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3일 정도 야외조사활동을 실시, 암석, 화석의 표본을 수집하는 중학교도 있다.
강의와 실험의 비율이 반반
미국의 과학교육은 교육제도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처럼 단순하지가 않은 게 특징이다. 학제와 교과과정 등이 주정부마다 다르고 시마다 다를 뿐 아니라 심지어는 같은 학교에서도 교사에 따라 따른 실정이다. 따라서 교육내용이 교사수준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선택과목의 강의개설도 역시 다양하게 돼 있어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하다는 것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교육의 체계가 서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뭏든 교과과정, 교육내용의 다양함이야말로 미국의 과학교육 나아가 미국교육의 큰 특징이라 하겠다.
구체적으로 지구과학교육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국민학교과정은 아직 학문적 미분화 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자연'을 통한 학습이 중요시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지구과학적 내용 즉, 천문 기상 해양 지질 등의 내용이 많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중학교의 경우는 80%의 학생들에게 지구과학을 배울 기회를 주고 있는데 지구과학(Earth Science)또는 지구와 우주과학(Earth and Space Science)을 학습하고 있었다.
이 과목을 1주에 5시간씩 1년 과정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많았는데, 이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학습방법은 대부분 실험 또는 실물관찰 위주였다. 필자가 방문한 학교의 교사들이 설명한 바에 의하면 6대4 내지 4대6 정도로 강의와 실험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고등학교의 지구과학교육은 보다 심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학교에 따라서는 예를 들면 천문한 기상학 지질학 해양과학 또는 이와 관련된 내용 즉, 우주 지구물리 등이다.
그러나 이들 교과목은 3∼4% 정도의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을 뿐이며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일반과학(General Science), 물상과학(Physical Science)에서 다루거나 또는 일반과학이나 물상과학보다 높은 수준의 것이 다른 과학과목의 교과내에 포함돼 강의되기도 한다. 물리에서 태양계와 우주, 생물에서 고생물과 지사 등을 다루는 게 그 예다.
한편 지구과학은 휴먼 사이언스를 선호하는 분위기 등으로 70년대 후반에 다소 퇴조하는 듯하였으나 80년대 중반부터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즉, 모든 교과서 또는 교재가 인류의 생활과 보다 더 밀접한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실험실 자체는 고등학교에 비하여 빈약한 편이었으나 중고등학교의 교사들은 한결같이 자기 교실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학생들이 교사의 방으로 찾아오는 수업을 하기 때문에 교사에 따라서는 많은 학습자료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중학교 교실은 완벽한 암막장치와 비디오를 설치하여 교사가 학습에 잘 이용하고 있었고, 교실중앙에는 책과 걸상 그리고 옆과 뒤에는 실험대와 실험도구 학습자료를 두는 장이 있었다.
오하이오주의 어떤 중학교는 그렇게 좋은 시설을 갖춘 교실은 아니었지만 해마다 수집하고 개발한 흔적이 역력한 많은 자료들을 교실 벽면 가득히 어지러울 만큼 많이 진열(?)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지구과학시간이면 지구과학교실에서 여러가지 자료를 쳐다보면서 수업진도와 관계 없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리라고 생각된다.
고등학교는 교실 앞쪽으로 책상과 걸상이 있고 그 앞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교사실 또는 준비실이 있다. 그리고 책·걸상 뒤에는 실험대가 있고 벽면에는 각종 기구와 자료를 보관해두는 장이 충분히 있었다. 실험대에는 2∼3명의 학생이 한조가 되어 실험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조별로 수도꼭지, 전기콘센트, 가스 불(가열할 때 알콜램프를 사용하지 않는다)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설 이외에도 학생들이 실험을 잘 할 수 있고 지도를 잘 받을 수 있는 것은 학급당 20∼30명 밖에 안되는 적은 학생수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학교수업 말고도 지구과학교육에 중요한 것은 각종의 과학관이었다.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진열된 각종 화석, 암석들은 정말 진열된 물품의 수자나 크기 등에서 사람을 압도하였고 이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진지함은 더욱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물론 학생과학관이 있기는 하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스미소니언박물관의 엄청난 전시물들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세게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데 전시물이 물경 1억점이라고 한다. 그것을 모두 그냥 전시하는 게 아니라 하나 하나 모두 연출을 하여 전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생물교사들은 생물분야의 전시물이 가장 많다고 하였으나 화석 광물 보석 암석 태양계 등 지구과학분야의 전시물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항공우주박물관도 이채로왔다. 규모도 컸지만 미국만이 가질 수 있는 박물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간 미국이 띄워 올린 우주선 또는 로킷이 거 의 다 진열되어 왔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이나 이곳을 찾는 사람은 학생 어른 노인 등 연령의 구별이 없었고, 또 부모나 조부모가 어린이들과 함께 묻고 대답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넓은 전시공간에서 보고 배우며 그 안에 있는 휴게실에서 먹고 마시고 쉬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곳에는 미국이 석탄 석유 철광석 등 각종 지하자원을 많이 보유한 나라여서 그런지 지구과학적 요소를 갖춘 전시물이 너무나 많았고 또 잘 진열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끝으로, 위에 열거한 모든 곳에는 푸코진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규모도 크지만 건물의 중앙에 그것이 있어서 돌아가는 지구, 그리고 진자의 움직임을 보는 사람이 꽤 많았다. 그들은 그것을 보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진지한 사람, 웃으며 손짓하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과학에 대한 탐구심이 삶의 일부로 스며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국인의 자연에의 도전과 개척 정신은 자연을 배우고 이해하면서 얻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좋은 시설과 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과학교육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1983년의 교육에 관한 보고서 제목이 '국가의 위기'였고 그 중에서도 수학과 과학의 질적 저하가 문제로 제기됐다. 이 보고서 발표 후, 모든 고등학생은 적어도 과학과목을 한가지 이상 이수하여야 졸업할 수 있도록 조치되기도 했다.
우리의 눈으로 보면 부러울 정도의 교육여건과 시설을 갖춘 미국이지만, 그곳에서 문제점들을 끊임없이 찾아내 과학교육의 양적·질적 저하에 대비하는 자세는 우리에게도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