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은하 3호를 쏜 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쏜 미사일의 1∼3단 추진체는 정상 작동했고 한미 정보당국은 탑재물이 지구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도 북한 인공위성이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고 인정했다. 노라드는 지구 상공에 떠 있는 물체들을 샅샅이 파악하는 기관이다.
북한은 10번째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했나?
도대체 북한의 로켓 기술력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은 이번 발사 때 외국에서 중요 부품을 수입하지 않았다. 인공위성도 직접 제작했다. 발사장이 있는 곳은 북한 최서단 동창리다. 북한은 이곳 발사장을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부르며, 우리나라에선 지명이름을 따 흔히 ‘동창리 발사장’이라고 부른다.
‘나로호’로 10번째 ‘스페이스클럽(자국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만들어 위성 발사에 성공한 국가)’ 가입을 노리던 우리나라는 북한에 선수를 빼앗겼다.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주발사체에 필요한 1단 로켓과 단 분리 기술 등 위성뿐만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대부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가 완전한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은하 3호에 실린 광명성 3호 위성의 과학적인 성공은 2012년 12월 21일 현재 아직 모호하다. 광명성 3호와 지상의 교신 성공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하 3호의 완성도가 다른 우주로켓에 비해 그렇게 뛰어나다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의 주장대로) 은하 3호의 발사 목적이 인공위성을 우주 공간에 올려놓는 것이라면 그 성능 기준은 얼마나 무거운 물체를 얼마나 높이, 그리고 얼마나 정확히 올릴 수 있느냐다. 광명성 3호의 무게가 100kg 정도임을 감안하면 아직 본격적인 우주발사체로 보긴 어렵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선진국은 마음만 먹으면 몇 십톤이 넘는 인공위성도 목표한 지점에 정확히 올려놓는 실력을 자랑한다.
발사 고도 역시 북한의 원래 계획과 차이가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구 상공 500km 원형 궤도를 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와 가까울 때는 494.85km, 멀 때는 588.13km 상공을 95.4분마다 한 번씩 돌고 있다. 인공위성을 쏠 때 이 정도 오차는 흔히 발생한다. 그럴 경우 위성에 내장된 소형 로켓을 써서 궤도를 수정한다. 그러나 북한위성은 궤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처음부터 궤도수정용 엔진을 싣지 않았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시각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은하 3호 발사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으로 단정하는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물론 북한이 이런 인공위성을 만들 기술이 아직 없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로켓 엔진과 발사 기술이 실용 위성 궤도인 고도 500km까지 안정적으로 위성을 올릴 만큼 진전됐다는 점이다.
우주발사체와 ICBM은 한 끗 차이
북한의 로켓 기술은 1978년 옛 소련에서 개발한, 사정거리 300km 정도인 구형 스커드-B 미사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이집트에서 얻어 온 이 미사일을 분해하고, 역으로 설계도를 그려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로켓 기술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만인 1981년 복제품인 ‘화성 5호’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다. 또 1987년엔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사정 거리 500km 수준의 개량형 ‘화성 6호’도 만들었다.
북한은 한발 더 나가 1993년 자체 모델인 ‘노동 1호’ 미사일을 만들었다. 30t의 추진력으로 사거리가 1000km에 달하는 이 미사일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의 핵심이 됐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대부분 노동 1호 엔진 여러 개를 하나로 묶어 쓰는 클러스터 방식으로 개발됐다. 은하 3호 역시 노동 1호 미사일을 개조한 ‘노동 2호’ 엔진 4개를 하나로 묶어 제작했다. 북한의 또 다른 장거리 로켓인 대포동 2호도 이런 형태로 제작됐다. 문제는 은하 3호가 순수한 우주발사체인가, 언제라도 미사일로 변할 수 있는 로켓인가에 있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은하 3호가 올려놓은 광명성 3호 위성의 ‘고도’다. 한국의 나로호는 1단의 강한 힘으로 고도 200km까지 올라간 다음 2단 로켓을 써서 300km 고도까지 올라가 과학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다. 이 위성은 300~1500km 고도의 타원궤도를 돈다.
그러나 은하 3호는 1단이 고도 100km 정도에서 분리된 뒤 2단과 3단 로켓이 차례로 위성을 궤도까지 올려 보내 500km 고도의 원 궤도를 돈다. 이렇게 원궤도를 돌게 만들려면 속도를 정확히 제 1우주속도(초속 7.9㎞)에 맞춰야 한다.
이 점을 놓고 일부에선 ‘별다른 기능이 없는 저궤도 위성을 우주에 올려놓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렇게 높은 고도에, 지구표면과 정확히 수평이 되도록 위성을 올려놓을 이유가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이런 원 궤도는 ICBM 개념에서 보면 ‘사거리 무제한’인 상태와 가깝다. 이 궤도에서 위성을 분리할 때, 위성이 튀어나가는 각도만 20°가량 높여 주면 조금 더 높은 우주로 치솟다가 잠시 후 지구 중력에 이끌려 지구로 곤두박질 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궤적을 그리게 된다.
‘미사일은 액체연료 못쓴다’는 오해
또 다른 문제는 연료다. ICBM을 포함한 군사용 미사일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액체연료를 주로 쓴다. 은하3호는 액체연료를 쓴다. 정확히는 1단과 2단은 액체, 3단은 고체 연료를 쓴다. 나로호는 1단은 액체, 2단은 고체 연료를 쓴다. 그렇다면 은하 3호는 나로호와 다를 게 없지 않을까.
먼저 한 가지 알아보자. 왜 미사일에는 흔히 고체 연료를 쓸까. 신속성과 정확성이 필요한 군사용 미사일은 고체 연료를 써야 한번 연료를 채운 뒤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언제든지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크게 중요한 점은 아니지만 고체 연료는 최초 기동 속도, 즉 점화되고 나서 로켓이 튀어 나가는 초기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액체연료는 군사용 미사일에 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오해다. 액체연료를 쓰면 발사 직전에 연료와 산화제 (연료연소를 돕는 액체)를 몇 시간 동안 주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산화제로 쓰는 액체산소는 휘발성이 강해 발사 직전에 넣지 않으면 다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사 직전에 주입해야 한다. 액체 연료와 산화제를 사용하는 엔진으로 미사일을 만든다면 이런 과정에서 발사하기도 전에 첩보위성에 노출되기 쉽다. 즉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무기로서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북한 로켓은 이런 문제가 없다. 북한에서 로켓용 액체연료로 쓰는 것들은 ‘디메틸하이드라진(UDMH)’이나 등유의 일종인 ‘TM-185’ 등이다. 이런 연료는 산화제로 액체산소 대신 사산화 질소(N2O4)나 사산화 질소 25%에 질소 75%를 섞은 ‘Ak-27’ 등을 쓴다. 이들은 미리 로켓 연료통에 넣고 오랫동안 보관해도 문제가 없어 무기로 쓰기 적합하다. 은하 3호 역시 이런 연료와 산화제를 쓰기 때문에 ICBM으로 쓸 수 있다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 부품 일부를 서해에서 건져 올려 현재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분석하고 있다. 만약 연료로 TM-185를 썼다면 일부 성분이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 UDMH는 수용성이라 물에 모두 씻겨 나갔을 것이다.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하 3호에 쓰는 연료는 환경오염과 독성이 심하고 가격도 비싸 평화적인 이용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은하 3호, 아직은 ICBM 어려워
로켓 전문가들은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가 떨어진 위치를 볼 때 연소시간이 예상보다 길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사일로 쓸 경우 사거리가 1만 3000km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북한에서 미국 어느 도시나, 즉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 실전에 투입하긴 무리가 있다. 우주발사체와 ICBM은 비슷한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한 차이도 있다. 우주발사체는 목표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으면 그만이지만 ICBM은 정상에서 분리한 탄두가 목표로 하는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즉 우주에 올라갔던 로켓이 지상의 정확한 목표를 겨냥하는 ‘표적조준기술’과 대기권을 돌파하고 들어오면서도 탄두가 타 없어지지 않는 ‘재돌입’ 기술이 있어야 ICBM으로 쓸 수 있다. 북한이 이런 기술을 갖췄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북한은 아직 ‘재돌입’ 과정을 검증할 만한 비행실험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안심할 수도 없다. 중국 등 외국의 도움을 받았다면 기존에 확인된 재돌입체를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하 3호의 높이는 나로호(33.5m)와 비슷한 30m 정도이고 무게는 80∼90t으로 140t인 나로호보다 가볍다. 로켓에 실린 위성인 ‘광명성 3호’의 무게는 나로호에 실린 나로과학위성과 같은 100kg으로 추정된다. 만약 북한이 은하 3호를 ICBM으로 전환하면 1만km 사거리에 800~1000kg 정도의 탄두를 운반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가진 구형 핵폭탄은 성능이 낮아 몇 톤이 넘어야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은 무게가 4톤에 달했다.
북한이 정말 ICBM을 개발하려 한다면 앞으로 계속 ‘인공위성’의 무게를 늘리고 정확도를 높이는 실험을 할 것이다. 그것이 진짜 인공위성이건 위성을 가장한 것이건 그때마다 극심한 긴장감이 한반도를 억누를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은 이토록 힘든 것일까.