결국 집값은 일반적인 제품가격과 달리 변화가 심해 오를지, 내릴지 알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 증가율, 강북의 5배

그래도 집값의 변화 속에 어떤 규칙이 있지 않을까. 먼저 집값 자체보다 집값이 지난달에 비해 증가하거나 감소한 비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과 비교해 가격이 증가하거나 감소한 비율을 ‘가격 증감률’이라고 한다.

가격 증감률이 양(+)이면 지난달에 비해 가격이 상승한 것을, 반대로 음(-)이면 가격이 하락한 것을 나타낸다. 물론 가격 증감률이 0이면 집값에는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가격 증감률이 양이나 음의 값으로 오랫동안 비슷하게 유지되면 집값은 일정하게 오르거나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가격 증감률이 계속 상승하거나 하락하고 있으면 집값은 더 큰 비율로 오르거나 내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KAIST 예측연구실에서 2003년 1월 이후의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적으로 매월 1.20%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강북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매월 0.26%씩 올랐다. 따라서 강북지역 아파트 가격은 증가율이 강남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만큼 상승하는 정도가 작은 셈이다.

정부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부동산 대책을 자주 발표했다. 2003년부터 정부가 6차례에 걸쳐 발표했던 부동산 대책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정부는 주택공급 강화와 투기세력 억제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부동산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발전시켜 발표했다.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증가율이 몇 차례 하락했다. 그 중에서도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그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거나 2주택을 보유했다가 하나의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세를 많이 내도록 하는 ‘양도세 중과’처럼 투기성 매매를 억제하는 정책이 가격 증가율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모든 정책이 집값을 하락시키는데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재건축 억제 정책은 오히려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책은 강북지역 아파트의 가격 증가율도 상승시켰다. 물론 그 정도는 강남지역에서 나타난 효과의 3분의 1에 불과해 강북지역의 집값 상승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강남지역과 강북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비교


집값 억제효과, 정책 따라 달라요

휴대전화, MP3 플레이어 같은 제품은 성능이 좋은 다양한 모델이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격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좌우된다. 반면 아파트는 공급량을 무한히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지역의 집값은 공급자나 소유자의 손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강남지역의 주택수요는 자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수요 때문이다. 이런 교육수요에 영향을 받아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투자수요 때문에 주택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 반면 강북지역은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은 오히려 지역간 집값 불균형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재건축 억제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주택수요가 꾸준히 존재하는 강남지역에서는 공급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어 기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강북지역에서는 주택수요가 많지 않아 가격 상승효과가 작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가 발표할 부동산 대책은 어떤 효과를 보일까. 재건축 억제 정책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 증가율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투기성 매매 억제 정책은 강남지역의 가격 증가율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주택거래신고제와 같이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은 강북지역의 가격 증가율을 하락시킬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강북지역보다 높은 비율로 오를 것이다. 이런 예상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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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임혜경
  • 김정기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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