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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고에 포도가 열렸어요
포도(PHODO)는 2학년 학생 9명이 합심해 만든 동아리다. 포도 9명 모두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개설한 CA부서에 가입했지만 갈증을 느꼈다. 홀로 대학 캠퍼스 탐방에 나섰던 안재균 학생은 캠퍼스 안에서 물리천문학부 학생들이 벌이는 토론을 눈여겨봤다. “서로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어요.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뜻이 같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였고, 강 선생님도 이들을 돕기로 했다. 정규 CA부서가 아니어서 모일 시간이 부족했다. 점심시간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모여서 연구와 토론을 했다.

물리시간에 강현식 선생님이 보여준 영화의 한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 ‘충격량 게임기’는 작년 5월에 열린 강동학생과학축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교내 축제에서도 부스를 만들어 공기대포를 선보이기도 했다.

작년 7월, 즐거운 과학 활동을 이어가던 이들에게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학교에서 해마다 열리는 ‘동북 노벨상’ 대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실제 노벨상처럼 논문을 작성해 발표하고 여러 번 심사과정을 거쳐 상을 주는 대회다. 두 팀으로 나눠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동안 점심시간, 토요일, 일요일에 수시로 모여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진자파동모델에 관한 연구(안재균, 진은규, 장원영, 김강희)’와 ‘기와에 적용된 사이클로이드의 성질 검증(노경만, 백영하, 조환희, 허정무)’ 이렇게 두 편의 논문을 완성했다.



과학동아에서 논문 주제 찾아
이름도 생소한 진자파동모델 설명을 부탁하자, 안재균, 장원영 학생은 “하나의 지지대에 줄 길이가 다른 진자가 여러 개 매달려 있는 모델”이라며 “함께 진동을 시키면 각각 다른 진동수로 단진자운동을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마치 파동처럼 보이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간단히 소개한 것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재균 학생은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사례가 별로 없다는 말에 도전하기로 했는데, 연구사례가 ‘너무’ 없어서 고생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국립중앙도서관 자료를 샅샅이 뒤지고, 인터넷의 외국자료를 번역해 자료를 모아 개념과 이론을 정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모델을 설계했다.

“줄의 길이를 계산할 때 ÷와 ×를 잘못 써서 결과가 33m로 나온 거예요. 모두 ‘멘붕’에 빠졌죠.” 진은규 학생이 말한 ‘÷, × 사건’ 말고도 11시간 동안 만든 진자가 마찰과 줄 변형 때문에 원하던 결과를 보이지 않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줄의 소재와 지지대의 모양을 바꾸면서 점차 모델은 자리를 잡아갔다.

반면, “고등학생 수준에서 가능한 연구같이 보였다”는 노경만 학생의 말처럼 상대적으로 이미 많이 연구돼 있어 친숙한 ‘사이클로이드’는 수월해 보였다. 그런데 너무 흔해서 문제였다. 평범한 주제를 반복하는 것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했다. 강현식 선생님의 이런 조언에 학생들은 과학동아에서 답을 찾았다. ‘바퀴가 만드는 사이클로이드의 비밀(2007년 2월호)’에 나온 기와 곡선이 사이클로이드와 닮아 있다는 문장에서 길을 찾은 것이다. 기사에는 기와 곡선과 사이클로이드와의 연관성을 증명하거나 확언하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조환희 학생이 실험에 대해 설명했다. “기와 곡선이 싸이클로이드의 대표적 성질인 ‘등시성(싸이클로이드면 어디에 물체를 놓아도 동시에 바닥에 도달)’과 ‘최단강하성(오목한 사이클로이드 빗면에서 물체가 가장 빠르게 바닥에 도달)’을 만족하는지 확인했어요.” 자료도 문제였다. 비슷한 자료는 많은데 이론적으로 제대로 연구된 자료는 거의 없었다. 찾은 자료들을 모두 다시 해석해야 했다. 초고속 카메라 자료를 해석할 때 0.04초 차이로 실험 결과가 완전히 다르게 나오기도 했다.

“모델을 한번 해체하고 조립하는 데 1시간도 넘게 걸렸다”는 김강희 학생의 말처럼 실험은 어려웠지만, 학생들은 과정을 즐겼다. 백영하 학생은 “같이 모여서 토의하고 실험했던 것이 하나하나 추억으로 남았다”고 한다. 물리를 좋아하지 않았던 원영 학생과 김영재 학생도 활동을 하면서 점차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실험기구를 목적에 맞게 만드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해본 것이라 의미도 있고요.” (강현식 선생님)

이번 동북 노벨상 대회는 경쟁이 치열했다. 치열한 만큼 학생들은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논문을 작성했고 참가작의 수준도 높았다. 포도 학생들은 이 대회에서 자연과정 학생 중 1등(진자파모델)과 2등(사이클로이드)을 차지했다. 이렇게 좋은 결과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직접 시도하고 실패를 겪으면서 성장한 것이 더 중요하다. 이들 중에 정말 노벨상을 받을 학생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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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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