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구는 층상구조로 돼 있고 지각은 맨틀 층 위에 떠 이동하며 지질시대를 거치면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각의 움직임은 어떻게 밝혀졌으며 또 그 양상은 어떠할까?
태양계 내의 천체 중 지구와 같이 딱딱한 고체의 표면을 갖고 있는 행성은 태양계의 안쪽에 위치하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이다. 지구의 겉부분은 딱딱한 암석으로 덮여 있어 인류는 여기에 터전을 잡고 살고 있으며 멀리 있는 산 강 바다 등은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지구는 층상 구조로 돼 있고 그 바깥 부분인 지각은 맨틀 층 위에 떠 이동하며 지질 시대를 거치면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 달에는 지각의 움직임은 어떻게 밝혀졌으며 또 그 양상은 어떠한지 알아보기로 하자.
대륙이동설
17세기 초 대서양을 중앙에 두고 있는 지도를 사용하는 유럽 사람들은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의 해안선이 매우 유사해 아프리카를 유럽에 붙이면 꼭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1620년 베이컨은 이와같은 현상은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1688년 플라셋은 "노아의 홍수 이전에 미국은 세계의 다른 부분과 붙어 있었다"라는 가상 수상록을 쓰기도 했다. 이로부터 2백년 후 스나이더는 석탄기의 유럽과 미국의 식물 화석의 유사성에 놀라 모든 대륙은 옛날 하나의 대륙이었다고 주장했다.
19세기 말에 들어 오스트리아의 지질학자 슈스는 남반구에 있는 여러 대륙의 지층군이 너무나 잘 일치하고 있으므로 그들을 곤드와나라는 대륙에서 분리된 것으로 생각했다. 20세기 들어 1908년 테일러가 대륙 이동의 아이디어를 다시 내 놓았으나 체계적으로 정리해 과학적인 증거를 들어 발표한 사람은 1912년 베게너다.
베게너는 1915년 발간된 '대륙과 대양의 기원'에서 남극을 포함한 대륙들은 지금처럼 흩어져 있던 것이 아니고 모든 대륙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판게아에서 수백 만년에 걸쳐 점차 분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인도 남극 등에서 발견되는 빙하의 흔적과 식물 화석, 그리고 더운 지방에 만들어지는 석탄층이 남극에도 있다는 사실 등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대륙의 이동뿐이라고 주장했다.
베게너는 대륙들이 비교적 가벼운 화강암질 암석으로 돼 있어서 좀 더 무거운 현무암질 암석으로 된 해저를 지구 회전과 관계있는 힘에 의해 거대한 배처럼 지나간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당시 조롱을 받았으며 그의 대륙이동에 대한 역학적인 설명은 틀린 것이지만 그 후 판구조론을 태동하게 하는 씨앗이 됐다. 베게너는 대륙 이동설을 인정받기 위한 증거를 찾기에 몰두하다 1930년 그린랜드의 기상 탐험중 타계하고 말았다.
해저산과 해저 산맥의 발견
베게너는 육지의 연구 결과 대륙 이동설을 내 놓았으나 이 이론은 해저의 탐사 결과로 인정받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화학자 피에르 퀴리와 그의 형제인 장은 수정에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기술로 발전했다. 1917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랑게방은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해 잠수함을 탐색하는 장치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소나(음향측심기)다.
그가 이 장치를 개발한 것은 이미 1차 세계 대전이 끝났을 때였으므로 이 장비는 해저의 깊이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해저의 깊이 조사는 추를 매단 케이블을 이용하는 방법뿐이었다. 이 방법은 많은 노력이 들 뿐만 아니라 정확도도 낮았다.
실례로 19세기 말의 챌린저호는 3년 6개월간에 걸쳐 해저 수심 측정을 고작 3백70여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소나를 이용한 최초의 해저 탐사 선박은 메테오르호(1922년)인데, 소나를 이용하면 챌린저호가 전 항해중에 얻은 자료를 단 5분만에 얻을 수 있다고 있다.
해저의 탐사 결과 하와이는 해저에서부터 10㎞나 솟아 오른 해저산이며 해저에는 정상부가 평평한 평정 해산이 있음을 발견했다. 평정 해산은 미국의 지리학자 이름을 따서 '기요'라 하기도 하는데, 태평양만에도 1만개 이상 분포하며 그 높이는 수㎞에 이른다. 정상부에는 천해성 퇴적물이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사진 1).
또한 해저에도 육지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산맥이 이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대서양의 해저 산맥들은 수천㎞ 이상 이어져 있다. 이것은 아프리카의 남쪽을 돌아 인도양 서부로 올라가고, 인도양 중앙에서 나뉘어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남쪽으로 나아가 태평양 주위를 도는 거대한 원형 띠를 형성하고 있는데, 총연장은 6만여㎞로 지구 둘레보다도 길다.
1950년대 말 헤이즌은 그의 조수인 매리 타프와 함께 대서양의 해저 정밀 수심도를 작성하는 일을 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정밀한 음향측심기에 의한 수심관측 자료를 이용해 등고선을 그려나가던 중 북대서양의 해저 산맥을 따라 깊은 V자 계곡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편 해저 케이블이 끊어지는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해저 지진이 일어나는 지역이 놀랍게도 해저 산맥을 따라 분포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편 그들은 지하 핵실험을 위해 설치한 고감도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저 산맥을 가로 지르는 많은 단층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지역은 정상부의 V자 열곡 사이에서만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단층을 변환 단층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모형을 만들어 그 원인을 알아볼 수 있다(그림 1, 사진 2).
해저 산맥 정상부의 V자 계곡을 열곡이라고 하는데, 해저에서는 열곡을 따라 맨틀 물질이 올라와 냉각돼 해령을 형성하는 곳으로 좌우 양쪽으로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열곡에서는 지진 및 해저 화산활동이 자주 있다. V자 열곡 사이의 변환 단층은 해저의 확장으로 인해 해저 지각의 이동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만 그 바깥쪽은 이동 방향이 같기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저 확장
해양저의 수천m 깊은 바다 속에서 발견되는 기요는 해저가 확장한다는 좋은 증거다. 평정 해산은 정상부가 평평할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얕은 바다에서 사는 생물의 화석이 발견된다. 이것은 평정 해산이 한때는 얕은 바다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평정 해산은 해저 산맥의 열곡 정상부에서 화산 활동으로 화산섬이 생기고 해저의 확장으로 해양판에 실려 이동해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정상부가 평평한 것은 수면 가까이에 있을 시기에 해파에 의해 침식당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편 해저 확장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심해저를 시추한 글로마 챌린저호의 탐사결과였다. 1968년 글로마 챌린저호는 대서양의 해저 산맥을 굴착해 심해저 퇴적물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대양저 산맥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해저 지각의 연령이 많아짐을 발견했다. 즉 해저 산맥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가면서 해양 지각의 나이가 많아지는 것은 해저산맥에서 새로운 지각이 생성되며 확장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그림 2).
한편 해저 확장은 하와이 근처의 화산섬의 분포로도 알 수 있다. 하와이의 북서부에 있는 거대한 해저 화산섬들은 2천4백㎞ 이상 연속돼 분포하다가 미드웨이섬에서 다시 북북서쪽으로 알류산 해구까지 3천5백㎞ 정도 이어진다. 이 연속되는 해저산이 해저 엠퍼러 해저 산맥으로 산맥끝의 해저산은 7천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하와이 근처의 지하 깊은 곳에는 끊임없이 마그마가 생성돼 올라오는 열점이 있다. 마그마가 계속해서 올라와 화산섬을 만들고 해저 확장이 계속되면서 해저 지각이 이동 수죽 침강돼 화산섬들은 하와이에서 먼 수면 아래로 들어가게 돼 열을 지은 화산섬과 해저산들이 분포하게 된다(그림 3).
함께 생각해봅시다
(그림 3)의 화산섬과 해저산의 연령을 참고로 해 이곳의 해양판의 이동 방향을 생각해 보자.
판구조론
이와 같은 해저확장의 증거와 함께 고지구자기에 의한 판의 이동에 관한 새로운 증거들의 발견으로 현재는 지각변동을 맨틀 층 위에 떠서 움직이는 판의 이동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지구 표면은 유라시아 아메리카 태평양 인도양 남극 아프리카 등의 큰 지판과 그 사이 20여 개의 작은 지판으로 돼 있어서 각각 다른 방향과 속도로 이동하며 화산 지진 등의 지각 변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열곡에서 두 판이 분리된다면 다른 쪽에서는 서로 충돌하게 될 것이다. 두 판이 충돌하면 위 아래로 주름진 산맥을 형성한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충돌해 주름잡힌 것이다.
서로 밀도가 다른 해양판과 대륙판이 충돌할 때에는 밀도가 큰 해양판이 대륙판의 아래로 섭입되면서 해구를 형성하고 이때 생긴 마찰열로 마그마가 생성되고 분출해 호상열도를 이룬다. 서태평양에서 발견되는 일본 필리핀 해구와 섬들은 이런 예에 속한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의 산안드레아스 단층은 태평양판과 아메리카판이 서로 미끄러지는 곳으로 이곳에서 단층과 지진이 많이 일어난다. 판의 경계부에서 이러한 과정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지진과 화산 해구 조산대 등의 분포를 연구해 판의 경계를 알 수 있다.
베게너는 대륙과 해양의 기원에서 밝힌 그의 신념에 가까운 대륙이동에 대한 생각으로 평생 남한테 조롱받으며 살았으나, 현재 대륙이동을 믿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베게너의 딱딱한 지각이 움직인다는 인식의 전환과 그 후 여러 과학자들에 의한 판 운동의 발견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맞먹는 혁명적인 생각인 것이다. 이것은 베게너의 천재적인 두뇌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보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희생과 용기에서 얻어진 방대한 양의 자료에 의해 진실이 밝혀졌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