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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 동물들의 본능행동

거미가 거미줄 치는 것도 선천적 본능

하등동물일수록 자극에 대하여 정해진 형태의 행동을 한다. 주로 생식과 정보전달에 쓰이는 동물의 본능행동에 대해 알아보자.

동물의 자극에 대한 행동에는 선천적으로 지닌 행동과 태어난 후의 생활 경험 등에서 얻어진 행동이 있다. 하등 동물의 행동은 주로 선천적인 것으로, 자극에 대하여 어떤 정해진 형태의 행동을 나타낸다. 이런 행동은 본질적으로 동물에 유전적으로 갖추어져 있으며 개체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다. 보다 고등한 동물은 개체의 경험에 따라서 변경할 수 있는 행동의 비율이 점차 커진다.

자극과 본능 행동

거미가 그물을 치거나, 나나니벌이 벌레를 잡아서 집으로 운반하는 행동은 선천적인 행동 양식이 복잡하게 조합된 것으로, 본능행동이라 한다. 본능행동은 살아가는데 적합한 행동으로, 연습이나 경험이 필요없는 유전적으로 갖추어진 것이다. 또, 그종의 독특한 행동이기도 하다. 모든 본능행동은 반사에 비해 훨씬 복잡한데, 여러개의 부분 행동이 일정한 순서로 짜여져 나타난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부분 행동은 각기 독특하고 간단한 자극이 원인이 되어서 일어난다. 이와같이 본능의 부분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 자극을 신호자극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능의 부분 행동은 신호자극이 주어지면 언제나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즉 행동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체내의 조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들면, 가시고기가 다른 수컷의 혼인색을 보고 일으키는 투쟁 행동은 봄이 되어 생식선의 작용이 왕성해서 분비되는 성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높아질 때 뿐이며, 다른 시기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 조류 등이 집을 짓거나 포유류가 새끼에게 젖을 먹일 때 나타나는 모성 행동도 뇌하수체나 생식선의 활동 등 체내의 조건이 관계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와 갈이, 동물이 본능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신경 흐르몬 체액에 의해 이루어지는 내부 환경 조건과 외부로부터의 신호자극 등이 있다.

가시고기의 수컷은 집을 만들기 위해 일정한 세력권을 형성하는데 여기에 다른 수컷이 접근하게 되면 싸움을 건다. 틴버겐(Tinbergen : 네덜란드, 가시고기의 성행동에 관한 연구로 1973년 노벨상 수상)은 가시고기의 투쟁 행동을 일으키는 신호 자극을 알아보기 위해, 수컷과 비슷한 여러가지 모형을 접근시켜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즉, 수컷과 비슷한 모양을 가졌으나, 배 쪽에 붉은색을 칠하지 않은 수컷의 모형(N)에는 반응이 없었고, 모양은 달라도 배 쪽에 붉은색을 칠한 여러가지 모형(R)에는 모두 투쟁을 벌였다. 이 실험으로 보아 가시고기의 투쟁 행동은 수컷의 배에 나타난 붉은색을 신호자극으로 하여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2)가시고기의 행동


가시고기의 구애행동

가시고기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얕은 곳에 집을 짓고 구역에 들어온 다른 수컷을 쫓아 버린 뒤, 암컷이 오면 구애를 한다. 발정기가 되면 수컷의 배 부위가 붉게 변한다. 이 색은 번식기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며, 이를 혼인색이라 한다.

수컷이 암컷에게 다가가서 자기의 붉은 배를 보여주면서 암컷을 유인한다. 암컷은 수컷을 따라가서 둥지에 알을 낳는데, 산란중에 수컷이 암컷의 꼬리를 주둥이로 자극을 주어 산란을 촉진한다. 이 경우 산란 준비가 된 암컷은 수컷이 아니더라도 적색 물체이면 어느 것이든지 끌려가며, 산란하려고 할 때 막대기로 배의 기부를 건드리면 산란이 촉진된다.

가시고기의 산란 행위는 반사의 연속이며, 일정한 양식에 따르는 본능적 행동이다. 산란 후 수컷은 산란장소를 지키며 지느러미로 물을 흘려 보내는데, 만일 수컷을 제거하면 산소 부족으로 대부분의 알은 부화하지 못하고 죽는다.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는 동물에서는 개체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신호자극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마리의 꿀벌이 먹이를 발견하면 곧 많은 벌들이 몰려와 꿀을 따간다. 프리슈(Frisch.. K.von, 독일, 벌들 사이의 의사전달에 관한 연구로 1973년 노벨상 수상)는 벌의 등에다 페인트칠을 하여 표시한 뒤, 먹이를 발견한 벌이 어떻게 다른 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지를 밝혀냈다. 즉, 이들은 신호 자극으로서 원형춤과 흔들춤(8자춤) 등 두 가지의 춤을 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밀원이 집에서 대략 90m 이내에 있으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집에 돌아온 척후벌이 집안으로 들어가면 곧 다른 벌에게 둘러싸인다. 벌은 그의 꿀주머니에서 한 방울의 꿀을 뱉고는 춤추기 시작한다. 그 춤은 원을 시계 바늘방향이나 또는 반대 방향으로 그린다. 이것이 원형춤으로 밀원이 집에서 90m 이내에 있을 때에 한하여 행해지며 방향과 관계없이 항상 일정하게 원형춤을 춘다. 이 춤에 자극되어 다른 벌도 꿀을 찾아 외출한다.

다른 벌이 척후벌의 유도를 기다리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이미 유력한 실마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꽃의 향기가 춤을 추는 벌에 묻어 있고, 집 밖에는 그 냄새에 대한 실마리가 남아 있으며, 척후벌이 남겨 놓은 흔적이 있다. 어떠한 일벌이라도 복단에는 냄새를 풍기는 샘을 가지고 있다. 밀원을 발견하면 그 샘에서 분비물이 나와 냄새를 꽃위에 남긴다.

만일 밀원이 집에서 90m 이상 멀리 떨어져 있으면 척후벌은 밀원까지의 거리뿐만 아니라 방향을 더 정밀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 때는 원형춤 대신에, 꼬리를 떨며 왼쪽으로 1백80° 회전하여 한바퀴 돈 다음, 다시 오른쪽으로 1백80° 회전하는 8자 모양의 춤을 춘다.

8자 모양의 춤을 추는 속도와 두 고리 사이에 있는 직선 상을 날 때의 엉덩이춤으로 다른 벌에게 밀원의 거리를 정확하게 알린다. 예를 들어 꿀이 집에서 1백20m 떨어진 곳에 있다면 척후벌은 15초 사이에 8자를 11회 그리며 돈다. 그러나 밀원이 1천6백m 이상 되는 장소에 있으면 같은 시간에 겨우 4회 8자를 그릴 뿐이다. 그리고 밀원이 멀면 멀수록 척후벌은 엉덩이를 빠르게 흔든다. 즉 거리가 멀수록 8자춤의 속도는 느려지고 엉덩이 흔드는 횟수는 빨라진다.

꿀벌은 춤의 속도와 엉덩이를 흔드는 정도에서 거의 정확하게 밀원의 거리를 알 수 있다. 그럼 방향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밀원의 방향은 8자의 두고리가 만나는 공통 직선과 관계가 있다. 8자를 그리는 방식은 밀원과 집을 잇는 선과 거리를 나타내는 동시에, 태양과 집을 잇는 선의 각도도 나타낸다. 그 방법은 그림에서와 같이 태양의 위치, 벌통의 위치, 그리고 꿀의 위치에 따라 춤의 모양이 변하게 된다.
 

(그림5) 꿀벌의 츰과 먹이의 위치. 태양의 위치와의 관계


성적 유혹과 정보전달에 쓰이는 페로몬

정보 전달에 사용되는 신호자극에는 화학물질도 있다. 누에나방이나 집시나방의 수컷은 멀리 떨어져 있는 암컷을 향해 모여드는데, 이 때의 신호자극은 암컷의 외분비선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같이 미량으로 같은 종의 다른 개체의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는 분비 물질을 페로몬이라고 하며, 비교적 작은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누에나방의 암컷은 고치에서 나오자마자 꼬리 끝에서 주머니 모양의 돌기물(측포)을 내어 성페로몬을 분비하는데, 수컷은 촉각으로 이 물질을 매우 예민하게 감각하여 암컷에게 접근하여 교미하려고 한다. 또한 측포를 문지른 거름종이를 가까이 가져가도 수컷은 암컷을 대하는 것과 같은 반응을 나타낸다. 브테난트(Butenandt : 독일, 1939년 노벨 화학상 수상)는 누에의 암컷으로부터 수컷의 유인 물질을 얻어냈다. 봄비콜(bombykol)이라고 하는 이 물질은 몇 ㎞나 떨어진 수컷 누에나방도 유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물질로 다른 곤충의 수컷은 유인하지 못했다.

그림은 수나방의 촉각을 확대한 것이다. 나방은 주로 밤에 행동하며 암나방에서 분비되는 성페로몬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분비된 0.01㎎의 페로몬을 4㎞ 떨어져 있는 수나방이 감지하고 암나방에게 접근한다고 한다.

꿀벌의 여왕벌도 혼인 비행 동안 수펄이 그녀를 따라와 수정을 할 수 있도록 페로몬을 분비한다. 이와 같은 성적 유혹은 포유류에서도 볼 수 있다. 많은 포유류들이 발정기에 암컷이 독특한 향기를 뿜어 수컷을 유인한다.

페로몬은 성적 유혹 외에 동료들간의 정보 전달에도 활용된다. 개미는 먹이를 발견하면 그 복부 끝에서 길잡이 페로몬을 분비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동료 개미들은 이 페로몬의 냄새로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간다. 이 물질은 휘발성이어서 곧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개미들이 분비된 지 오래된 페로몬의 냄새에 현혹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림6)수나방의 촉각


본능인가 지능인가

하등 동물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본능행동은 어쩌면 지능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들의 신비한 많은 행동은 자극에 대한 반응의 결과로서만 행해지는 것이다. 자극에 대한 반응은 일반적으로 변경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종의 사냥꾼벌은 모두가 같은 먹이를 찾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집을 판다. 그들은 그러한 선천적 행동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으며, 때로는 선천적 행동의 올가미에 스스로가 걸리기 조차 한다. 방안에 갇힌 파리를 보면, 창문 아래가 열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위쪽 유리면만 날아다니면서 1시간씩이나 출구를 찾는다.

개미류는 옛날부터 영리하다고 칭찬받아 왔다. 이들에게 과연 지능이 있는 것일까? 다음 실험에서 보듯이 인간이 보통 지능이라 부르는 것은 곤충계에는 아무래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장님인 군대개미가 가운데 놓인 실험 접시 주위를 행진한다. 그들은 냄새와 촉각만을 의지하면서 서로의 뒤를 따라가므로 한 번 쳇바퀴 행진이 시작되면 죽을 때까지 계속적으로 행진을 하게 된다.

"본능이라는 이미 부설되어 있는 길은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 길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들은 전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주어진 조건이 언제나 같다면 뛰어난 영감을 발휘할 수 있지만, 만일 우발적인 일을 만나게 되면 곤충은 얼빠진 행동을 보일 것이다"라고 '곤충기'의 저자 파브르는 썼다.

199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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